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인플루언서를 믿지 마라.

싱글맨 2023. 11. 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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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를 무작정 믿지 마라. 유튜브와 틱톡으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는 훌륭한 도구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케팅과 브랜딩을 위한 도구이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도구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판매를 전제로 한다. 꼭 무슨 "물건"을 팔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란 모든 것을 파는 도구이다. 아이디어, 사람의 이미지, 제품이나 상품의 분위기를 팔기 위한 속성이 있고, 이건 꼭 최근에 등장한 소셜 미디어만의 특징이 아니라, 모든 미디어의 본질이다. (소셜미디어를 SNS라고 줄여 부르는 일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것저것 되는 대로 줄여 단어를 만드는 것이 원래 역겨운 일이긴 하지만, 이건 특히나)

We call this God.

인플루언서가 해롭다, 나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빠른 학습이 필요할 때, 처음 접하는 분야를 대강 파악할 때, 인플루언서들의 컨텐츠는 순기능을 발휘한다. 나도 수많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몰랐던 것들을 배운다. 인플루언서가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언쟁은 유튜브 이전 세대에게 TV가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토론하는 것과 같은 문제의 2023년 버전일 뿐이다. 

인플루언서의 말을 믿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나서, 뭔가를 사본 경험을 한 적이 없는가. 그렇게 산 것은 유용한 것이었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플루언서는 말 그대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려 한다.' 유튜브와 틱톡이라는 대표 플새폼에 들어간 컨텐츠가 되는 순간, 뭔가 대단히 공식적인 정보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것들이 내게 쓸모가 있으려면, 상당히 시간이 지나고나서 내 상황에 맞춘 실행의 결과를 보고 따져봐야 한다. 어떤 말을 듣고 내가 특정한 행동을 하면, 그게 앞뒤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따져보기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불필요한 물건 정도를 산 것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나 큰 돈을 쓰는 투자를 인플루언서의 한 마디만 듣고 결정하게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아이디어나 생각을 파는 분야가 정치 유튜브이기도 하다. 미디어의 형식만 바뀌었을 뿐, 전통적으로 정치인들이 활용해온 대중 동원의 수단이다. 100년전에는 넓은 공간과 PA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 설비를 우리는 스마트폰속에 쑤셔 넣고 다닌다. 

분위기와 이미지를 파는 대표적인 컨텐츠나 명품이나 연예인의 컨텐츠이다. 명품 가방과 시계를 가지고 있으면 특별한 내가 될 거라는 subtle한 생각을 판다. 뜨려는 연예인과 뜬 연예인과 한물간 연예인 모두 자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채널을 운영한다. 그 이미지가 축적되면 그게 브랜드가 된다. 사람도 물건도 똑같다. 

부동산이 오르건 내리건, 부동산이 오른다 내린다 말하는 자들은 계속해서 플랫폼에서 돈을 번다. 금광을 찾으러 간 자들이 금을 캐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금을 캐러 오는 사람들에게 청바지를 만들어 판 사람이 돈을 버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셜 미디어는 대단히 강한 암시 수단이다. 당연히 세일즈에 이용된다. 그걸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결국 돈을 쓰는 것은 소비자니까. 컨텐츠에서 발생하는 감정은 소비로 연결된다. 그러니 인플루언서를 믿지 마라. 인플루언서는 믿는 것이 아니라, 구경하고 검증해야할 대상이다. 그게 실제로 나한테 쓸모가 있는지, 맞는 얘기를 하는지. 심지어는 이 블로그 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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