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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바보

사랑하는 딸에게, 우리 딸과 아빠는 지난 번 만났을 때, 서로 약간 다른 생각을 했다. 서로 다른 생각의 내용이 중요하지는 않다. 네 동생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빠는 네게도 네 것을 쉽게 양보하거나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좋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좋다. 네가 네 생각을 스스로 아빠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점을 아빠는 설명했다. 너와 아빠가 서로 동의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서로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게 문제라고. 네 생각을 드러내는데 의미가 있으니 잘 했다고 말이다. 네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네가 양보한 것이 많았을 것이다. 네가 참고 넘어간 것들 말이다. 네게 언젠가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의 누나가 ..

딸과 아들에게 2023.06.22

이혼을 했든 결혼을 했든 밥은 알아서 해먹어야 하는 이유

밥차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밥을 제대로 못 먹는 남자에 대한 존경심은 0이다. 특히 부모 세대의 이혼남들이 밥차려 주는 사람이 없어서 재혼하고 싶다는 소리를 하는 것만큼 못난 소리가 없다. 혼자 식사를 해결한다는 건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로, 그걸 못한다는 건 상식을 갖추지 못한 것과 다름 없다. 스스로 밥을 해먹을 수 없으면 필연적으로 남이 해주는 밥을 먹게 된다. 식사를 남에 손에 맡긴다는 건 잘 생각해보면 굉장한 신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조선의 왕들이 괜히 기미상궁을 둔게 아니다. 남이 해주는 밥은 무엇인가. 맛은 있을 수 있겠지. 거기에 뭐가 들어가는지는 알고 있나. 스스로 식사를 못한다는 것은 오로지 나의 건강을 남의 손에 맡긴다는 의미와 같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 해먹고 ..

생존기 2023.06.13

국제결혼은 과연 답인가?

국제결혼이 답이라는 얘기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농담반 진담반 나오는데, 한 번 따져볼 일이다. 답이 예인지 아니오인지를 논하기 전에, 국제결혼이 답이라는 대답은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결혼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베트남 결혼'과 '새터민 결혼'이 검색된다. 질문의 의도를 생각해보자. 국제결혼이 답이라는 얘기는 국내에서 같은 한국인끼리의 결혼이 답이 아니라는 얘기의 연장선 상에 있다.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애초에 한국인끼리 결혼하는 경우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하지만 그전에, 국제결혼에 대한 팩트만 챙겨보고 가도 늦지 않는다. 아래 통계는 index.go.kr에서 e-나라지표를 통해서 찾은 통계청 자료를 캡쳐한 것이다. 2023년에 발표된, 2022년..

생존기 2023.06.05

이혼남, 아빠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때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너희들의 아빠라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기쁘다. 아빠랑 만났다가 헤어지는 시간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우는 우리 딸을 보면 항상 마음이 아프다. 그만큼 너희들을 다시 만나는 날이 되면 문 밖에서부터 너희들의 웃음 소리가 들릴 때 아빠의 마음이 흐뭇하기 그지 없단다. 아빠에게 삐질 때가 있으면서도 아빠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편지와 그림을 선물해주는 우리 아들을 생각하면 아빠는 언제고 웃을 수 있다. 아빠가 그림 솜씨가 형편없어서, 다른 손을 빌려 우리 딸의 얼굴을 그려봤단다. 사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참고한 사진에는 아빠의 큰 선글라스가 씌워져 있었지. 얼굴의 반을 가린 아빠의 선글라스도 우리 딸의 미소를 지우진 못했다. 아빠랑 같이 있는 날이 적지만 편지에 적혀 있는 키워줘서..

딸과 아들에게 2023.06.04

네이비 블레이저, 반드시 필요한 3가지 이유

네이비 블레이저를 하나 걸치는 것만으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흔한 아이템이라고 치부하는 것보다는 그만큼 네이비 블레이저의 활용성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여기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1. 깔끔한 이미지를 심는다. 오프로드 동호회에 나간다면 스포티한 캐주얼에 SUV를 몰고 나가는 것처럼, 꼭 일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살짝 포멀한 이미지가 필요한 자리라면 네이비 블레이저를 활용할 수 있다. 자켓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정장을 입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네이비는 기본 색상이고 튀지 않는다. 40대 남성에게 20대가 누리는 호사는 없다고 보면 된다. 30대까지만 해도 티셔츠 하나로 버티면서 상황을 소화할 수 있지만, 40대가 되면서 똑같은 의복으로 모든 상황을 소화하려고 ..

