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남의 썸

싱글맨 2025. 7. 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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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는 썸이란 없었다. 그 시절 애매한 구간이 있기는 해도 공식적으로 썸이라는 걸 사람들이 설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영어로도 사전에 등재된 것처럼 쓰이는 Situaionship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썸이란 결국 썸 단계에서 할 건 다했지만 사귄 건 아니니 차인 것도 찬 것도 아니고 그저 썸붕이 있을 뿐이다라는 ‘기적의 논리’를 실현하기 위한 후기 자본주의 선진국형 데이팅 마켓에 있는 연애의 단계에 해당한다.

이혼남이 연애를 하려고 하면, 들어보기는 했지만 경험은 못해본 이런 새로운 문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결혼하고 일년만에 이혼했다면 모를까, 5년에서 10년까지 결혼 생활을 한 사람들이 이러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의 아니게 이혼남인 나도 뒤늦게 세상을 따라잡을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한 한국형 결혼 전제의 데이팅 앱에서 돌싱이 연애를 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다시 한 번, 결혼 생활이 얼마나 길었는지는 여기서 문제가 분명히 된다. 유튜브로 다시 최신 교육과정의 데이팅을 배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런 저런 유튜버들의 조언이 뭉개져 뭘 해야할 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일 수밖에 없다. 해외 앱으로 간다고 해서 얻을 것이 많지는 않다. 로맨스 스캠으로 내가 판단한 것만10건이 넘는다. 왜 하나처럼 다들 일본이나 동남아에 살고 34세에 부산에 사는 한국인 부모가 있는 여자들만 연결이 되는지 모를 일이다. (따지고 보면 충분히 짐작이 가지만) 모르긴 몰라도 벌써 나의 사진이 인터넷 어딘가를 흐며 또다른 로맨스 스캠을 양산하고 있을 거다.

내가 썸을 시작한 건 문 밖으로 나가서 가능했다. 큰 돈을 쓰지는 않았지만 나름 이미지에 신경을 쓰며 백화점에서 피부 관리용품도 사고 성수동의 핫플들도 다녀보았다. 데이트를 목적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나를 업그레이드하려고 골방에 있다가 햇빛을 못 보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데이팅 앱에는 답이 없다. 데이팅앱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나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연애와 결혼 시장에 있는 현역 여성들의 생각이다. 여기서 누굴 만나도 좋다. 가능만 하다면야. 다만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47세 여성일 때 그녀를 만날 것인지 경각심을 가지고 자기계발과 경제력 향상에 몰두할 것인지는 그대의 선택에 달렸다.

이혼남이 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연애라는 건 실전이고 데이트는 어디까지나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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