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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 4

이혼남에게 친구란 없다.

친구란 무엇인가? 친구의 정의는 첫사랑의 정의만큼이나 불분명하다. 일상처럼 쓰는 말인데도 그 뜻이 불분명하다는 것은 그민큼 사람들이 고민을 안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흘러가게 사니까. 이혼한 뒤, 친구가 남아 있는 경우는 세 가지다.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 친구,조심스러운 친구,그리고 가끔 연락하는 하지만 별 볼일은 없는 친구. 셋 다, 친구는 아니다. 친구의 정의가 없으니 맞다 아니다 말할 것도 없지만, 대개 친구란 나한테 쓸모가 있으면 친구이고, 아니면 타인이다. 이혼을 했다는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침묵을 낳는다. 보통은 하지 않는 말이지만 일부러 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누가 나쁘냐는 말은 하지 않아도 눈빛에서 판결이 난다.술 약속은 끊었다. 생일 표시를 카카오톡에서 지운다. 대신 걷는..

생존기 2025.07.31

이혼남의 자식 교육

이혼하고 나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법원이 말해주는 건 시간표뿐이다. 육아와 자식 교육은 같은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르다. 주말에 아이들을 만난다. 딸이 문자를 하고 아들이 전화를 하기 시작하면 신세계가 열린다. 서로의 눈에 변화를 알아차릴 틈 없이, 다음 만남을 기다리게 된다. 어느 덧 아이들은 훌쩍 커 있다. 딸의 키가 곧 할머니보다 커질 것이다. 사실 무언가를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은 사라졌다. 내가 가르친다는 건, 내가 옳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전제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건 내가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죄인이어서가 아니라, 세상이 그민큼 변했기 때문이다. 90년대의 논리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없다. “아빠는 왜 그렇게 했어?”아들의 질문에, 나는 눈..

생존기 2025.07.29

이혼남의 썸

결혼 전에는 썸이란 없었다. 그 시절 애매한 구간이 있기는 해도 공식적으로 썸이라는 걸 사람들이 설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영어로도 사전에 등재된 것처럼 쓰이는 Situaionship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썸이란 결국 썸 단계에서 할 건 다했지만 사귄 건 아니니 차인 것도 찬 것도 아니고 그저 썸붕이 있을 뿐이다라는 ‘기적의 논리’를 실현하기 위한 후기 자본주의 선진국형 데이팅 마켓에 있는 연애의 단계에 해당한다. 이혼남이 연애를 하려고 하면, 들어보기는 했지만 경험은 못해본 이런 새로운 문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결혼하고 일년만에 이혼했다면 모를까, 5년에서 10년까지 결혼 생활을 한 사람들이 이러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의 아니게 이혼남인 나도 뒤늦게 세상을 따라잡을..

생존기 20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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