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Prada L'homme, 일터에서 살아남은 향수

싱글맨 2023. 7. 2. 10:35
반응형

중년의 싱글에게 향수만큼 좋은 이미지 업그레이드 방법도 없다. 특히 함부로 '싱글'임을 말하기 어려운 이혼남이라면 향수는 나를 차별화하는 가장 좋은 무언의 방법이다. 하지만 일터인 직장, 사무실 같은 장소에서 향수를 사용할 때 필요한 것은 '경계'다. 향수를 안 쓰는 것보다 쓰는 것이 훨씬 좋지만,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너무 강렬한 향을 사용해도 안 되고, 너무 많이 향수를 뿌리거나, 직업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향을 쓰는 것도 곤란하다. 여기에 향수를 쓰는 남자의 고민이 있다. 

애초에 향수를 쓰는 이유는 내가 일하는 장소에서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되, 좋은 이미지만 구축하고 지나치게 두드러지지는 않는 것이 목적이다. 목적 자체가 약간 모순된다. 어떻게 '드러나되 드러나지 않도록' 할 것인가? 남성 향수중에 지나치게 마초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거나, 직장보다는 파티에 어울릴법한 섹시한 향을 만들어 파는 제품들이 꽤 있다보니, 이런 향수를 골라 직장에서 쓰려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나게 마련이다. 또 한편으로 무난하거나 직장용으로 지속력이 약한 향수를 고를 경우, 이걸 뿌리는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기 어려워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회의가 들 수도 있다. 

Prada L'homme

많은 향수를 써본 것은 아니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10 종류 정도의 향수 중에서 가장 무리없이 직장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제품이 Prada L'homme 이었다. 크리드나 존바바토스 같은 다른 제품도 사용하고 있지만, 사무실용으로는 프라다가 살아남았다. 사진 속의 프라다 제품은 내가 두 번째로 구매하면서 용량을 첫번째 제품보다 큰 것으로 골랐다. (그리고 벌써 2/5를 썼다!) 

주된 노트가 아이리스 향이고 꽤 오래 지속된다. 특히 자켓에 묻어있는 향이 자켓을 다시 입으려고 꺼냈을 때 베이스 노트가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간다. 향 자체가 강력하게 후각을 자극하는 향은 아니다. 하지만 은은한 베이스 노트가 오래 남아, 향수를 사용한 나도, '아, 아직도 향이 유지가 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 점이 좋았다. 타인에게 향으로 나를 어필하면서도, 이 향수가 나를 위한 제품이기도 하다는 점이 말이다. 그렇게 Prada L'homme가 직장용 향수로 나의 컬렉션 중에서 살아남았다. 

명품 브랜드지만 단순한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반원형의 바틀과 금속 캡, 평면은 투명하고, 곡면은 가죽 질감의 마감으로 디자인 된 병은 고급스럽지만 단순하다. Prada라는 각인이 잘 드러나면서도 보관중에 햇빛이 들어오는 쪽을 검정색으로 처리가 된 곡면이 향하도록 두면 빛으로부터 향수를 보호하는 기능도 일부 할 수 있다. 직선과 곡선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이 정도 향수를 10만원 내외로 구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지금은 검정색 바틀의 Prada L'homme을 쓰지만,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제품은 하늘색 마감의 Prada L'homme L'eau 였다. 비슷하지만 가벼운 향을 고른다면 L'homme L'eau가 더 좋을 수도 있다. 

반응형

'생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혼과 결혼에 가족은 내편인가  (0) 2023.07.10
이혼이 끝나면 생활이 찾아온다.  (0) 2023.07.09
아이와 AI  (0) 2023.06.30
이혼남: 죽음에 관하여  (0) 2023.06.30
직주근접의 달콤함  (3) 202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