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과 결혼에 가족은 내편인가

싱글맨 2023. 7. 1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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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에 가족은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은 묘한 질문이다. 이 질문은 질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다른 질문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이 성립하는 이유는 결혼과 가족의 관계 때문이다. 결혼은 두 사람의 결합이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으로 작용하고, '혼주'라는 개념이 웅변하듯이 실질적으로 결혼의 주체는 부부가 될 두 커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새 이 개념이 희석됬다고는 하지만, 결혼정보회사가 성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희석의 정도가 크게 의미있다고 보긴 어렵다. 

가족은 누구인가

이혼을 논할 때 가족은 누구인가. 질문 속의 가족이 누구냐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다르다. 가족 구성원은 이혼을 맞닥뜨렸을 때 가장 강력한 우군이 될 수도 있지만, 떄로 이혼을 부추기거나, 이혼해야할 사람의 이혼을 극구 말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이혼에 가족을 고려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가족이 나의 이혼을 좌지우지하게 두지 않았다. 미리 그들에게 이혼을 상담하지도 않았다. 말을 한 적은 있지만, 듣는 사람이라고 나의 이혼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있을리 만무하다. 이혼에 가족이라는 변수를 삽입하는 순간, 나의 이혼은 나의 필요에 의해 내가 행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어떤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내가 결혼을 결심한 근거는 지극히 낭만적인 것이었다.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나 결혼으로서 얻게 될 혜택에 대해서 별도로 고민해본 적은 없다. 그저 지금 추진하면 추진될 것 같고, 나이가 적당하니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결심한 결혼의 결과가 결코 좋지 못했기에, 이혼을 그렇게 나이브하게 결심하긴 싫었다. 결혼이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었던 이유로, 이혼은 반드시 온전히 나의 것이어야 했다. 

나의 이혼에 가족은 불타는 집을 보며 '어쩌지어쩌지' 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었다. 딱히 나쁠 것은 없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족이 나의 이혼에 뭔가 도움을 줬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타까워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나의 문제가 덜어지지는 않는다. 가족은, 이혼에 있어서 항상 나의 우군이 되는 사람들은 아니다.  

결국 질문의 대답은 가족들이 나의 결혼이나 이혼에 관계 없이 본인들 스스로 자기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인가에 있다. 그들이 자급자족이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면, 나의 결혼이나 이혼이나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족의 삶이 나의 혼인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가족들은 나의 결혼생활과 이혼 결심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다. 돈이 있고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나의 결혼으로 얻은 것이 있었던 가족들이나 나의 이혼을 통해 잃을 것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은 이익을 따라 움직일 것이다. 가족이 내 편이라는 착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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