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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276

2024년, 무조건 종이 다이어리를 써야 하는 이유

앱으로 일정을 관리하려는 모든 시도를 포기했다. Notion이니, Flow니, Evernote 같은 것으로 어떻게 해보려던 모든 시도를 포기했다. 구글 캘린더도 쓰지 않는다. 심지어 아틀라시안의 제품도 써보려고 했으나 다 집어치웠다. 내 선택은 그냥 스타벅스 다이어리다. 앱으로 뭔가를 계획하다보면 화면을 통해 보이는 문서를 예쁘게 꾸미는데 자꾸 집중하게 된다. 내 손 안에 들어갔을 때, 뭔가를 장악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한 달의 4주 혹은 5주가 원래 설정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중요하고,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 옮길 수 있어야 하는데, 의외로 앱을 사용하면 그렇지가 못하다. 충전이 부족하거나, 태블릿의 블루투스 키보드가 뭔가 마땅치 않아, 정작 내 생각을 빠르게 옮길 수가 없다. 20..

생존기 2024.02.05

수트 입은 이혼남 (주기적으로 수트를 입어야 하는 이유)

아마 수트를 처음 입었던 것은 입사 면접이었던 것 같다. 면접은 단순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업계 특성상 화이트보드 인터뷰를 포함한 기술 면접이 있고, 임원 인터뷰가 따로 있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입사 3년전에 채용 프로세스를 시작해서 6개월, 1년 주기로 기술 세미나가 진행되서 때마다 수트를 차려입고 가다보니 버거웠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블랙 수트를 어설프게 입고 갈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가벼운 자켓에 평범한 셔츠도 충분한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면접때의 나처럼 사무실에서 옷을 입지 않는다.) 그 때도 살도 쪘었고, 근육 운동은 안해서 옷매무새가 볼품 없었다. 제대로 된 수트를 새로 맞춘 것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였다. 그 때도 블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생존기 2024.01.01

연말 모임 단상 part II (이혼남의 네트워크)

2023년 12월 막바지까지 나는 사람을 만났다. 심지어 직장에서 가장 열심히 해야하는 일도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조직개편으로 싱숭생숭한 시기에 일을 붙잡고 있다는 것은 효과가 적은 일을 안고 있다는 증거에 불과하다. 게다가 사람을 만나는 일은 소속된 직장, '회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새로운 10년을 시작할 시기에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기존에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면서 할 일은 분명하다. 이제 필요없는 사람들을 치워버리고, 내 일이 도움이 되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2023년까지 작동하지 않은 관계는 내년에도 작동하지 않는다. 네트워킹이란 단순히 만나는 사람을 늘리는 일이 아니다. 고장난 채널을 정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대..

생존기 2023.12.31

연말 모임 단상 part I (feat. 동문회, 남자의 쓸모와 네트워크)

연말 동문회를 무려 5년만에 나가게 되면서, 나는 동문회를 비롯한 사회적인 모임들에 대한 내 생각이 틀렸음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파악한 동문회의 모습이나 성격이 틀린게 아니라, 그렇게 알아차린 동문회에 대한 나의 판단이 틀렸다. 심지어 내가 대학별 고등학교 동문회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동문회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20대에 겪었던 동문회장으로서의 경험이 그랬기 때문이다. 결국은 저녁식사와 2차 술자리를 예약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고, 어떻게 하면 여학교 동문회와 조인트 동문회를 잘 여는지가 동문회장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기 떄문이다. 소위 '동문회'라는 건 잘해야 '나중에 나이들어서 나눠먹기 잘 하는 조직' 이고, 최악의 경우 조인트 동문회에서 작업걸다가 술에 떡이 된 동문들..

생존기 2023.12.10

이혼남의 연애

이혼 이후에도 연애가 가능할까. 이혼 절차가 막 끝났을 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글에서도 여러번 다루었지만, 이혼 직후에 어떤 연애 관계에 돌입하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연애가 이혼의 이유가 아니었다면, 굳이 잔해를 처리하기도 바쁜데 다른 현장을 만드는 것이 좋을리가 없다. 문제는 생각보다 빠르게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다. 결혼하기 전, 2030 싱글로 연애를 하던 시절처럼 활기찬 연애 생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거나 접근을 해오는 사람은 생긴다. 당연히 착각하면 안 된다. 지인이 되었다고 해서 연애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니까. 선물을 받게 되는 일이 생기면 좀 난감해질 수는 있다. 이혼남인 내 입장에서는 연애를 고려하지 않는다. 지금 그럴 ..

생존기 2023.11.06

인플루언서를 믿지 마라.

