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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280

자식이 크고 나면 아빠의 인생은 끝나는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고개를 들어 이 시를 보았다. 틀렸다. 이 시가 틀려먹었다는 뜻이다. 싯귀를 읽고 나서 비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느 아빠가 이런 한심한 소리를 하는가? 소탈한 맛이 있는지는 몰라도, 세태와는 맞지 않는다. 자식이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자식의 인생에서도 대학은 큰 의미가 없고, 아빠된 입장에서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 자식이 대학 졸업하는 것을 다 큰 것으로 생각하는 비유라고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자식이 다 크고 나서 아빠가 자산을 매각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이가 좀 들어서 땅 팔고 여행을 다니려는 아빠를 보고 크는 자식은 똑같은 수준의 성장을 하고 자기 자식이 다 크면 자기 인생 다 산 것 같은 말을 또 할 것이다. 이게 통하던 ..

짧은 글 2023.06.29

직주근접의 달콤함

지하철 출퇴근을 하면서 직주 근접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도어투도어로 15분 안 쪽으로 끝내는 출퇴근 길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까지 뭐한다고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를 오가면서 길에 그 많은 시간과 돈을 뿌렸나. 오늘처럼 비가 뿌리는 날이면 그 생각은 더 간절해진다. 직장이 아무리 힙한 동네에 있어도 직장은 직장이다. 사무실과 내 방의 거리는 적당히 떨어져 있는데 좋지만,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 지하철로 15분이 걸리는 위치와 걸어서 15분이 걸리는 위치를 구분하지 못한다. 걸어서 15분 떨어져 있는 거리도 더운 날, 추운 날, 비오는 날 가려가며 출퇴근길이 얼마나 힘든지 불평하는게 인간이지만, 한편으로 이동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확연히 그 차이를 느끼기도 한다. 출퇴근에 들어가는..

생존기 2023.06.29

나도 이와 같은가

글을 쓰려고 앉으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남았던 일회용컵을 정리하려고 했다. 얼음이 녹아 컵에 물이 고여 있어서 여느 때처럼 물을 버리고 재활용 쓰레기로 처리할 심산이었다. 물을 따라 버리려고 뚜껑을 열었을 때 의외의 물체를 발견했다. 사무실에 가끔 파리가 들어오곤 한다. 한마리가 내가 남겨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뚜껑에 앉았다. 늘상 그렇듯 손을 비비며 두리번거리다가 리드의 빨대구멍을 보고 들어갔으리라. 뭔가 맛잇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파리도 생각이라는 것을 할까.) 얼음 위에 앉아 보았지만, 뭔가 영양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쉴 수 있는 공간도 아니다. 그걸 깨닫고 나서 문제가 생긴다. 좁은 빨대 구멍으로 어찌어찌 들어갔으나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다시 날아 자세를 잡고 출구..

짧은 글 2023.06.25

이혼남 생존일기 2023 여름 업데이트

안녕하세요, 이혼남 생존일기의 이혼남입니다. '이혼남 생존일기' 라는 이 블로그에 벌써 20,000명이 넘게 다녀가셨습니다. 많은 숫자라면 많은 숫자이고, 적은 숫자라면 적은 숫자입니다. 그래도 제게는 꽤 의미가 있는 숫자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보고 제정신인지를 체크하는 일과 아이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20,000명이 지켜보는 동안 계속해왔다는 뜻이니까요. 아들이 선물로 주고 간 종이비행기를 보고 있으면 행복감과 아들에 대한 사랑, 일종의 후회, 그리고 하나의 문제가 보입니다. 이렇게 '이혼' 이라는 건 복잡한 감정을 일으키는 사건입니다.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작은 일 하나하나에 전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혼이라는 '키워드' 자체는 죽어가는 키워드 입니다. 여전히..

짧은 글 2023.06.24

아빠 바보

사랑하는 딸에게, 우리 딸과 아빠는 지난 번 만났을 때, 서로 약간 다른 생각을 했다. 서로 다른 생각의 내용이 중요하지는 않다. 네 동생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빠는 네게도 네 것을 쉽게 양보하거나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좋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좋다. 네가 네 생각을 스스로 아빠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점을 아빠는 설명했다. 너와 아빠가 서로 동의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서로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게 문제라고. 네 생각을 드러내는데 의미가 있으니 잘 했다고 말이다. 네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네가 양보한 것이 많았을 것이다. 네가 참고 넘어간 것들 말이다. 네게 언젠가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의 누나가 ..

