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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255

처음부터 당신에게 평생의 반려자는 필요 없었다.

평생의 반려자는 만들어진 개념이다. '전통'이나 '국가', '신' 이랑 비슷하게 시대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이 개념은 영화, 드라마 같은 20세기의 대중매체에 의해 확산되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영어를 배운다는 핑계로 줄창 봤던 미드 '프렌즈'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가족을 소재로 하는 각종 영화들이 이 개념을 확대 재생산해왔다. 항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주인공 캐릭터들, 가족이 그들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아무런 확신이 없지만, 이야기는 돌아가는 그 장면에서 완성된다. (글을 쓰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드라마가 아니니 그건 다른 글에서 따로 다룬다. ) 이혼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대부분의 정보가 쓸모없는건 우연이 아니다. 각종 포탈에서 상위노출되는 이혼..

짧은 글 2022.08.22

아빠가 아들과 몸으로 놀아주기

자전거를 선물로 받아 타게 되면서 처음에는 신나했지만, 조금씩 혼란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핸들을 잡았는데 어디로 갈지를 모르니 자전거 안장 위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들과 놀아주는 테크닉은 아빠도 분명히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 아이에게 너 가고 싶은 곳으로 맘대로 가보자라고 하면, 그 반응은 아이들마다 다르게 나온다. 아들보다 어리면서도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잘 노는 녀석들을 보면, 일단 주행 자체가 목적인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는 도로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목적지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나의 두 아이들은 조금 다르다. 둘다 목적지가 있고, 거기까지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탄다는 개념이 머릿..

생존기 2022.08.21

모든 사람의 누나가 될 필요는 없다.

어여쁜 딸에게, 아빠는 크게 네 걱정을 하지 않는다. 너희 둘 모두 이미 완성되어 태어났고, 특히 딸인 네게는 엄마나 아빠에게는 없는 균형감각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너는 너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 어떤 삶을 택할지, 어떤 사람이 될 지, 모두 부모가 말해줄 필요가 없다. (직업 선택 같은 걸 얘기하는게 아니다.) 네 엄마나 아빠가 조금은 극단적인 형태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너는 그렇지 않다. 딸아, 아빠는 너를 지켜보면서 네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더 잘 이해하려고 한다. 지켜보면 너는 자연스럽게 중심축 역할을 하더구나. 터울이 크지 않은 동생을 돌보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두려는 것이나, 이미 놀이터에서 너보다 어린 아가들을 끌고다니면서 노는 것이나,..

딸과 아들에게 2022.08.18

이혼남 이혼녀 돌싱 심리 상태? (feat. 재혼이 어려운 이유)

유입키워드와 경로를 확인하다가 보면 '이혼 후 남자 심리'라는 키워드를 종종 보게 된다. 예상못한 키워드는 아니지만, 생각해볼수록 더 곰씹게 되는 키워드다. 아마 이 블로그가 이혼남 위주의 글이 제공되는 곳이다 보니 유독 이혼남 심리에 대한 키워드가 잡혔겠지만, 여자나 남자나 궁금한 정도는 비슷할 것 같다. 궁금한 건 이거다: '이혼 후에 저 남자는, 이혼한 저 여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가 역시 큰 차이가 될 것 같다. 나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정해진 날짜에 잘 만나고, 얼마나 멋있는 아빠가 될 것인지, 아이들이랑 어떻게 놀아야할지, 양육비를 문제없이 지급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며 가끔 웃는..

생존기 2022.08.15

절대로 너의 것을 포기하지 마라.

나의 아들에게, 예전 사진을 둘러보다가 찾았다. 아빠가 이걸 찍어두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지금은 뜨거워서, 비가 와서 나가지 않고 있지만, 너느 놀이터에서 모래를 한 가득 모아놓곤 했었다. 특별히 모래를 가지고 뭔가를 만들엔 아직 어린 나이였다. 벌써 두어 해가 되었다. 한참 그득그득 모아놓은 모래더미 옆에 어떤 여자아이가 같이 놀 심산으로 네게 접근했다. 그리고 '같이 놀자', '내가 도와줄까' 라고 하면서 네 모래더미에 손을 대기 시작했지. 그저 지켜보던 너는 모래의 상당 부분을 갈라가려는 여자 아이의 손을 보고 '저리가'라고 말했다. 여자아이가 나이를 들먹이며 '너 몇살이야'를 말하자. 너는 소리를 빽 질렀지. (나이 같은 건 네 거냐 내거냐의 문제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잘했다. 그대로만 하..

