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남, 반드시 요리를 해라

싱글맨 2025. 8. 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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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주권이라는 말을 아는가. 전시 혹은 위기 상황에 국가의 식량 동원능력과 평시에 식량 수입이 끊겨 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한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비슷하게 식사 주권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혼남이라면 특히나.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에 익숙한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먹는다는 행위가 의존이라는 걸 잊게 된다. 그건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내 입에 들어가는 걸 컨트롤 하지 못하게 되면서,
관계 안에서의 무력감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혼을 하고 나면 밥을 차려줄 사람이 없어지거나, 함께 식사를 할 사람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아이나 배우자에게 밥을 차려줄 일도 사라진다. 처음 이혼하고 나서 의외로 감정젇인 타격이 컸던 것은 아들에게 분유나 이유식을 먹일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헛헛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엔 나도 대충 먹는다. 삼각김밥, 컵라면, 편의점 도시락. 문제는 그게 익숙해진다는 점이다. 배달앱이 깔리는 순간 식사주권은 이미 반쯤 날아간 것이다.

그 순간부터 식사는 생존이 아니라, 회피가 된다. 누군가와의 식사에서 내가 사라진 것처럼, 혼자의 식사에서도 나는 점점 사라진다.

그래서 요리를 해야 한다. 그게 맛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나를 위한 음식을 내가 만든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레시피에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간단한 달걀 요리만 할 수 있으면 대단한거다.

냉장고를 열고, 뭘 해먹을지를 생각하고, 식칼을 들고, 프라이팬을 올리고, 물을 끓이고, 간을 본다.

브로콜리 버터볶음



이건 식사라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다시 주인공으로 세우는 과정”이다.

요리를 시작하면 달라지는 것이 있다.
• 냉장고가 정리된다.
• 시간을 구조화하게 된다.
• 장보기가 계획이 된다.
• 건강이 눈에 들어온다.
• 그리고, 외로움이 줄어든다.

누군가와 밥을 먹지 않아도 그 시간에 ‘누군가를 위해 차리는 내 모습’ 을 스스로 목격하게 된다.

요리는 감정 조절 수단이 아니다. 요리는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연습이다. 혼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훈련이다.

등심 스테이크



이혼남이라면 반드시 요리를 해라.
그건 건강 때문도 아니고, 취미 때문도 아니다.

그건 “다시 내 삶의 식탁을 내가 책임지겠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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