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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남 45

이혼남의 자식 교육

이혼하고 나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법원이 말해주는 건 시간표뿐이다. 육아와 자식 교육은 같은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르다. 주말에 아이들을 만난다. 딸이 문자를 하고 아들이 전화를 하기 시작하면 신세계가 열린다. 서로의 눈에 변화를 알아차릴 틈 없이, 다음 만남을 기다리게 된다. 어느 덧 아이들은 훌쩍 커 있다. 딸의 키가 곧 할머니보다 커질 것이다. 사실 무언가를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은 사라졌다. 내가 가르친다는 건, 내가 옳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전제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건 내가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죄인이어서가 아니라, 세상이 그민큼 변했기 때문이다. 90년대의 논리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없다. “아빠는 왜 그렇게 했어?”아들의 질문에, 나는 눈..

생존기 13:15:34

이혼남의 썸

결혼 전에는 썸이란 없었다. 그 시절 애매한 구간이 있기는 해도 공식적으로 썸이라는 걸 사람들이 설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영어로도 사전에 등재된 것처럼 쓰이는 Situaionship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썸이란 결국 썸 단계에서 할 건 다했지만 사귄 건 아니니 차인 것도 찬 것도 아니고 그저 썸붕이 있을 뿐이다라는 ‘기적의 논리’를 실현하기 위한 후기 자본주의 선진국형 데이팅 마켓에 있는 연애의 단계에 해당한다. 이혼남이 연애를 하려고 하면, 들어보기는 했지만 경험은 못해본 이런 새로운 문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결혼하고 일년만에 이혼했다면 모를까, 5년에서 10년까지 결혼 생활을 한 사람들이 이러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의 아니게 이혼남인 나도 뒤늦게 세상을 따라잡을..

생존기 2025.07.08

100% 마인드

반반 결혼에 대한 글을 썼고, 블릿과 틴더에서 보이는 이런저런 연애와 데이트를 대하는 가치관을 잘 지켜보면 100% 마인드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김질하게 된다. 40대에 들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개인적인 만남에서 비용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게 커피 데이트거나, 스테이크 식사이거나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꼭 데이트에 국한해서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항상 팀원들에게 식사를 사는 입장이고,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이건 나만의 규칙이다.1. 나는 내 네트워크 유지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스스로 지불한다. 2. 나는 내가 데이트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스스로 지불한다.3. 나는 나와 내 커리어, 사업에 필요한 모든 투자를 먼저 직접 감행한다.I'll take ..

생존기 2025.03.23

이혼남의 자아 비판 III : Appearance, Behavior, Communication, Digital footprint (ABCD)

가장 뼈아프게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결혼과 이혼 전반에 대해 논하기 전에, 나의 성과나 도전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가장 먼저 반성하고, 가장 크게 반성하는 부분이다. 지금의 내가 한계를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자, 반성한다고 하는 이 순간에도 극복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실수를 하고 있는 부분. 한 마디로 행동거지와 의사소통 대인관꼐 능력이 부족한 점이 지금 나를 여기에 머물게 만들고 있다. 남자가 울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분명히 필요한 지혜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나 스승 같은 깊은 관계에서만 울 수 있다는 것이 부연 설명으로 붙는다. 하지만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눈물이 아니라 함부로 감정을 흘려서는 안 된다. 가장 쉬운 감정, 바로..

생존기 2025.03.23

이혼남의 자아 비판 II : Leadership + Status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사람 됨됨이를 제외하면 남성을 판단하는 객관적 척도는 분명히 있다. 얼마나 힘이 있느냐, 어떤 여자가 옆에 있느냐, 이 두 가지다. 후자의 경우 나는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니 일단 논외로 하자. 얼마나 힘이 있는지는 중학교를 졸업하면 주먹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얼마나 돈이 있느냐, 어떤 지위에 있느냐로 판단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나.승진을 했다고는 하지만, 너무 늦었다. 보통 나보다 최소한 1년에서 3년 정도 먼저 승진한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자기 반성을 위한 기준은 항상 엄격할수록 좋다.) 임원이 된 경우도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있다. 나는 분명히 뒤쳐져 있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늦게 시작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늦게 시작했기 때..

