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40대 이혼남의 독서, 할 것과 하지 말 것

싱글맨 2024. 2. 2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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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생존이 걸린 일이다. 40대의 이혼남에게는 독서를 할 시간이 없는게 아니라, 필요한 독서량에 비하여 시간이 부족하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조건 권 수를 많이 가져간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40대의 독서는 20대, 그리고 30대의 독서와도 다르다. 독서란 항상 좋은 것이 아니었나,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2024년이 되어서 몇 번 일부러 오프라인 대형서점을 갔다. 연례 행사고, 한 해에도 대형서점에 많이 가는 편이지만, 대개는 트렌드를 읽고 사람을 구경하러가는 것이 크다. 단, 연초나 연말에는 10만원 정도에 상당하는 책을 산다. 내가 오늘 산 책들은 이렇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

1. 40대에 해야하는 독서:

삶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독서가 좋다. 꼭 실용서를 읽어야 좋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삶에, 생활에 적용할 수 없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독서는 효과를 빠르게 확인하기 힘들다. 지혜를 추구하기 위한 독서는, 내 기준에서는 취미생활이나 놀이라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시간이 없다. 지금 빨리 결과를 내고 인생을 물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독서가 먼저다. 돈을 벌기 위한 책, 커리어 상향을 위한 책, 승진이나 이직을 위한 책, 아이들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부모-자식간의 관계에 관한 책. 당장 나와 내 아이들, 나의 생활과 인생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책이 높은 우선순위를 갖는다.

개인적으로 IT 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면서도 설계와 Data 분석이라는 좁은 범위에 일이 국한되어 있다보니, 이미 사용하고 있는 Cloud System을 이해하고, 직장의 클라우드 시스템이 아닌 나만의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AWS를 확실히 알고 넘어가기로 했다. 4월까지 자격증까지 따는 것이 목적이고, 이건 이직 준비의 일환이자, 운영중인 법인에 적용할 예정이라 꼭 필요하고 적용 시기가 예상되는 독서다. 그 외에 몇 가지 사실 확인을 위한 부동산과 채권 투자 관련 서적을 샀다.  

성경이건 불경이건, 마음을 다스리는 독서나, 인생의 지혜나 이론적 지식을 위한 독서는 과감히 접어두자. 만약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목공을 배우기 위한 취미 실용서를 읽는 것이 40대의 삶을 빠르게 변화시킨다. 대표적으로 다음 같은 책이 당장은 하지 말아야할 독서에 해당한다.

2. 40대에 하지 말아야 하는 독서:

이런 책을 읽는 것은 일종의 지적 탐욕이다.

예전에 이미 살짝 읽은 책이지만, Clean Code나 Code 같은 책은 업계에 대표적으로 알려진 책이고, 심지어 일종의 실용서이기도 하지만, 당장 IT 전반에 관련된 지식을 생산성 있게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내가 읽을 책은 아니다. 위의 책들은 내가 실제로 IT 업계의 제품 개발자라거나, 경영진 바로 아래의 PM이나 코드 리뷰를 하는 사람이라면 필요한 이론적인 책들이다. 지금 읽으면 멋있어 보이긴 하겠지만, 당장 코드 리뷰 실적이 충분히 뒷받침되어 있는 내가 읽을 책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내가 생산하던 분야를 넓혀서 확장된 업무 영역에서 개발을 해보고, 실무에서 충분히 평판을 얻을 수 있게 Commit 수를 늘리는 것이 먼저다. 

저 책을 읽으면 멋있겠지. 그리고 저 책을 사면 책의 내용을 돈 주고 사서 내 머릿속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당장의 효용성은 크지 않다. 저 책들이 꼭 어느 수준에 이른 사람이 읽어야 하는 책들은 아니다. 하지만 실전 경험면에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다. 40대 남성에게 만약 업계 전문 서적을 읽어야 한다면 그 목표는 실전, 실전, 또 실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오히려 이런 책들이 20대에 미리 읽는다면 그건 말릴 생각이 없다. 역사책들, 세계의 지혜를 담은 철학서, 고전들 이런 책들은 학생일 때 읽으면 너무 좋다. 사실 20대라면 책은 닥치는대로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다. 

하지만 나는 30대에 이르기 까지도 학생이었기 때문에 학생 같은 독서를 했다. 그렇게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탐욕에 돈 주고 사 놓고 제대로 읽지 않은 책도 수두룩하다. 학부 졸업 이후에 대학원에서 학위를 시작한 것의 부작용이다. 나의 생활 조건과 실무, 손에 잡히는 지식과 기술, 행동할 수 있는 책을 읽는 것이 필요했다. 30대에 그 전환을 이루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책상물림의 실전에서의 승리가 지극히 부족한 40대가 되었다. 후회까지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는데도 순서가 있다. 차라리 자동차 자가 정비를 위한 실용서를 읽는 것이 좋았을텐데. 그리고 반드시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제2외국어를 한다든지, 진짜 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고칠 수 있다든지, 사격이나 활쏘기 같은 취미를 가진다든지, 클라이밍 같은 취미를 같기 위해 독서를 병행하면서 동호회에 가입한다던지. 항상 실질적으로 인생을 바꾸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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