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이 답이라는 얘기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농담반 진담반 나오는데, 한 번 따져볼 일이다. 답이 예인지 아니오인지를 논하기 전에, 국제결혼이 답이라는 대답은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결혼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베트남 결혼'과 '새터민 결혼'이 검색된다.
질문의 의도를 생각해보자. 국제결혼이 답이라는 얘기는 국내에서 같은 한국인끼리의 결혼이 답이 아니라는 얘기의 연장선 상에 있다.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애초에 한국인끼리 결혼하는 경우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하지만 그전에, 국제결혼에 대한 팩트만 챙겨보고 가도 늦지 않는다.
아래 통계는 index.go.kr에서 e-나라지표를 통해서 찾은 통계청 자료를 캡쳐한 것이다. 2023년에 발표된, 2022년까지 집계된 통계 수치를 2014년 부터 보여주는 테이블이다. 이 표는 '국제결혼 증가 추세?' 등의 간단한 검색어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굳이 캡쳐 이미지를 붙여 넣자면 다음과 같다.
총 16,666건의 국제결혼 총건수 중 한국남자+외국여자 12,007건, 한국여자+외국남자 4,659건이다. 한국인 남성이 결혼하는 외국인 여성의 국적 Top 5는 베트남-중국-태국-미국-일본 순, 한국인 여성이 결혼하는 외국인 남성의 국적 Top 5는 미국-중국-베트남-캐나다-영국의 순서다. 통계 자료를 가지고 뭔가 어설픈 분석 결과를 말하는 짓을 하지는 않겠다. 그건 이 블로그를 찾아온 독자가 통계의 함의를 생각해보고 본인의 생활에 적용할 일이다.
다만 국제결혼의 총건수에 대해서는 숫자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2014년에 이미 국제결혼은 23,000건 이상이었고, 다들 갑자기 마스크를 쓰게 된 시절부터 20,000건을 상회하던 국제결혼의 숫자가 15,000건으로 감소했다. 이건 자연스러운 추세로 보인다. 한 가지 큰 그림에서 확실한 것은 이미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의 통계만 보더라도 국제결혼이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거나, 폭발적이지까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남성과 여성모두 외국인과 결혼하는 숫자는 대개 일정 수준을 유지해왔다.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한국인이 결혼하는데 문제점은 뭔가? 이혼남인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진단해 내어 놓은 설명들을 인용해본다. 비싼 집값, 배우자의 무리한 요구 (그게 뭐든), 집안끼리의 갈등, 배우자의 외도, 부부간의 폭력 문제, 양육 부담의 문제, 등등.이런 결혼의 장애물들은 과연 국제 결혼을 하면 해결되는가? 커플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본질적인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국제결혼은 결혼의 부분집합일 뿐이다. 부분집합은 마땅히 부분집합으로서 전체 집합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 전부는 아닐 수 있어도. 운 좋게 모든 문제점을 피하는 선택을 하는 커플이 당연히 있겠지만, 그게 몇 명이나 될까?
국제결혼은 오히려 조건을 더 강력하게 따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는 국제결혼을 해보지 않았고, 고려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국제결혼의 현실을 모른다. 하지만, 결혼상대자가 외국인이라고해서 결혼의 계약 조건을 덜 따질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이혼할 때 더 쉽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상대방과 상대방의 국가 사법체계를 우습게 아는 것에 불과하지 않나. (특히 베트남과 북한 여성이 베테랑 전쟁 영웅들의 자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국제결혼은 필연적으로 시민권과 영주권의 문제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확실한 건 저 통계로 볼 때 국제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첫 눈에 반해 madly in love 상태에서 결혼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남성이 특별히 베트남 여성에게 더 반하거나, 한국 여성이 미국인 남성에게 더 쉽게 끌리는 것을 사랑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예컨대 저 통계를 보고, 한국인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대개 중국인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인 국제 결혼이 양쪽 모두 순위권에 들어가는 이유는 중국이 한국 옆에 있는 나라로, 인구가 세계 2위인 인구대국이라는 점에 기인한다고 보는 게 더 논리적이다.
국제결혼은 누군에게나 답이 될 수는 없다. 국제결혼은 일부 소수의 커플의 문제를 예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국제결혼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내가 국제결혼에 대해서 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국제결혼이 아니라, 결혼에 대한 의심이 있기 때문이다.
'생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주근접의 달콤함 (3) | 2023.06.29 |
---|---|
이혼을 했든 결혼을 했든 밥은 알아서 해먹어야 하는 이유 (0) | 2023.06.13 |
네이비 블레이저, 반드시 필요한 3가지 이유 (4) | 2023.05.29 |
회식을 기피하는 이유 (0) | 2023.05.28 |
이혼남이 상속한 아버지의 유품 part I (4) | 2023.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