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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278

이혼남이 단독주택을 공부하는 세 가지 이유

단독주택을 노래 불러 찾는 것은 사실은 이혼남인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다. 조기교육 덕분에 이 녀석들은 빌린집과 산 집의 차이를 알고 있고, 단독주택과 빌라와 아파트의 차이를 알고 있다. 골목길을 걸으며 단독주택이라고 말하면 내가 매번 '저건 단독주택이 아냐.'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좀 있으면 빌라를 집합건물이라고 부르는 날이 올 것 같다. 아이들이 단독주택을 좋아하는 건 집에서 뛸 수 없고, 계단이 싫기 때문이다. 아빠가 왜 멀쩡한 집을 내어주고 집을 빌려살고 있는지 설명을 들었음에도, 엘리베이터 없는 최고층 살고 있는 아빠때문에 계단을 저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단독주택을 알아보는 이유는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도시에서의 주거 기능은 사실, 주택보다는 사옥이 더 제대로된 역할을 할 것 같다. 직주..

생존기 2023.07.11

이혼과 결혼에 가족은 내편인가

이혼에 가족은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은 묘한 질문이다. 이 질문은 질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다른 질문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이 성립하는 이유는 결혼과 가족의 관계 때문이다. 결혼은 두 사람의 결합이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으로 작용하고, '혼주'라는 개념이 웅변하듯이 실질적으로 결혼의 주체는 부부가 될 두 커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새 이 개념이 희석됬다고는 하지만, 결혼정보회사가 성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희석의 정도가 크게 의미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혼을 논할 때 가족은 누구인가. 질문 속의 가족이 누구냐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다르다. 가족 구성원은 이혼을 맞닥뜨렸을 때 가장 강력한 우군이 될 수도 있지만, 떄로 이혼을 부추기거나, 이혼해야할 사람의 이혼을 극구 말리는 사람..

생존기 2023.07.10

이혼이 끝나면 생활이 찾아온다.

가정법원에서의 일이 끝나면 생활이 시작된다. 생존의 현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혼을 하고 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된다. 이혼은 지나치게 드라마화되어 있다. 결혼이 그랬던 것처럼 이혼이 세상의 주목을 받는 일이라 착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혼이 마무리되면 살아남기 위한 익히 알고 있는 그 투쟁이 시작된다. 그게 다다. 매일 하는 익숙한 전쟁이 시작된다. 혹시 이혼 과정이 길었다면, 이 일상으로의 회복도 큰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한 때에 지나지 않는다. 양육권을 받았건 친권을 받았건, 어떤 조건으로 이혼했는지와 관계 없이,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돈이 필요한 곳은 많다. 그리고 모두 잠든 후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더이상 낭..

생존기 2023.07.09

어느 연예인의 별거? 이혼 후에 보이는 '가족'의 헛점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 둘 혹은 하나로 그려지는 완벽한 가족의 이미지는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다. 늘어난 인구에 대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가족을 등록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의 결혼 문화와 가족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알려진 사람들의 이혼이나 별거가 알려질 때마다, 우리는 가족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최정상급 클래스의 커리어를 자랑하는 게이머의 결혼은 예능의 예고편으로 어제 뉴스를 통해 별거의 가능성을 암시하며, 별거의 결론이 이혼일지 졸혼일지는 모르지만, 본 방송의 조회수와 시청율을 높이는데 동원되는 것이 현실이다. 결혼이 원래부터 이렇게 나쁜거다라는 수준 낮은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단지 이게 사회가 결혼을 소비하는 방식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거다. 국가는 결혼과 이혼에 법적인..

짧은 글 2023.07.06

이혼 컨설팅?

이혼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법무법인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제 결혼이 돈이 안 되니, 이혼에 빨대를 꽂기 시작한 것이라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미 수 년전부터 있어왔던 일이기도하고. 변호사의 우정은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변호사의 서비스를 살 뿐이고, 이혼을 위해서도 같은 종류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이혼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혼에 필요한 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이혼을 안할 수도 있는 사람을 이혼에 이르게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이혼 컨설팅이란 그 둘 사이 어디엔가에 있다. 애초에 이혼전문변호사 같은 것은 없다. 당연히 이혼 전문 법무법인 같은 것도 없다. 사건이 급한 변호사는 어떤 사건이든 맡으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가정법 전문이 있..

