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실제로 죽었다가 살아난 이혼남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대 장점은 나를 돌보되 생활의 조건을 돌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좋은 집에서 그럴 듯한 인테리어를 해놓고 살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뜻이다. 물론 좋은 집에 살면 좋지만, 싸게 사는 것이 당장 더 중요하다. 실제로 10평 지하 사무실에서 생활해도 샤워실이 없다는 걸 빼면 별다른 불만이 없다. 물론 아이들은 아빠 집에 올 때마다, 엘리베이터가 없고 허물어져 가는 좁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게 불편하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면 금방이다. 두 녀석 모두 빌린 집과 산 집의 차이를 알고 있다.
1주택에 월세 세입자를 받고, 내가 1주택으로 나오고 나서 그나마 싸게 내는 월세마저 아깝게 느껴지는게 현실이다. 지금보다 월세를 더 적게 내거나, 대출금 상환에 해당하는 사실상의 월세를 내더라도 소유권을 하나라도 더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게 내 고민이다. 실제로는 몸을 누일 곳만 있으면 되는 것이고, 내가 소유한 주택이 아닌 곳에 전입신고할 곳만 있으면 된다. 작년 회사 근처에서 25만원짜리 전입신고가 가능한 원룸에서 살아본 것도 일종의 경험이다. 실제로 전입신고가 이루어졌고 모든 합법적인 조치를 취했다. 다만, 위반건축물 원룸이 갖는 층간/벽간 소음 문제와, 불안한 배수에 따른 곰팡이 발생 문제는 뼈저리게 느꼈다. 30만원에 이 문제가 없는 곳을 골라내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부동산 투자의 다음 수를 고민하면서 모 경매사이트의 유료 결제를 했다. 한 달 결제를 먼저 했지만 당연히 한 달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다. 올해부터 받기 시작한 월세가 국세청 시스템에 신고되는 시점이면 DSR을 늘려 잡을 수 있다. 그 때까지는 실무적인 지식을 정리해놓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세자금대출의 크기와 경락잔금대출의 성격은 다르고 당연히 금리 차이가 난다. 계획관리지역의 일반적인 건폐율은 40%, 용적율은 100%이다. 토지 소유는 주택 수와 무관하며, 일반적으로 50% 수준의 융자까지만 가능하다. 이런 조각조각의 지식들이 나의 상황과 내가 보고 있는 주소에 맞게 공식화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연말까지의 과제다.
집은 사는 것 (Live)이 아니라, 사는 것 (Buy) 이다. 아니, 방금 전의 문장에서 영단어를 거꾸로 잘못 사용한 것이 아니다. 주택이란 주거의 공간만이 아니라 투자 자산이다. 이 말이 고까운 사람들은 지금 이 페이지를 닫고 나가면 될 일이다. 나는 부동산만 투자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당장 모든 주거용 부동산이 다시 상승장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Property라는 것은 개인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역점을 둘 수밖에 없는 것이고, 너무 없거나 너무 많으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사람에게 1주택만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전부 몰수해야 한다는 역대급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상대하지 않는다.
주택을 주거의 대상으로만 본 다는 것은 주택을 소비재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이런 인식은 현금흐름을 늘리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혼 생활의 여러가지 조건에 따라 1주택 소유 세대가 실거주를 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일종의 사슬이다. 현재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주거용 부동산을 소비재에서 자산 (생산재)로 전화할 수 없도록 옥죄기 때문이다. 아이들 학교 때문에,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보는 눈 때문에, 이런 이유로 실거주를 합리화한다. 난 선택을 한 셈이다. 이혼남으로서 지금 내 생활 수준이 준공 5년이내 아파트에서 실거주를 할 수준이 못 된다는 판단의 결과 나가기로 선택한 것이다.
이제 다음 문제를 풀 차례다. 현재의 재정 상황에서 소유권을 늘리면서 월세보다 싼 지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아주 싼 집이어도 관계 없다. 더 이상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거나, 아들딸과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나는 불편하더라도 아이들이 놀 공간이 있는 그런 집이 있는가. 그 집을 또 사고, 형편이 달라지면 다시 그 집에 세입자를 들이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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