딸과 아들에게 2023.06.22

이혼을 했든 결혼을 했든 밥은 알아서 해먹어야 하는 이유

밥차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밥을 제대로 못 먹는 남자에 대한 존경심은 0이다. 특히 부모 세대의 이혼남들이 밥차려 주는 사람이 없어서 재혼하고 싶다는 소리를 하는 것만큼 못난 소리가 없다. 혼자 식사를 해결한다는 건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로, 그걸 못한다는 건 상식을 갖추지 못한 것과 다름 없다. 스스로 밥을 해먹을 수 없으면 필연적으로 남이 해주는 밥을 먹게 된다. 식사를 남에 손에 맡긴다는 건 잘 생각해보면 굉장한 신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조선의 왕들이 괜히 기미상궁을 둔게 아니다. 남이 해주는 밥은 무엇인가. 맛은 있을 수 있겠지. 거기에 뭐가 들어가는지는 알고 있나. 스스로 식사를 못한다는 것은 오로지 나의 건강을 남의 손에 맡긴다는 의미와 같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 해먹고 ..

생존기 2023.06.13

국제결혼은 과연 답인가?

국제결혼이 답이라는 얘기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농담반 진담반 나오는데, 한 번 따져볼 일이다. 답이 예인지 아니오인지를 논하기 전에, 국제결혼이 답이라는 대답은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결혼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베트남 결혼'과 '새터민 결혼'이 검색된다. 질문의 의도를 생각해보자. 국제결혼이 답이라는 얘기는 국내에서 같은 한국인끼리의 결혼이 답이 아니라는 얘기의 연장선 상에 있다.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애초에 한국인끼리 결혼하는 경우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하지만 그전에, 국제결혼에 대한 팩트만 챙겨보고 가도 늦지 않는다. 아래 통계는 index.go.kr에서 e-나라지표를 통해서 찾은 통계청 자료를 캡쳐한 것이다. 2023년에 발표된, 2022년..

생존기 2023.06.05

이혼남, 아빠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때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너희들의 아빠라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기쁘다. 아빠랑 만났다가 헤어지는 시간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우는 우리 딸을 보면 항상 마음이 아프다. 그만큼 너희들을 다시 만나는 날이 되면 문 밖에서부터 너희들의 웃음 소리가 들릴 때 아빠의 마음이 흐뭇하기 그지 없단다. 아빠에게 삐질 때가 있으면서도 아빠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편지와 그림을 선물해주는 우리 아들을 생각하면 아빠는 언제고 웃을 수 있다. 아빠가 그림 솜씨가 형편없어서, 다른 손을 빌려 우리 딸의 얼굴을 그려봤단다. 사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참고한 사진에는 아빠의 큰 선글라스가 씌워져 있었지. 얼굴의 반을 가린 아빠의 선글라스도 우리 딸의 미소를 지우진 못했다. 아빠랑 같이 있는 날이 적지만 편지에 적혀 있는 키워줘서..

딸과 아들에게 2023.06.04

네이비 블레이저, 반드시 필요한 3가지 이유

네이비 블레이저를 하나 걸치는 것만으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흔한 아이템이라고 치부하는 것보다는 그만큼 네이비 블레이저의 활용성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여기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1. 깔끔한 이미지를 심는다. 오프로드 동호회에 나간다면 스포티한 캐주얼에 SUV를 몰고 나가는 것처럼, 꼭 일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살짝 포멀한 이미지가 필요한 자리라면 네이비 블레이저를 활용할 수 있다. 자켓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정장을 입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네이비는 기본 색상이고 튀지 않는다. 40대 남성에게 20대가 누리는 호사는 없다고 보면 된다. 30대까지만 해도 티셔츠 하나로 버티면서 상황을 소화할 수 있지만, 40대가 되면서 똑같은 의복으로 모든 상황을 소화하려고 ..

생존기 2023.05.29

회식을 기피하는 이유

남의 돈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빼면, 회식은 참 슬퍼지는 시간이다. 반성의 시간이자 다짐의 시간이기도 하다. 더 이상 전염병을 걱정하지 않게 되면서, 회식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직장의 문화가 바뀌고 있고, 회식이라는 것이 업무의 연장일 수 있다는 단점을 단순히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작용으로 늘어난 회식의 횟수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닌지 여부를 진단할 필요도 없다. 판교 언저리에서 나가봐야 갈 곳이 뻔하긴 하지만, 익숙한 집들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이야기가 이어지고, 누가 승진을 했고, 누가 퇴직을 했고, 임금 피크제가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를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관성으로 작용한다. 그런 얘기들, 그런 주제가 나랑 상관없다거나 얘기할 가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

생존기 202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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