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경매 입찰 기일 이후 실망한 4가지 이유

싱글맨 2023. 8. 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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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을 준비하고 휴가를 이용해 임장을 하면서 주행거리가 20만을 넘겼다. 나는 이번 회차 입찰을 하지 않기로 했고, 낮에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입찰 실시간 상황을 살폈을 때, '진행'으로 떠 있는 것을 보고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법원에서 경매가 시작되면, 일단 입찰이 들어오지 않은 건들은 '유찰'로 상태를 변경시키고 나머지 '진행' 물건들만 가지고 하나씩 경매 절차를 시작한다. 당연히 지금은 앱으로 이 입찰의 실시간 현황을 알 수 있다. 내가 본 땅은 내 희망섞인 바램을 조롱이라도 하듯 경매가 진행되었고, 최저가에서 그리 높지 않은 수준으로 낙찰되었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불안해서가 아니었다. '진행' 상태로 대기하고 있을 때, 누군가 입찰을 했구나라는 생각에 내 바램이 근거가 없는 헛된 희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그것도 부동산 경매에서 늘 있는 일이다. 정작 내가 본격젹으로 불쾌해진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1. 낙찰가가 최저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세를 파악하려고 관공서와 건축사사무소, 농어촌공사까지 연락처를 뒤져 담당자를 만났고, 중개사도 세 군데 정도 들려보았다. 토지 투자를 하는 이들에게 늘 있는 일이지만, 토지를 처음 알아보는 입장에서 쉽지 않았다. 물건에는 하자가 없는데, 실무적인 하자가 몇 있었다. 경계측량을 해봐야 알겠지만, 분명이 경계 침범 이슈가 있어보였고, 흔히 이 부근에서 선호하는 집짓기 좋은 예쁜 모양의 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감정가가 시세에 꽤 근접했던 것을 근거로 하되 약간의 하자를 감안하면 내가 생각했던 평당 가격이 낙찰가와 매우 근접해 있었다. 

결국 시세조사는 틀리지 않았다는 예기가 된다. 내가 생각했던 입찰가는 낙찰가와 2백만원 차이였다. 물론 알고 있다. 1등이 아니면 소용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속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2. 입찰조차 하지 않았다. 
가격의 문제를 떠나서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2백만원 차이로 떨어지더라도, 입찰이라도 해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마침 입찰일에 직장에서 다른 일정이 있기도 했고, 첫 토지 투자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었는지, 나는 입찰조차 하지 않았다. 이건 입찰을 포기한 것인가, 아니면 두려웠던 것인가, 혹은 게을렀던 것인가.

나 스스로가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시세를 알아봤디면 시도는 해봤어야 했다. 후회는 패배감이 되었다. 왜 나는 제대로 물건을 골라 놓고도 아무런 것도 하지 못했나. 왜 나는 대출까지 어느 정도 알아본 상태에서 근거 있는 판단을 하지 못했을까. 눈 앞을 지나가는 사냥감을 지켜만 보고 있는 사자가 된 기분이었다. 

3. 아직도 수익률을 정해 놓을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시세를 알아봤다면, 내가 원하는 수익율을 정하고, 거기에 필요한 자금 계획이 서 있어야 두려움을 덜 수 있다. 100%는 아니지만, 근거 있는 판단과 함께 내가 그 물건을 들고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야 무서운게 덜 한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직도 자기 자본율과 수익률을 정해놓지도 못할 만큼 내 재정에 대한 파악이 안 되어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백날 도로폭이 얼마고, 몇 미터 접해 있는지, 부동산을 여러 군데 만나고 다니면 뭘 한단 말인가. 내가 가진 돈이 얼마고, 그 중 얼마를 투입했다면 이 정도 기대 수익률은 가지고 와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략적 판단이 안 되는 사람이 무슨 투자를 한다고 대충 싸 놓은 돈을 들고 설친단 말인가.

4. 그 와중에 건축과 설계까지 감정적인 몰입을 했다.
아직도 감정적이다. 여기에 어떤 개발 행위를 할 것인지까지 상상해버리는 바람에 물건을 냉정하게 보지 못하고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상상력은 중요하지만 과도하게 몰입해서 감정적으로 집착하게 되면 제대로 사고 팔 수 없다. 'ㄱ' 자 땅에 어떤 자재로 어떤 구조를 올리고, 창호는 뭘 선택하고 이런 쓸데없는 상상까지 해버린 것이다. 당연히 투자를 했더라도 당장 설계나 건축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돈 내고 측량이나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패배는 아주 썼다. 열심히 알아보고 다닌 것이 오히려 나의 미숙함을 드러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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