인플루언서를 무작정 믿지 마라. 유튜브와 틱톡으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는 훌륭한 도구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케팅과 브랜딩을 위한 도구이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도구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판매를 전제로 한다. 꼭 무슨 "물건"을 팔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란 모든 것을 파는 도구이다. 아이디어, 사람의 이미지, 제품이나 상품의 분위기를 팔기 위한 속성이 있고, 이건 꼭 최근에 등장한 소셜 미디어만의 특징이 아니라, 모든 미디어의 본질이다. (소셜미디어를 SNS라고 줄여 부르는 일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것저것 되는 대로 줄여 단어를 만드는 것이 원래 역겨운 일이긴 하지만, 이건 특히나) 인플루언서가 해롭다, 나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빠른 학습이 필요할 때, 처음 접하는 분야를 대강..

생존기 2023.11.05

이혼남은 결혼과 이혼을 권하지도 말리지도 않는다.

결혼을 앞 둔 남자와 여자를 각각 한 사람씩 만났다. 남자 후배는 내게 청첩장을 내밀었다. 여자 지인은 내게 본인의 소개팅 얘기를 했다. 두 사람의 대화 모두 본의 아니게 결혼 상담처럼 되어버렸다. 참고로 두 사람은 모두 내가 이혼한 것을 알고 있다. (나를 일부러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매우 얕게 아는 사이에서 이혼을 숨길 이유를 느끼지는 못한다.) 결혼과 이혼은 권하거나 말리지 않는다가 내 철칙이고, 둘 다 축하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내게 청첩장을 내민 후배의 결혼식에 나는 제대로 갖춰 입고 참석해서 박수치며 축하해 줄 생각이다. 기혼자일수록, 이혼남일수록 주변 사람들의 결혼에 축하를 아껴선 안 된다. 세상에 아무리 어려워도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결혼 환경이 통계적으로 쉽지 않아진다고 해서 ..

생존기 2023.10.10

엄마랑 이혼한 아빠의 직업이 뭔지 궁금해요

사랑하는 나의 딸과 아들에게, 아빠는 무얼하는 사람인지 너희들이 궁금해서 묻는 경우도 있었고,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조사를 하기 때문에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 좋은 질문이다. 아빠는 뭘 하는 사람일까. 간단한 답은 있다. 아빠는 지금 회사원이다. 회사의 이름을 말하면 해결되는 일이지, 그리고 그 회사에서 아빠가 하는 일을 설명해주면 된다. 쉽고 원론적인 대답이다. (다시 말해, 본질적인 대답은 아니다.) 한국어로 다 '일 혹은 직업'으로 번역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아빠의 Job, Career, Profession, Calling, Mission은 전부 다른 뜻이다. 너희가 아빠한테 물었을 때, 아빠의 어떤 것을 물어본걸까. 좀 어려운 얘기다만. 물론, 이제 너희들이 그런 질문을 할 때가 되었다는 것만으..

딸과 아들에게 2023.09.03

정해져 있는 미래: 42세에 첫 회사를 시작하며 얻은 교훈 20가지

와다 이치로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벌써 5년전이지만, 불행히도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를 먼저 만난 것은 작은 불행이었다. 사실 '42세에 첫 회사를 시작하며 얻은 교훈 20가지'를 먼저 읽었어야 했다. 이 책이 속편이지만, 사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직장생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독립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토대 출신의 백화점을 다니다 구제 기모노를 판매하는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1세대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라고 할 수 있는 세대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이미 온라인 판매가 이미 레드 오션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지금, 이 책이 말하는 독립과 사업을 위한 교훈은 굳이 이 블로그에서 다룰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작..

생존기 2023.09.03

경매 입찰 기일 이후 실망한 4가지 이유

입찰을 준비하고 휴가를 이용해 임장을 하면서 주행거리가 20만을 넘겼다. 나는 이번 회차 입찰을 하지 않기로 했고, 낮에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입찰 실시간 상황을 살폈을 때, '진행'으로 떠 있는 것을 보고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법원에서 경매가 시작되면, 일단 입찰이 들어오지 않은 건들은 '유찰'로 상태를 변경시키고 나머지 '진행' 물건들만 가지고 하나씩 경매 절차를 시작한다. 당연히 지금은 앱으로 이 입찰의 실시간 현황을 알 수 있다. 내가 본 땅은 내 희망섞인 바램을 조롱이라도 하듯 경매가 진행되었고, 최저가에서 그리 높지 않은 수준으로 낙찰되었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불안해서가 아니었다. '진행' 상태로 대기하고 있을 때, 누군가 입찰을 했구나라는 생각에 내 바램이 근거가 없는 헛된 희망이었다는 ..

생존기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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