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차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밥을 제대로 못 먹는 남자에 대한 존경심은 0이다. 특히 부모 세대의 이혼남들이 밥차려 주는 사람이 없어서 재혼하고 싶다는 소리를 하는 것만큼 못난 소리가 없다. 혼자 식사를 해결한다는 건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로, 그걸 못한다는 건 상식을 갖추지 못한 것과 다름 없다.
스스로 밥을 해먹을 수 없으면 필연적으로 남이 해주는 밥을 먹게 된다. 식사를 남에 손에 맡긴다는 건 잘 생각해보면 굉장한 신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조선의 왕들이 괜히 기미상궁을 둔게 아니다. 남이 해주는 밥은 무엇인가. 맛은 있을 수 있겠지. 거기에 뭐가 들어가는지는 알고 있나. 스스로 식사를 못한다는 것은 오로지 나의 건강을 남의 손에 맡긴다는 의미와 같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 해먹고 설거지까지 하는 혼밥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랑스러운 자기 보존의 행위이다.
편의점이나 직장의 구내식당, 혹은 배달 음식에는 필연적으로 첨가제나 조미료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을 내면서 소비될 때까지 음식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인 직접 만든다면 넣지 않을 그 물질이 음식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람들은 예정보다 빨리 늙는다. 건강을 챙기는 측면에서도 혼자 식사를 해결할 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익숙해지는 외식이 비만으로 이어지고, 이혼남의 수명을 갉아 먹는다.
만약 지금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다거나 이혼을 앞두고 있다면, 철저하게 본인의 식사는 알아서 해결하길 바란다. 내가 만들지 않은, 잠재적 적대세력이 있는 집에서 먹는 음식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절대로 이혼예정자를 믿지 마라. 이런 얘기가 너무 극단적인가. 이혼을 할 때 하더라도 설마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겠냐고? 당신이 바로 다음 그것이 알고 싶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애인이든, 결혼을 했든 이혼을 할 예정이든, 지금 뭔가 이 관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고 곧 헤어질 예정이라면, 그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거나, 잠을 청하지 말고, 같은 메신저를 쓰지도 말아야 하는 것처럼, 같이 식사를 하거나 해주는 밥을 먹지도, 건네주는 물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다시 한 번, 이혼남이 혼밥을 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충분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식사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식량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진보한 사회에서 우리 옆에 있는 스마트폰이 어떤 역할을 할지 항상 의심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진보한 것은 통신 기술만이 아니다. 우리는 한 사람을 죽이는데 뭐가 필요한지는 정확히 알고 있지만, 기도는 할 줄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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