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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3

절대로 너의 것을 포기하지 마라.

나의 아들에게, 예전 사진을 둘러보다가 찾았다. 아빠가 이걸 찍어두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지금은 뜨거워서, 비가 와서 나가지 않고 있지만, 너느 놀이터에서 모래를 한 가득 모아놓곤 했었다. 특별히 모래를 가지고 뭔가를 만들엔 아직 어린 나이였다. 벌써 두어 해가 되었다. 한참 그득그득 모아놓은 모래더미 옆에 어떤 여자아이가 같이 놀 심산으로 네게 접근했다. 그리고 '같이 놀자', '내가 도와줄까' 라고 하면서 네 모래더미에 손을 대기 시작했지. 그저 지켜보던 너는 모래의 상당 부분을 갈라가려는 여자 아이의 손을 보고 '저리가'라고 말했다. 여자아이가 나이를 들먹이며 '너 몇살이야'를 말하자. 너는 소리를 빽 질렀지. (나이 같은 건 네 거냐 내거냐의 문제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잘했다. 그대로만 하..

딸과 아들에게 2022.08.11

눈이 오는 날 함께 하지 못해서 아빠가 미안하다.

아들과 딸에게, 눈이 많이 오는 날이지? 오늘 같은 날 아빠가 너희들과 함게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눈이 온 놀이터에서 아빠와 함께 노는 다른 아이들을 볼 때마다 너희들 생각이 난다. 이런 날 아빠가 너희들과 놀아줘야 하는데, 아빠가 곁에 있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 대신 아빠랑은 크리스마스에 만나기로 했어요, 만약 그 날도 눈이 오면 너희들과 꼭 눈사람을 만들게. 아빠는 너희들과 평생 몇 번이나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 사랑한다. 아빠가.

딸과 아들에게 2021.12.18

살아남아야 삶이 있다.

사랑하는 딸에게 어제는 13년 전, 아빠가 입대한 날이다. 모든 걸 약속해줄 것 같았던 대학생의 이미지가 텅 빈 허상이란 걸 알게 되고 나서 미련 없이 전투화를 신었다. 여전히 아빠는 불완전하고 미숙한 인간이지만,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앞가림을 하고 생활해 나갈 수 있는 것도 그 날 덕분이다. (군대가 사람을 만들었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아니라, 그저 눈 앞의 현실로 돌아왔기 때문이란다.) 오늘 만나고 온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3년 째, 영문을 모르고 했겠지만 산소에 가서 인사하던 네 모습에 잠시나마 마음이 편안했단다. 당신께서도 역시 불완전하고 미숙한 인간이었지만, 역시 아슬아슬하게 전쟁으로 시작한 생을 살아내셨다. 당장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엔 알게 되겠지. 아빠는 할아버지께 ..

딸과 아들에게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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