생존기 2025.03.16

부고와 장례식, 그리고 검은색 수트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아무리 호상이라고 하더라도 부고는 비보다. 결혼이나 돌잔치 같은 좋은 소식보다 좋지 않은 소식은 그 무게가 더 무거운 법이다. 나의 결혼식에서 얻은 생각보다 유용한 것이 검정색 수트다. 수트를 조금 더 알게 된 이후로 검정색 수트를 입는 일은 거의 없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아들의 입학식에서 입었던 네이비 수트다. 웨이트를 하기 전에 맞춘 옷이라 허벅지와 어깨가 커져서, 입을 수는 있지만 장례식장에서 절을 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수준이 되어 있었다. 원래 맞춘 곳에 가서 수선을 해야하는데 미리 챙기지 못했다. 비보는 항상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온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크게 몸무게가 불어 아예 못 입는 사태는 피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의 딸과 아들이 맞다. ..

생존기 2025.03.14

이혼남의 Storyroom, 혹은 명상 공간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이 공간은 너희들에게 아빠가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 모습을 상상해서 만든 공간이다. 특히 우리 딸은 항상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는데, 아빠는 그게 너무 좋단다. 색상은 노란색과 흰색, 커튼도 흰 색으로 얇게 해두었다. 집의 서북방 공간이고, 다른 가구 없이 아빠와 너희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1인 소파와 2인 소파, 그리고 가장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져 있다. 너희들이 없는 동안, 아빠는 이 방을 독서하는 방으로 쓴다. 서재와는 용도가 다르다. 서재에서 아빠는 업무용 복장으로 책을 읽는 것 보다는 독서를  하지만, 이 방에서는 편안한 복장으로 책을 읽는다. 이 방에서 책을 읽으면 너희들과 함께 책을 읽는 기분이 든다. 아빠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 전수하는 느낌이랄까. 책을 읽는다..

딸과 아들에게 2025.03.13

이혼남의 서재

이사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추가로 업무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다. 43세, 서재라고 할 만한 것이 생겼다. 아직 책을 여섯 상자 정도는 정리하지 못했다. 책장을 또 사야 하나 싶지만, 벽에 가구를 바짝 대어 쓰는 것을 망설이는 터라 굳이 돈을 쓰고 싶지 않다. 이전에 거실에 두고 쓰던 책상이 메인 스테이지를 차지했다. 전에는 이 책상이 TV가 있는 거실에 있었고, TV를 보는 사람과 내가 업무를 보는 공간이 겹쳐 충돌이 있었는데, 이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된 셈이다. 심지어 이 서재에는 커튼도 없다. 일부러 창을 가리지 않았다. 밖에서 나를 보이게 함으로써 이 공간에 들어올 때에는 나도 제대로 일할 의지와 복장을 갖추고 들어오도록 했다. 이제 더 이상 카페에서 일하려고 굳이 충전기를 들고 나다닐 필요는 ..

생존기 2025.03.09

유튜브와 TV가 없어지면 아이들은 길을 스스로 찾는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아빠가 이번 이사를 감행하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티비를 없애는 일이었다. 아빠가 업무용으로 태블릿을 사용하긴 하지만, 너희들은 이 태블릿을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지난 번 너희들이 바뀐 아빠 집에 왔을 때 텅 빈 거실에 거대한 책상만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예전에 이 집에 지금보다 어린 너희들이 왔을 때는 할머니의 티비가 거실에 있었다. 그 때는 너희가 지금처럼 티비에 익숙하지 않고 유튜브를 볼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티비가 있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지난 2년간 작은 집에서 살면서 너희들은 티비에 익숙해졌고, 아빠의 유튜브 프리미엄 계정을 충분히 활용하였다. 집은 좁아지니 몸을 쓰면서 놀 공간이 없었고,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놀이터가 없으니 주차장에 고양이말고는 나갈 이유..

딸과 아들에게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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