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 둔 남자와 여자를 각각 한 사람씩 만났다. 남자 후배는 내게 청첩장을 내밀었다. 여자 지인은 내게 본인의 소개팅 얘기를 했다. 두 사람의 대화 모두 본의 아니게 결혼 상담처럼 되어버렸다. 참고로 두 사람은 모두 내가 이혼한 것을 알고 있다. (나를 일부러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매우 얕게 아는 사이에서 이혼을 숨길 이유를 느끼지는 못한다.) 결혼과 이혼은 권하거나 말리지 않는다가 내 철칙이고, 둘 다 축하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내게 청첩장을 내민 후배의 결혼식에 나는 제대로 갖춰 입고 참석해서 박수치며 축하해 줄 생각이다. 기혼자일수록, 이혼남일수록 주변 사람들의 결혼에 축하를 아껴선 안 된다. 세상에 아무리 어려워도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결혼 환경이 통계적으로 쉽지 않아진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결혼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의 성공'이 단순히 결혼식의 무탈한 종료가 다가 아니라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내 지인들이 그 어려운 함정을 돌파해서 행복한 결혼에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같는 것은 그것만으로 멋진 일이다.
요새 소개팅하느라 바쁘다는 여성 지인과 식사를 하면서 주제넘게 결혼의 속성에 대해서 잠깐 말을 했다. 언젠가 글에서 다뤘던 결혼 자체의 법적 계약으로서의 속성에 대해서 얘기했다. 사랑만으로 결혼한다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말도 했는데, 약간 내 말을 들으면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커리어 특성상 남자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 사이의 남자를 만나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약간 서두르는 것 같았다. 그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신중하되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리라' 라는 말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30세 내외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높은 관심이, 건강하고 좋아 보이긴 했다.
두 사람에게는 결국 같은 말을 한 셈이다. 여성인 지인에게 한 말은 남성인 후배에게도 동일하게 했던 말이다. 요약하자면, '결혼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였다. 필연적으로 비용이 수반되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이 좀 이상하긴 했다. 내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내 규칙은 지켰다. 나는 결혼을 '해라 말라'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 사람은 청첩장을 찍었고, 다른 한 사람은 청첩장을 돌리고 싶어한다. 그건 그들의 선택이다.
결혼과 이혼은 전문가가 없는 영역이다. 결혼 생활을 길게 했다고 해서 결혼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이혼을 여러 번 하는 사람은 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이혼을 여러번 하는 사람보다 결혼을 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결혼과 이혼 문제에 관한한 변호사는 법적 절차에 대한 전문가는 있을 수 있어도, 결혼과 이혼의 실체와 개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까지 전문가일 수는 없다. 내부분의 경우 결혼도 이혼도 처음이다. 누군가 결혼과 이혼 문제를 겪고 있다면 비슷한 내 얘기를 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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