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었다. 집주인이 비가 많이 오는 날 누수가 있었다고 했을 때, 이미 짐작했던 부분이다. 예전에 아버님의 자가에도 누수 문제가 있어 봤기 때문에, 집합건물의 누수를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집주인도 내게 경고했으니, 있는 문제를 감춘 것은 아니다. 다만 현관문 틈 사이로 물자국이 나면서 검은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걸 막아야 하는 것은 살고 있는 나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누수라는건 비가 많이 오는 날 비가 새는 일도 있지만, 사실 빗물이 고여 크랙 사이로 들어가서 스멀스멀 그 자취를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꼭대기층이라는게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나마 현관문 쪽에만 문제가 있고 방 안 쪽으로 큰 문제가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랄까.
세입자에게 임대를 내놓은 집도 돈이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다. 시스템 에어컨이 이유 없이 고장나는 경우 AS 출장비와 점검비는 오롯이 내몫이다. 다 각오했던 일이다. 2년차, 3년차 하자보수에도 집주인인 내게 대응해야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계약에 포함된 당연한 관리자로서의 서비스다.
분명히 나의 몫인 일이라고는 해도, 손이 가는 것이 분명히 귀찮은 일이다. 특히 공동주택, 특히 '집합건물'에서 사는 것에 진절머리가 느껴진달까. 집이든 업무 공간이든 집합건물의 형태가 멀쩡한걸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누수가 있거나 방습이 안 되거나 결로가 있거나 방음이 안 되거나 층간소음이 있거나
이혼남에게 적합한 주거 형태나 공간은 무엇일까. 영화 탑건 매버릭의 격납고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룰 생각이다.) 내가 꼽은 조건은,
1. 혼자 사는 공간,
2. 충분한 층고와
3. 나만의 비즈니스 (그것이 일이든, 취미든)
4. 최소한의 유틸리티 (수도, 전기, 가스 등)
5. 바닥난방은 침실에만 국한되면 되고,
6. 티비같은 것은 별 필요가 없다.
7. 그리고 도심이면 좋지만, 사실 상황에 따라서 위치가 사막이어도 상관없고,
8. 용도가 공장이든 임야든 전형적인 '주택'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최근에 내가 땅을 보고 다니는 이유다. 달랑 6평이어도 나만의 공간이 있는 것이 중요하고, 나에게 맞는 공간의 건축을 의뢰할 생각이다.
물론 땅을 보고 다니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지금 2주택으로 가는 것이 맞느냐, 부동산 투자의 관점에서 지금 아파트를 두고 다른 형태에 투자하는 것이 옳으냐, 대출은 얼마가 적당한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인지, 건축 인허가의 문제는 없는지, 적절한 위치와 적당한 평당가인지, 의문과 망설임으로 한 달 정도를 보내고 있다. 최근 포스팅이 뜸했던 이유다.
위의 조건들은 내가 생각한 나에게 맞는 조건에 불과하다. 분명한 것이 있다면, 반드시 '혼자 생활하는 공간'이 어떤 형식으로든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남성에게 "Man Cave"는 반드시 필요하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행동할 공간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원주택을 찾는다. 하지만 '나만의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부부가 함께 생활할 전원주택을 찾는 것은 잘하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전원주택을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이 '커플의 공간'인지 아니면 진짜 '전원과 농사'가 필요한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전원주택을 찾는 이의 가슴에 답답한 것이 과연 '전원'의 문제인지 '내 공간의 부재'에 있는 것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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