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는 가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갑자기 자리가 생겨 가보았다. 송길영 작가의 '핵개인의 시대' 가 출간되어 세바시 강연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북토크에서는 몇 가지 차이가 있었다. 작가를 직접, 실제 인물을 보았다는 것이 첫번째 다른 점이고, 세바시에서보다는 조금 더 확장 된 '시대예보'를 했다는 점이 또 하나 다른 점이다. 송길영 작가가 '셜록 현준' 채널에서 유현준 건축가와 대담 형식으로 나눈 얘기까지 합치면 내가 참석했던 북토크의 내용을 거의 커버하긴 하지만, 약간의 차이점이 더 있는데, 정확히 적어 블로그에 옮길 정도로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았다.
단순히 1인 가구가 많아지는 것 이상의 변화가 오고 있다. 개인의 힘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만들어졌다. 지금 내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매출이 늘어나도 어느 정도 채용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작가는 '채용' 보다 '인재 영입'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보한다. 공감한다. 최근에 내가 내 링크드인을 다시 만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할 때, 이걸 내 정보가 불필요하게 퍼지는 것 같아 약간 귀찮게 여겼다면, 지금은 나의 Digital Footprint, 혹은 Online Footprint가 나의 아바타가 되기 때문이다. 개인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는 말은, 그 많은 가능성을 실현해두지 않는 개인이 도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IT 업계도 세월이 좀 지났는지 하나둘씩 노조가 생기고 있다. 강남이나 판교에 노조가 없을 것 같은 이미지의 회사들에도 노조 같지 않은 이름과 이미지의 노조들이 설립되고 있다. 나는 노조에서 발송하는 이메일을 전부 읽어보지 않고 삭제한다. 그리고 동시에 낮에 일하는 직장에서의 일이 끝나면, 내 회사의 계정으로 로그인해 일을 하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내가 사는 세상은 아무도 정답을 모른다. 핵개인이라고 해서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노조에 가입하는 행위는 나의 대우를 남이 결정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행위다. 나의 대우는 나를 고용한 회사가 결정하고, 혹은 노조가 결정하는 상황을 나는 아주 싫어한다. 노조에 적대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조를 응원할 마음은 없다. 왜냐하면 내가 세운 회사에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노조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고용주로부터 조금 더 혜택을 받아내고, 더 나은 대우를 받는 다고 해서, 나의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직장인을 비하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지만, 직장 밖에 답이 없다고 말하는 것, 직장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의지를 꺾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용의 문제는 더 나은 고용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을 고용함으로써 해결된다. AI의 발전은 그래서 반가운 일이다. 인건비를 줘가면서 일을 시키는 대신에, 24시간 일을 시키고 감가상각으로 비용처리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사람 해고하는 것이 어려운 나라에서 정규직으로 고용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건 송길영 작가의 말대로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재로 '모셔오는' 일이다. 그리고 인재 영입의 대상은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인재를 모셔왔건 AI를 도입했건 그걸 100%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사업주의 능력 부족때문이다.
나와 작가의 시선이 다른 하나가 있다. 질의응답중에 작가는 핵개인의 시대에 개인이 겪는 외로움과 소외에 대해서 다음 책에서 논하고 싶다고 말했다. 솔직히 난 별로 관심 없다. 인간은 언제나 외로웠고, 20세기부터 이미 항상 소외되어 왔다. 같은 관심과 비즈니스 목적이 있다면 인간은 쉽게 친해진다. 너무 얕은 관계가 아니냐고? 40대 이혼남에게 깊은 관계란 없다. 인간의 외로움에 내가 관심이 있다면,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취향의 문제나 '근근히 먹고 사는 것도 괜찮다.'라고 얘기하는 작가의 말에서 행간을 읽어보면, 자꾸 핵개인들이 서로 선을 지켜가며 자유롭게 사는 세상을 그리려고 억지를 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게 원래 작가의 의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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