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남에게 친구란 없다.

싱글맨 2025. 7. 3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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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란 무엇인가? 친구의 정의는 첫사랑의 정의만큼이나 불분명하다. 일상처럼 쓰는 말인데도 그 뜻이 불분명하다는 것은 그민큼 사람들이 고민을 안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흘러가게 사니까.

이혼한 뒤, 친구가 남아 있는 경우는 세 가지다.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 친구,
조심스러운 친구,
그리고 가끔 연락하는 하지만 별 볼일은 없는 친구.

셋 다, 친구는 아니다. 친구의 정의가 없으니 맞다 아니다 말할 것도 없지만, 대개 친구란 나한테 쓸모가 있으면 친구이고, 아니면 타인이다.

이혼을 했다는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침묵을 낳는다. 보통은 하지 않는 말이지만 일부러 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누가 나쁘냐는 말은 하지 않아도 눈빛에서 판결이 난다.

술 약속은 끊었다. 생일 표시를 카카오톡에서 지운다. 대신 걷는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아무도 늦지 않는 저녁 산책. 혹은 한적한 곳으로 드라이브를 나가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비전을 공유할 때 일어난다. 함께 할 일이 있거나 뜻이 맞아 뭔가를 공부하고나 의논하는 사람들을 주변에 둔다. 그마저도 내 스탠다드를 못 맞추거나 못 따라오면 두 말 않고 보낸다. 그게 지금 내 인간관계다.

“형 괜찮아?”
“다 정리됐어?”
나를 도운 친구들의 말엔 걱정보다는 사건을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섞여 있다. 난 그게 좋다.

친구란, 내가 괜찮지 않을 때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하고 싶은 사람도,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혼잣말이 늘었다. 사실은 나와의 대화가 는 것이다. 공감받지 못하는 말을
스스로 삼킨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

이혼남에게 친구란 없다. 다만, 관계의 밀도를 버린 대신, 자기 자신에게 조금 정직해졌을 뿐이다. 애초에 친구라는 것은 없는 사람이니까.  사실 누구에게나 친구라는 것은 없다. 그건 그냥 국어 교과서에나 나오는 사람의 이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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