짧은 글 2023.07.05

Prada L'homme, 일터에서 살아남은 향수

중년의 싱글에게 향수만큼 좋은 이미지 업그레이드 방법도 없다. 특히 함부로 '싱글'임을 말하기 어려운 이혼남이라면 향수는 나를 차별화하는 가장 좋은 무언의 방법이다. 하지만 일터인 직장, 사무실 같은 장소에서 향수를 사용할 때 필요한 것은 '경계'다. 향수를 안 쓰는 것보다 쓰는 것이 훨씬 좋지만,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너무 강렬한 향을 사용해도 안 되고, 너무 많이 향수를 뿌리거나, 직업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향을 쓰는 것도 곤란하다. 여기에 향수를 쓰는 남자의 고민이 있다. 애초에 향수를 쓰는 이유는 내가 일하는 장소에서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되, 좋은 이미지만 구축하고 지나치게 두드러지지는 않는 것이 목적이다. 목적 자체가 약간 모순된다. 어떻게 '드러나되 드러나지 않도록' 할 것인가? 남성..

생존기 2023.07.02

아이와 AI

AI 연구진과 얘기하다보면 느끼는 점은, AI를 학습시키는 일이 갓난아기를 가르치는 것과 초기에는 일정 부분 유사하다는 점이다. AI 연구자에게 아이를 키워보는 것이 꽤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게 들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농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미 아이들은 AI가 트레이닝 시키고 있다. 아이들이 유튜브 탐색을 하는 걸보면 느낄 수 있다. 지식만을 놓고 본다면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필요할까? ChatGPT의 최대 장점이자 문제는 듣고 싶은 말을 해준다는 거다.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듣고 싶은데 못 듣는 얘기가 있다면 두세번의 질문과 요청으로 원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똑같은 원리로 아이들은 어떤 AI 모델에게 뭔가를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듣고 싶은..

생존기 2023.06.30

이혼남: 죽음에 관하여

이렇게 같이 살면 죽을 수도 있어서. 그게 내가 이혼을 결심한 이유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죽었다가 살아났다. 이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밤, 나의 심장이 멈췄다. 저 멀리 하얀 불빛이 보이고,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따위 없다.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 아들인 나는 병상에서 마지막까지의 모습을 지켜봤다. 주치의는 이미 포기하고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당신께서 누워계시는 병상도 병실의 정식 병상이 아니라, 이미 움직일 준비가 다 끝난 임시 병상이었다. 요컨대 그 병상은 죽을 시간을 (Time of Death)를 기다리는, 임종을 지키는 가족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마지막 순간의 유언도 없었다. 그저 컨트롤이 사라진 몸에서 체액이 역..

생존기 2023.06.30

자식이 크고 나면 아빠의 인생은 끝나는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고개를 들어 이 시를 보았다. 틀렸다. 이 시가 틀려먹었다는 뜻이다. 싯귀를 읽고 나서 비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느 아빠가 이런 한심한 소리를 하는가? 소탈한 맛이 있는지는 몰라도, 세태와는 맞지 않는다. 자식이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자식의 인생에서도 대학은 큰 의미가 없고, 아빠된 입장에서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 자식이 대학 졸업하는 것을 다 큰 것으로 생각하는 비유라고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자식이 다 크고 나서 아빠가 자산을 매각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이가 좀 들어서 땅 팔고 여행을 다니려는 아빠를 보고 크는 자식은 똑같은 수준의 성장을 하고 자기 자식이 다 크면 자기 인생 다 산 것 같은 말을 또 할 것이다. 이게 통하던 ..

짧은 글 2023.06.29

직주근접의 달콤함

지하철 출퇴근을 하면서 직주 근접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도어투도어로 15분 안 쪽으로 끝내는 출퇴근 길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까지 뭐한다고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를 오가면서 길에 그 많은 시간과 돈을 뿌렸나. 오늘처럼 비가 뿌리는 날이면 그 생각은 더 간절해진다. 직장이 아무리 힙한 동네에 있어도 직장은 직장이다. 사무실과 내 방의 거리는 적당히 떨어져 있는데 좋지만,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 지하철로 15분이 걸리는 위치와 걸어서 15분이 걸리는 위치를 구분하지 못한다. 걸어서 15분 떨어져 있는 거리도 더운 날, 추운 날, 비오는 날 가려가며 출퇴근길이 얼마나 힘든지 불평하는게 인간이지만, 한편으로 이동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확연히 그 차이를 느끼기도 한다. 출퇴근에 들어가는..

생존기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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