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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 4

부고와 장례식, 그리고 검은색 수트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아무리 호상이라고 하더라도 부고는 비보다. 결혼이나 돌잔치 같은 좋은 소식보다 좋지 않은 소식은 그 무게가 더 무거운 법이다. 나의 결혼식에서 얻은 생각보다 유용한 것이 검정색 수트다. 수트를 조금 더 알게 된 이후로 검정색 수트를 입는 일은 거의 없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아들의 입학식에서 입었던 네이비 수트다. 웨이트를 하기 전에 맞춘 옷이라 허벅지와 어깨가 커져서, 입을 수는 있지만 장례식장에서 절을 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수준이 되어 있었다. 원래 맞춘 곳에 가서 수선을 해야하는데 미리 챙기지 못했다. 비보는 항상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온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크게 몸무게가 불어 아예 못 입는 사태는 피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의 딸과 아들이 맞다. ..

생존기 2025.03.14

이혼남 아빠의 초등학교 입학식 (feat. 네이비 싱글 수트)

공식적으로 초등학생 학부모가 되었다. 3월 입학식을 치르고 두 아이들은 모두 초등학생이 되고, 유치원과는 안녕이다. 한동안 격리 조치로 입학식은 입학생만 겨우 가는 정도에서, 이제 상황이 바뀌어 다시 학교 운동장에서 모이는 입학식을 가게 되었다. 다른 부모들은 편하게 입고 나올 수도 있지만, 내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내 인생에 직접 갈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입학식이기 때문이다. 급하게 수트 한 벌을 더 맞췄다. 두어 시간 남짓 짧은 시간이지만, 그 누구보다 아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더블브레스티드 수트는 나이든 인상을 보일 수도 있고, 너무 포멀한 느낌이라 이 기회에 네이비에 싱글브레스티드로 한 벌을 더 맞췄다. 바지 핏을 잡는데 꽤나 노력을 들였다. 입학식날 착장은 ..

생존기 2024.03.09

수트 입은 이혼남 (주기적으로 수트를 입어야 하는 이유)

아마 수트를 처음 입었던 것은 입사 면접이었던 것 같다. 면접은 단순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업계 특성상 화이트보드 인터뷰를 포함한 기술 면접이 있고, 임원 인터뷰가 따로 있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입사 3년전에 채용 프로세스를 시작해서 6개월, 1년 주기로 기술 세미나가 진행되서 때마다 수트를 차려입고 가다보니 버거웠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블랙 수트를 어설프게 입고 갈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가벼운 자켓에 평범한 셔츠도 충분한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면접때의 나처럼 사무실에서 옷을 입지 않는다.) 그 때도 살도 쪘었고, 근육 운동은 안해서 옷매무새가 볼품 없었다. 제대로 된 수트를 새로 맞춘 것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였다. 그 때도 블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생존기 2024.01.01

이미지 관리는 이혼남에게 더욱 절실하다

40대가 되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남자로서의 기초적인 이미지 관리가 특히 손에 꼽힌다. 젋었을 때는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고, 결혼할 때는 하는둥 마는둥 적당히 했던 일이다. 아주 기초적인 일들을 말한다. 체중관리, 표정관리, 면도, 손톱이나 헤어 같은 단순히 '단정한 용모'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하는 것들. 20대 때에는 그냥 속물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리고 그 덕에 나는 황금 같은 젊은 시절을 관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들에게 보여지면 살았다. 그것이 나의 가치를 그만큼 깎아 먹었을 것이고, 그게 내 결혼 생활의 실패에 기여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40대에 들어선 이혼남에게 자기 이미지 관리는 필수다. 정말 기초적인 것들을 얘기하는 거다. 남자로서의 기초적인 이미지 관리, 용모와 말..

생존기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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