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동물이 다른 점은 없다. 현대의 경제 조건을 떠나 야생에 던져 놓으면, 사람은 동물이다. 화폐와 경제제도가 없는 사람은 그냥 약한 동물에 불과하다. '동물'이라는 표현 대신에 '짐승'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별 의미는 없다. 사람과 동물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사람이 동물의 일부일 뿐이고, '짐승 같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제 정신인 사람이면 짐승과 약속을 하는 사람은 없다. 동물인 사람은 저 짐승이 본능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싸움이 있다면, 그건 본능의 충돌과 투쟁이지, 어느 한 쪽이 도덕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한다는 것은 생존에 공생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둘 다 하기 때문이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을 사회적인 관계로 들여와야 한다. 사람이 사람 사이에 사는 '인간'이 되는 순간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이해관계의 충돌과 투쟁을 해결하는데 법을 동원한다는 점이다. 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면 그건 이미 인간의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지만, 이것 역시 어느 한 쪽이 도덕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동물이고 누구는 사람이라는 식의 깎아내리는 전략은,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인간 사회의 조건을 한 쪽에만 적용하는 일이다. 이런 일은 언제 발생하는가?
짐승 같은 사람이 있듯이, 짐승과의 약속 같은 계약도 당연히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공생 관계가 끝나면 한 쪽을 깎아내리려는 일을 하게 된다. 그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발톱으로 찍고 총을 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영리한 동물이라면 알아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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