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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선물은 아빠에게 더 큰 기쁨이다.

나의 딸과 아들에게, 너희에게 아빠가 어린이날 선물을 할 수 있다는 건 아빠에겐 기쁨이다. 너희가 이제 레고를 가지고 놀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일단 레고를 하나씩 연령대에 맞는 것으로 선물을 준비했다. 조금 아쉬운건 너희들을 만나러 가니 이미 집에 레고가 있더구나. 아빠가 너희에게 레고를 처음 사주는 것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항상 그렇지만, 너희들은 원하는 것이 분명하지. 레고를 사주고 싶은 것은 아빠의 마음이고, 너희들이 가지고 싶은 것은 또 따로 있을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딸은 미미를 원했지. 정확하게 네가 원했던 미미 세트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미미 세트를 선물로 준비했다. 물론 이번에 너를 위해 준비해둔 레고는 동생의 생일에 너에게 따로 줄 선물이 될 것 같구나. 조립하느라 ..

딸과 아들에게 2023.05.21

이혼남이 상속한 아버지의 유품 part I

지금은 폐차를 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차 안에 있었다. 글라스 컴파트먼트 안을 무심코 열었을 때, 굴러떨어진 썬글라스 하나. 근처 안경점에 가지고 가서 피팅을 다시 했다. 휘어진 테를 복원하고 내 얼굴 길이에 맞추어 써보았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마지막으로 아들을 위해 운행했을 때 썼던 그 녀석이다 . 사실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당신께서는 썬글라스 너머로 무엇을 보았을까. 유품은 꼭 간직하겠다고 마음먹어도 여기저기 잃어버리기 쉽다. 한편으로 유품이라고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서랍장 구석에서 나오는게 유품이다. 유품을 정리해놓은 사당을 두고 있다면 모를까, 좁은 삶의 공간에서 생활에 치이다보면 어느새 잊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루하루의 삶이 비루하다..

생존기 2023.05.10

파워포인트의 기생충들

직장인이든 사업자든 상관없다. 일을 하면서 쉽게 착각을 하곤 한다. 어떤 서류 작업이나 행정적인 일을 처리했다는 것으로 자기 일이 끝났다고 믿는 것이다. 오늘도 출근한 어떤 사람들은 파워포인트 형식의 보고서나 엑셀 양식의 칸을 채움으로써 자기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그들이 한 일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파워포인트의 기생충들이다. 참석자 평균 연령이 높은, 특히 임원이 주재하는 회의에 들어가는 일만큼 꺼려지는 것이 없다. 그들이 '커리어'를 통해 갈고 닦는 기술은 종종 그 '빈 칸을 채우는 일이다.' 그들은 자기가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회의라는 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자리다. 그러나 정작 모인 자리에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툴이 많이 ..

생존기 2023.05.05

결혼의 유효기간은? (feat. 2023년 발표된 작년 이혼통계)

결혼은 대단한 노력을 들여 하는 일이다. 결혼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는 통계적인 대답이 있다. 2023년 3월 어김없이, 통계청은 2022년 자료를 기반으로 2022년 혼인 이혼 통계를 발표했다. '2022년 이혼 통계' 로 검색하면 어지간하면 통계청 웹사이트로 직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혼이 얼마나 늘고 줄었느냐가 아니다. 이혼이 줄건 늘건 결혼과 출생율 자체가 낮은 상황에서 이혼따위 뉴스거리도 안 된다. 이 통계가 중요한 사람들은 지금 30대 초반에 결혼을 희망하는 사람들이다.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결혼이 얼마나 갈 것인지 통계를 따져보는 일은 중요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주택을 사거나 빌리는 비용을 제외하고 상당히 검소하게 결혼식을 치른다고 해도 1-2천만원 정도는 쓸 각오..

생존기 2023.05.02

이혼남 출근룩, 어떻게 입을 것인가. (feat. 리바이스)

마스크를 끼고 출근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던 시절에는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 이전에는 집에서 제 시간에 나오는 것이 목적일 정도로 입는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나 자신을 돌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대개의 경우 회색 반팔 티셔츠 몇 벌과 바지 두 개 정도를 돌려 입었고, 추우면 코트를 걸쳤다. 심지어 언제부턴가 티셔츠의 색상을 바꾸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 티셔츠의 색상을 통일도 했었다. (IT 업계 특성상,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 유령이 떠도는 직장의 분위기도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 이제 그 반팔 티셔츠의 목이 다 늘어났고, 바지는 거듭된 세탁에 쫄아들어 레귤러 핏이 스키니가 되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도 바뀌었고, 임원회의에 출석하는 일이 잦아졌다. 교육과 출장, 파견이라는 ..