딸과 아들에게 2022.08.11

아이들과 스마트폰, 진짜 해결책은 따로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막지 않는다. 일정 부분 이걸 방조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때 몸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고,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건 나의 부모님 세대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입에 티비 좀 고만 보라고 말했던 것도, 사실은 그들의 죄책감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애들이 티비라도 보고 있는게 그들이 덜 피곤한 방법이었을 것이고, 기기가 티비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책을 그렇게 읽어달라고 조르던 딸아이가 책이 시시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복잡한 느낌이 들었다. 딸아이는 나에게도 할머니에게도 끝없이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던 아이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딸은 모든 것을 흡수하는 아이다. 책의 내용을..

생존기 2022.08.07

아이들 영상과 사진을 안 올리는 이유

블로그는 물론이고, 각종 소셜 미디어에 나는 절대로 아이들의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도로 인터넷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다른 아이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조금은 불편하다. 그들이 내 자식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관여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내 아이들의 사진만큼은 절대로 동의없이 어디에도 올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사실 아이들이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도 불편하다. 채널 소유자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과연 나중에 그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자신의 어린 시절 영상이 네트워크를 떠돌아다니는 것을 과연 편하게만 생각할까? 확실한 것은 모든 사진과 영상이 모든 아이들에게 문제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후에 장성한..

생존기 2022.08.03

동거를 하면 안 되는 이유 (양육비 선지급제 공약과 양육비 채무)

동거는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사실혼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혼이 성립하는 조건을 찾아보면, 결혼과 가정을 꾸릴 의사가 있고, 돈이 오가서 실질적인 경제공동체를 형성할 의도가 있었는지를 파악한다고 하지만, 그걸 누가 판단하는가. 가정법원이 판단한다. 판사가 판단하는데는 증거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실혼으로 인정되면 사실혼 해소를 위한 이혼 절차가 필요하다. 즉, 당신의 순진한 동거는 이혼으로 끝날 수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이혼할 수 있는 것이다. 이혼의 법적인 속성에 대해서는 여러번 썼다. 이혼이라고 하면 법정을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단어는 법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결혼을 사랑이나 연애의 연장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거에 관한 법적..

생존기 2022.07.31

좋은 사람이 되지 마라

이혼을 극복하는데 '좋은 사람'이 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건 사실 결혼생활을 겪기 전의 내 경험에 근거한 얘기다. 그러고 보니, '좋은 사람'이라는 곡이 있는 토이의 Fermata 앨범을 전처가 여자친구였을 때 빌려주고 받은 적이 있다. 남들은 멀쩡하게 연애 잘 하는 걸 그냥 지켜만 보던 시절, 뒤늦은 사춘기를 대학 시절까지 겪으면서 짝사랑이나 고백 후 폭망을 전전하던 그렇고 그런 시절이었다. 중2병에 가슴 아픈 시절 토이 곡들의 가사는 가슴을 후벼판다. 왜 나만 이 모양이냐라는 생각을 미화하는데 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랑은 사귀어보지도 않은 그 여자가 '여전히 아름다운지' 걱정하고, 나는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하며 '좋은 사람'임을 자처한다. '안녕..

생존기 2022.07.27

결혼을 축하한다.

결혼식이 늘기 시작했다. 주변 지인들이 선뜻 식장에 많이 와달라는 얘기를 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결혼식을 치르면서 소식을 알려오는 횟수가 늘었고, 아직 날짜를 잡진 않았지만 진지하게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들도 보인다. 일부 연예인들의 결혼 발표까지. 다만, 내가 이혼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이런 소식을 전하는 것을 약간 어려워하는 것 같다. 결혼은 망설임없이 축하할 일이다. 그들은 중대한 결심을 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딛기 시작한다. 그걸 축하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특히 나에게 청첩장을 보내왔다면 더욱. (상황이 허락한다면 식장에서 박수를 쳐준다면 좋을 텐데.) 어떤 커플은 내가 양쪽 다 아는 사람들이라 축하하는 마음이 두 배가 된다. 이혼을 입장에서 결혼을 지켜보는 것이 예전과 달라진 것은 분..

생존기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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