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남의 자식 교육

싱글맨 2025. 7. 2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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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나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법원이 말해주는 건 시간표뿐이다. 육아와 자식 교육은 같은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르다.

주말에 아이들을 만난다. 딸이 문자를 하고 아들이 전화를 하기 시작하면 신세계가 열린다. 서로의 눈에 변화를 알아차릴 틈 없이, 다음 만남을 기다리게 된다. 어느 덧 아이들은 훌쩍 커 있다. 딸의 키가 곧 할머니보다 커질 것이다.

사실 무언가를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은 사라졌다. 내가 가르친다는 건, 내가 옳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전제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건 내가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죄인이어서가 아니라, 세상이 그민큼 변했기 때문이다. 90년대의 논리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없다.

“아빠는 왜 그렇게 했어?”

아들의 질문에, 나는 눈을 피하지
않는다. 분명히 대답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 대답이 아니다. 그걸 말하는 나의 자세와 태도가 문제다. 내가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가. 모르는 것은 반드시 모른다고 해야 한다.

아직 원망하지 않는 아이의 눈 속에 나는 매번 작은 죄처럼 남는다.

그래서 요즘은 말 대신 동행을 한다. 옆에 앉아,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앉아만 있는다. 말은 아이가 먼저 꺼낼 때 주로 한다. 그조차 조심스럽다.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건 아마, 내가 더 이상 누구에게도 선생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가르치려 하다가도, 가르치다가도, 너희들이 직접 판단할 부분은 여기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내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교육의 전부다. 아이에게 남기고 싶은 건, 거창한 가르침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버텼는가, 이다. 어차피 아이들은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배우지 않는다. 행동을 보고 배울 뿐이다.

천변에 해가 타들어가고, 차 안에 적막이 감돈다.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는 길, 시계를 보니 벌써 9시가 다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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