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정해져 있는 미래: 42세에 첫 회사를 시작하며 얻은 교훈 20가지

싱글맨 2023. 9. 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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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 이치로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벌써 5년전이지만, 불행히도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를 먼저 만난 것은 작은 불행이었다. 사실 '42세에 첫 회사를 시작하며 얻은 교훈 20가지'를 먼저 읽었어야 했다. 이 책이 속편이지만, 사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직장생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독립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직장 도서관에서 빌렸다는 사실은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저자는 교토대 출신의 백화점을 다니다 구제 기모노를 판매하는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1세대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라고 할 수 있는 세대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이미 온라인 판매가 이미 레드 오션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지금, 이 책이 말하는 독립과 사업을 위한 교훈은 굳이 이 블로그에서 다룰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작가가 창업하기까지 마음 속의 갈등과 가족의 지지에 대한 내용을 책 초반에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화려한 창업 스토리가 아닌 독립 창업을 위한 어두운 부분을 다루고 있는 책은 상대적으로 귀하다. 

40대 창업을 앞둔 기혼 남성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 직장이 주는 당장의 안정성을 포기하는 일에 대해서 과연 아내가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부분이 책의 두번째 장에 나온다. 작가가 아내에게 '괜찮겠어? 회사를 그만둬도.' 라고 물었을 때, 배우자가 '괜찮아. 지금가지 힘들게 일했잖아.' 라고 대답을 해주었다는 대목에서 비슷한 처지의 남성들은 하나같이 울컥할 것 같다. 

물론 대답을 하는 입장에서도 상당히 불안하게 승인한 것이고, 가족들이 당사자의 배짱을 칭찬하는 것은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이후 결과론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작가도 그 점을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가와 자식들의 지지까지 받아 본인의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은 내심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심으로 뒤늦게나마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독립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힘든 선택을 앞두고 가족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 내 일의 성과를 인정해서 나오는 뿌듯함과는 또다른 성격의 복이다. 그런 지지는 내 평소 생활에 대한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기는 하나, 분명히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의 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지지가 있을 때, 남자는 자기 자신을 불태울 준비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쯤에서 이 블로그의 주제인 이혼으로 돌아와 본다. 나는 그러한 지지를 얻지 못했다. 반대로 이혼을 겪고 재산분할을 하게 되면서 공동으로 계약한 전세보증금 전액을 자기가 하루라도 빨리 빼가겠다는 전 배우자를 겪었다. 지금 내가 지지를 찾을 대상은 허공에 있는 '나를 믿어주는 여자'가 아니라, 모든 불안함을 무릎쓰고 살기 위해 이혼을 택한 나의 선택 자체에 있다. 아이들과 멀어지고 옆자리에 나와 함께해 줄 이가 평생 없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자신의 길을 가기로 선택한 나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자부심. 지금 내게는 그것 하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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