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하고 나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법원이 말해주는 건 시간표뿐이다. 육아와 자식 교육은 같은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르다. 주말에 아이들을 만난다. 딸이 문자를 하고 아들이 전화를 하기 시작하면 신세계가 열린다. 서로의 눈에 변화를 알아차릴 틈 없이, 다음 만남을 기다리게 된다. 어느 덧 아이들은 훌쩍 커 있다. 딸의 키가 곧 할머니보다 커질 것이다. 사실 무언가를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은 사라졌다. 내가 가르친다는 건, 내가 옳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전제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건 내가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죄인이어서가 아니라, 세상이 그민큼 변했기 때문이다. 90년대의 논리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없다. “아빠는 왜 그렇게 했어?”아들의 질문에, 나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