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아들에게

아빠 바보

싱글맨 2023. 6. 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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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에게,

우리 딸과 아빠는 지난 번 만났을 때, 서로 약간 다른 생각을 했다. 서로 다른 생각의 내용이 중요하지는 않다. 네 동생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빠는 네게도 네 것을 쉽게 양보하거나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좋다. 

부루퉁

이런 상황은 오히려 좋다. 네가 네 생각을 스스로 아빠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점을 아빠는 설명했다. 너와 아빠가 서로 동의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서로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게 문제라고. 네 생각을 드러내는데 의미가 있으니 잘 했다고 말이다. 

네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네가 양보한 것이 많았을 것이다. 네가 참고 넘어간 것들 말이다. 네게 언젠가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의 누나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너는 그런 아이니까. 마음이 너무 예뻐서 다른 사람이 요구하는 것을 안 들어주기힘들어 한다는 것을, 아빠는 잘 안다. 

네가 커나가면서 '아빠 바보'라고 말할 날도 많을 것이다. 아빤 네가 전혀 아빠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을까봐 걱정스럽다. 네가 네 스스로 생각을 관철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언제부턴가 네가 수동적이 되었다는 의미일테니까. 



네 생각을 남에게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것과 너만의 주장이 없는 것은 다르다.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네 생각이 있다고 해서 그걸 항상 드러낼 필요는 없다. 특히 안다고 해서 다 말하는 것은 병이다. 하지만, 네 생각 자체가 없어지면 그건 문제고, 네가 아빠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더 큰 문제겠지.

네 할아버지를 생각해본다. 당신의 인생이 행복했을까. '아빠' 는 힘들다. 몸이 힘든 것과는 다른 문제다. 아빠라는 사람은 너희에게 챌린지를 하는 사람이다. 아빠에게 아버지 그러니까, 너희들의 할아버지는 항상 넘어야할 큰 산이었다. 아빠는 할아버지의 현장에서 발휘되는 순발력을 사랑했고, 할아버지가 나이들어 작아졌을 때, 무척이나 실망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빠를 너희들의 친구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적어도  아빠가 아는 아빠의 역할은 세상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다가 매우 적절한 시기에 아주 아쉽게  너희들에게 져주는 사람이다. 이건 다른 글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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