생존기 2023.05.29

회식을 기피하는 이유

남의 돈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빼면, 회식은 참 슬퍼지는 시간이다. 반성의 시간이자 다짐의 시간이기도 하다. 더 이상 전염병을 걱정하지 않게 되면서, 회식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직장의 문화가 바뀌고 있고, 회식이라는 것이 업무의 연장일 수 있다는 단점을 단순히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작용으로 늘어난 회식의 횟수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닌지 여부를 진단할 필요도 없다. 판교 언저리에서 나가봐야 갈 곳이 뻔하긴 하지만, 익숙한 집들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이야기가 이어지고, 누가 승진을 했고, 누가 퇴직을 했고, 임금 피크제가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를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관성으로 작용한다. 그런 얘기들, 그런 주제가 나랑 상관없다거나 얘기할 가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

생존기 2023.05.28

어린이날 선물은 아빠에게 더 큰 기쁨이다.

나의 딸과 아들에게, 너희에게 아빠가 어린이날 선물을 할 수 있다는 건 아빠에겐 기쁨이다. 너희가 이제 레고를 가지고 놀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일단 레고를 하나씩 연령대에 맞는 것으로 선물을 준비했다. 조금 아쉬운건 너희들을 만나러 가니 이미 집에 레고가 있더구나. 아빠가 너희에게 레고를 처음 사주는 것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항상 그렇지만, 너희들은 원하는 것이 분명하지. 레고를 사주고 싶은 것은 아빠의 마음이고, 너희들이 가지고 싶은 것은 또 따로 있을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딸은 미미를 원했지. 정확하게 네가 원했던 미미 세트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미미 세트를 선물로 준비했다. 물론 이번에 너를 위해 준비해둔 레고는 동생의 생일에 너에게 따로 줄 선물이 될 것 같구나. 조립하느라 ..

딸과 아들에게 2023.05.21

이혼남이 상속한 아버지의 유품 part I

지금은 폐차를 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차 안에 있었다. 글라스 컴파트먼트 안을 무심코 열었을 때, 굴러떨어진 썬글라스 하나. 근처 안경점에 가지고 가서 피팅을 다시 했다. 휘어진 테를 복원하고 내 얼굴 길이에 맞추어 써보았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마지막으로 아들을 위해 운행했을 때 썼던 그 녀석이다 . 사실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당신께서는 썬글라스 너머로 무엇을 보았을까. 유품은 꼭 간직하겠다고 마음먹어도 여기저기 잃어버리기 쉽다. 한편으로 유품이라고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서랍장 구석에서 나오는게 유품이다. 유품을 정리해놓은 사당을 두고 있다면 모를까, 좁은 삶의 공간에서 생활에 치이다보면 어느새 잊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루하루의 삶이 비루하다..

생존기 2023.05.10

파워포인트의 기생충들

직장인이든 사업자든 상관없다. 일을 하면서 쉽게 착각을 하곤 한다. 어떤 서류 작업이나 행정적인 일을 처리했다는 것으로 자기 일이 끝났다고 믿는 것이다. 오늘도 출근한 어떤 사람들은 파워포인트 형식의 보고서나 엑셀 양식의 칸을 채움으로써 자기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그들이 한 일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파워포인트의 기생충들이다. 참석자 평균 연령이 높은, 특히 임원이 주재하는 회의에 들어가는 일만큼 꺼려지는 것이 없다. 그들이 '커리어'를 통해 갈고 닦는 기술은 종종 그 '빈 칸을 채우는 일이다.' 그들은 자기가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회의라는 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자리다. 그러나 정작 모인 자리에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툴이 많이 ..

생존기 2023.05.05

결혼의 유효기간은? (feat. 2023년 발표된 작년 이혼통계)

결혼은 대단한 노력을 들여 하는 일이다. 결혼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는 통계적인 대답이 있다. 2023년 3월 어김없이, 통계청은 2022년 자료를 기반으로 2022년 혼인 이혼 통계를 발표했다. '2022년 이혼 통계' 로 검색하면 어지간하면 통계청 웹사이트로 직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혼이 얼마나 늘고 줄었느냐가 아니다. 이혼이 줄건 늘건 결혼과 출생율 자체가 낮은 상황에서 이혼따위 뉴스거리도 안 된다. 이 통계가 중요한 사람들은 지금 30대 초반에 결혼을 희망하는 사람들이다.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결혼이 얼마나 갈 것인지 통계를 따져보는 일은 중요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주택을 사거나 빌리는 비용을 제외하고 상당히 검소하게 결혼식을 치른다고 해도 1-2천만원 정도는 쓸 각오..

생존기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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