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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278

한계에 절망할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

세상은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말에 갸우뚱한다. 세상이 누군가가 살기를 원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도 세상에 살 가치가 있다고 항변하기보다 그걸 증명하고자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인간의 한계가 있다는 말에 우리는 숨곤 한다. 인간이 실수 투성이의 죄 많은 동물이라고 해서 나의 실수가 정당화되거나 죄가 사하여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계는 늘 있다라는 말을 누구나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라고 희석하면 안 된다. 상대방의 한계가 있음을 알면서도 그걸로 비난하려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내 한계도 있기 때문이라고 쉽게 대답하면 안 된다. 남의 한계나 허물은 나의 일이 아니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맞다. 전자는 한계에 절망히거나 체념하는 것이고 후자는 한계를 받아들이는..

짧은 글 2024.03.22

부모의 한계 Mediocre at best

나이가 들수록 부모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낀다. 그들의 시기를 살며 노력한 것을 안다. 그리고 그들이 그 이상을 했어야 마땅하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그들의 한계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게 내 스스로에 대한 평가의 기준을 만든다. 내 부모처럼 살고 싶은가? 아니 싫다. 내 아이들은 나처럼 살고 싶을까? 아니, 내가 그들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무엇인가. 이게 나를 포함한 99%의 인간이 가치가 없는 이유이자, 사람이 절대로 꽃보다 아름답지 않고, 가난한 노인이 경멸받아 마땅한 이유이다.

짧은 글 2024.03.22

이혼남 아빠의 초등학교 입학식 (feat. 네이비 싱글 수트)

공식적으로 초등학생 학부모가 되었다. 3월 입학식을 치르고 두 아이들은 모두 초등학생이 되고, 유치원과는 안녕이다. 한동안 격리 조치로 입학식은 입학생만 겨우 가는 정도에서, 이제 상황이 바뀌어 다시 학교 운동장에서 모이는 입학식을 가게 되었다. 다른 부모들은 편하게 입고 나올 수도 있지만, 내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내 인생에 직접 갈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입학식이기 때문이다. 급하게 수트 한 벌을 더 맞췄다. 두어 시간 남짓 짧은 시간이지만, 그 누구보다 아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더블브레스티드 수트는 나이든 인상을 보일 수도 있고, 너무 포멀한 느낌이라 이 기회에 네이비에 싱글브레스티드로 한 벌을 더 맞췄다. 바지 핏을 잡는데 꽤나 노력을 들였다. 입학식날 착장은 ..

생존기 2024.03.09

2023년 4분기 0.65명은 아직 최저 출생이 아니다 part I

0.5명 이하의 저출생을 겪어도 대한민국은 할 말이 없다. 결혼을 할 사람들에게 결혼을 함으로써 이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한 말이다. 장려금에 대출이나 좋은 조건으로 해주겠다는 지원 정책으로 생색내려고 하면,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다. 인구 감소의 책임을 유권자에게 전가하지 말아라. 그 동안 대한민국은 사회적 관습에 편승해 인구를 유지하고 경제를 버텨 온 가계에 의존해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지금까지 버텨왔다. 정부가 누군가를 '지원'한다는 모든 사업은 지금까지 인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출생아 숫자에 기여한 인구가 내왔던 세금으로 충당한다. 정부가 '난자 냉동' 을 지원하고, 생색내기 좋아하는 기업이 '비혼 선언'에도 결혼 축하금과 같은 금액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데도, 다..

생존기 2024.03.03

40대 이혼남의 독서, 할 것과 하지 말 것

독서는 생존이 걸린 일이다. 40대의 이혼남에게는 독서를 할 시간이 없는게 아니라, 필요한 독서량에 비하여 시간이 부족하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조건 권 수를 많이 가져간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40대의 독서는 20대, 그리고 30대의 독서와도 다르다. 독서란 항상 좋은 것이 아니었나,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2024년이 되어서 몇 번 일부러 오프라인 대형서점을 갔다. 연례 행사고, 한 해에도 대형서점에 많이 가는 편이지만, 대개는 트렌드를 읽고 사람을 구경하러가는 것이 크다. 단, 연초나 연말에는 10만원 정도에 상당하는 책을 산다. 내가 오늘 산 책들은 이렇다. 1. 40대에 해야하는 독서: 삶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독서가 좋다. 꼭 실용서를 읽어야 좋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생존기 2024.02.25

생성형 AI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다 (Gen. AI-native Gen.)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너희들에게 생성형 AI 사용을 보여주고 있다. 가르친다는 표현보다는 '보여준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아빠도 그걸 최대한 잘 쓰고 있는 것이 아니고, 너희들이 더 나을테니까. 너희들은 AI-native로 성장할 것이다. 텍스트투텍스트 (text-to-text) 로 보여주었을 때는 너희들이 조금 신기해했던 것 같다. 텍스트투이미지(text-to-image)를 보여주었을 때도 신기해하긴 했지만, 아빠가 사용한 이미지 생성 엔진이 아직 성능이 좋지 않아 너희들이 딱히 감동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을 하느냐이다. 질문은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답을 알고 있는 경..

딸과 아들에게 2024.02.24

핵개인의 시대 북토크 (feat. IT 업계 노조)

북토크는 가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갑자기 자리가 생겨 가보았다. 송길영 작가의 '핵개인의 시대' 가 출간되어 세바시 강연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북토크에서는 몇 가지 차이가 있었다. 작가를 직접, 실제 인물을 보았다는 것이 첫번째 다른 점이고, 세바시에서보다는 조금 더 확장 된 '시대예보'를 했다는 점이 또 하나 다른 점이다. 송길영 작가가 '셜록 현준' 채널에서 유현준 건축가와 대담 형식으로 나눈 얘기까지 합치면 내가 참석했던 북토크의 내용을 거의 커버하긴 하지만, 약간의 차이점이 더 있는데, 정확히 적어 블로그에 옮길 정도로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았다. 단순히 1인 가구가 많아지는 것 이상의 변화가 오고 있다. 개인의 힘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만들어졌다. 지금 내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생존기 2024.02.21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은 없다.

사람과 동물이 다른 점은 없다. 현대의 경제 조건을 떠나 야생에 던져 놓으면, 사람은 동물이다. 화폐와 경제제도가 없는 사람은 그냥 약한 동물에 불과하다. '동물'이라는 표현 대신에 '짐승'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별 의미는 없다. 사람과 동물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사람이 동물의 일부일 뿐이고, '짐승 같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제 정신인 사람이면 짐승과 약속을 하는 사람은 없다. 동물인 사람은 저 짐승이 본능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싸움이 있다면, 그건 본능의 충돌과 투쟁이지, 어느 한 쪽이 도덕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한다는 것은 생존에 공생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둘 다 하기 때문이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생존기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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