생존기 2023.05.01

이혼남이 말하는 중년의 위기 (The Mid-life Crisis)

중년의 위기를 겪지 않는 사람을 매우 부럽게 생각한다. Mid-life Crisis라는 단어는 심심치 않게 미디어에 등장한다. 아침 드라마 따위에 등장하는 형태로, 혹은 스탠드업 코미디의 펀치라인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위기를 겪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늘상 똑같은 출근길에 어느 순간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그 느낌, 그렇다. 바로 그거 말이다. 당신이 월요일 아침마다 겪는 바로 그 것. 출근길 지하철에서 혹은 셔틀 버스에 오르면 바로 그 특유의 냄새가 있다. 딱히 좋다고 안 좋다고 하기에 애매한 그 냄새, 희망과 자조와 일종의 포기가 뒤섞인 그 냄새, 상큼한 섬유유연제 향기 사이로 느껴지는 기름에 절은 정수리와 결코 좋다고 할 수만은 없는 바로 그 '지난 주'의 냄새의 혼합물. 중년의 위기는 다름아닌 그..

생존기 2023.05.01

이혼남, 첫 월세를 받다. (feat. 아파트 공시지가)

이혼남의 계좌에 처음으로 월세가 입금되었다. 이게 무슨 기분일까. 좀 묘하긴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니다. 일하지 않고 번 돈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장족의 발전이다. 하지만 흔히 월세를 처음 받았을 때의 기분을 묘사하는 '경제적 자유'를 부르짖는 유튜버들의 말처럼, 극적으로 좋은 기분이 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머리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월세를 받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월세로 생활이 가능해야 일단락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상당한 지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직장인으로서가 아닌 나에게 교육비를 투자할 예정이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도 꽤나 지출을 했다. 분명히 거주비를 아낀 셈이지만, 그런 지출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계좌의 잔액을 ..

생존기 2023.04.20

아빠임을 느끼는 순간

음악을 들으며 아이들을 떠올릴 때 아빠가 되었음을 느낀다. 연애 문제로 가장 힘들 때 의지했던 음악을 다시 들어보자, 그 가사를 들을 때 배우자나 옛 연인을 생각하는가, 아니면 아이를 생각하는가? 가사 속의 '그대'가 내 짝이 아닌 아이들에 대한 것으로 들린다면, 심지어 아이가 성장해서 겪을 사랑과 그 아픔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면, 이미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아빠다. 제과점이나 장난감 가게 앞에 무심코 서서 아이들을 생각하거나 선물을 고르고 있을 때 아빠가 되었음을 느낀다. 쇼핑 중에 발견한 레고 세트, 아이들이 그려진 디자인의 접시나 머그컵, 캐릭터가 올라간 케익, 주차된 차 안에 있는 카시트와 틀림없이 아이들이 먹고 버렸을 것 같은 캐러멜 포장지, 딸이 좋아하는 옆집 강아지와 아들이 좋아하는 자..

생존기 2023.04.16

이혼남의 구두 (feat. 자기 관리의 지표)

결혼식 당일 신으려고 준비한 구두가 있다. 지난 10년 동안 그 구두는 나와 다른 이들의 결혼식, 졸업식과 장례식을 두루 경험했다. 아이러닉하게도 결혼식장에 신고 들어갔던 이 한 쌍은 가정법원에서도 신었다. 이혼을 한 이후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게 남은 것들을 둘러보면서 고쳐나가는 일도 많아졌다. 이혼남의 구두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 멋쟁이는 절대 아니었던 내게 검정색 구두만 두 켤레가 남아 있었다. 발이 커서 국내 기성화는 잘 맞지 않는터라, 미국산인 Rockport의 검정색 구두를 맞추었었다. 볼 너비와 발등 높이에 맞추어 기성화보다도 훨씬 길쭉한 신발 모양이 나온다. 10년 동안 잘 관리하지 않은 신발은 많이 낡았다. 신을 때 구두주걱을 쓰지 않고 몸무게로 그대로 눌러 신던 구두..

생존기 2023.03.26

이혼남의 직장 생활, 주당 52시간과 69시간 근무 사이

최대 69시간까지 근무를 허용하는 정책으로 말이 많은 모양이다. 52시간 근무는 적어도 대기업에서는 어느 정도는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다니는 직장이 업계 1위는 아니지만 나도 곧 장기근속휴가가 나올 때가 되가니, 솔직히 대기업이 아닌 업무 환경에서 실제 근무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오늘 얘기 하고 싶은 것은 근무 시간이 아니라,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혼남이 되기 몇년 전, 나는 뒤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이었다. 뒤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유는 가방 끈이 지나치게 길기 때문이고, 그게 아주 쓸모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쟁이 치열한 공채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회사'라는 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 처음에 회사생활을 할 때 근무 시간의 기준은 주당 40시간 최소 근..

생존기 202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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