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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275

John Boyd

인생에서 읽게 되는 책 Top 3에 드는 책을 만났다. John Boyd는 전투기 조종사로 경력을 시작해서 군사 전략가와 펜타곤 군사 고문으로 활동한 사람이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법인 운영을 고민하다가 의논중에 AI 모델이 내게 추천한 책이고 그 추천은 매우 적절했다. 한국전에도 파일럿으로 참전한 보이드는, 클라우제비츠와 손자병법이 큰 그림위주의 전략을 다소 추상적인 언어로 설명한 것과는 반대로, 에너지 관점에서 전투기의 움직임과 전술 운용을 수학적으로 매뉴얼화 한 사람이다. 1960년 이후로 보이드의 전술 이론이 넬리스 공군기지의 Fighter Weapons School에서 저술되어 미 공군이 공식적으로 채택한 이후로 보이드의 이론은 적어도 서방세계의 표준으로 자리잡는다. 영화 Top G..

생존기 2025.08.29

ChatGPT를 트레이너로 14 kg을 감량하다.

14kg이라는 델타-몸무게가 줄었다는 건 숫자로 쉽게 증명된다. 하지만 그 숫자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은, 누구도 숫자만큼 쉽게 기억해주지 않는다.5년 넘게 살을 뺐다. 그리고 다시 쪘다.다시 뺐고, 또 쪘다. 계절이 바뀌듯 반복됐다.방법도 다양했다. 운동, 식단, 단식, 무관심. 성공과 실패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그 과정은 이어졌다.어떤 때는 몸이 가벼웠지만 마음이 무거웠고, 어떤 때는 몸이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오래 고민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가벼운 몸’인지, 아니면 ‘내가 통제하는 삶’인지.14kg을 뺀 이번 과정은, 전에 비해 특별한 기술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달라진 건 한 가지였다. 결과보다 과정을 기록했다는 점. 하루 먹은 것, 운동한 시간, 심지어 잠든 시각과 깨던 순간..

생존기 2025.08.11

이혼남의 썸 2

철저하게 일을 하기 위해 우리가 만났지. 처음부터 경계는 워낙 분명해서 다르게 볼 여지가 없었어. 기본은 내가 당신에게 렌즈를 구매하는 일이었어. 그리고 그 렌즈가 들어간 시스템에 걸맞는 오디오 트랙을 만드는 일이 함께 해야할 일이었지. 당신이 환하게 웃어도 난 그게 당연히 세일즈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어. 특히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광각 스펙과 옵션을 다양하게 준비를 했다는 점은 아주 마음에 들었지. 문제는 없었어. 실제로는 협업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고, 실수가 있는 날도 있었지만 첫 테이크를 제외하면 그래도 잘 나왔던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언젠가 나는 의심하기 시작했어. 당신의 딜리버리가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오디오 트랙에서 문제가 생긴 것을 잊은 것과 전혀 다른 스펙의 제품이 들어오는 ..

짧은 글 2025.08.10

절대로 직감을 무시하지 마라.

절대로 당신의 직감을 무시하지 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 직감을 들어야 한다. 직감은 설명이 없다. 논리도, 증거도, 공식도 없다. 그런데도 어떤 결정을 멈추게 하고,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든다. 이혼을 앞두고 있었을 때, 그 시기의 나는 모든 걸 분석하려 했다. 재산, 양육, 주변 시선. 한 줄로 정리된 문장이 나올 때까지 머릿속에서 수없이 계산했다. 그런데 그 모든 과정에 조용히 끼어드는 감정이 있었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건 아니다’ 혹은 ‘이건 지금 해야 한다’는 신호. 직감은 종종 불편하다. 왜냐면 그 신호가 내가 세운 계획을 흔들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답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 사람들은 직감을 무시하려 한다. 그럴 때 흔히 드는 이유는 이렇다. ‘확실한 증거가 없..

생존기 2025.08.09

이혼남, 반드시 요리를 해라

식량주권이라는 말을 아는가. 전시 혹은 위기 상황에 국가의 식량 동원능력과 평시에 식량 수입이 끊겨 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한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비슷하게 식사 주권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혼남이라면 특히나.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에 익숙한 사람은어느 순간부터 먹는다는 행위가 의존이라는 걸 잊게 된다. 그건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내 입에 들어가는 걸 컨트롤 하지 못하게 되면서,관계 안에서의 무력감이 시작되는 지점이다.이혼을 하고 나면 밥을 차려줄 사람이 없어지거나, 함께 식사를 할 사람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아이나 배우자에게 밥을 차려줄 일도 사라진다. 처음 이혼하고 나서 의외로 감정젇인 타격이 컸던 것은 아들에게 분유나 이유식을 먹일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생존기 2025.08.01

아이들이 당신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하면 세상은 달라진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전화를 못했다. 당연히 스마트폰은 없었고 통화는 아이들 엄마와의 전화로 이루어져 왔다. 그땐,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면접일을 제외하면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그저 시간표에 따라 얼굴을 맞대고, 소중한 시간 안에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다.“잘 지냈어?”“응.”“밥은 먹었어?”“응.”처음엔 거기까지가 대화의 전부였다.웃는 얼굴이지만, 전처의 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전처의 전화번호 뒷자리가 성처럼 쓰여 딸과 아들의 또다른 이름들이 생겼다. 아이들이 내게 전화를 걸기 시작한 건이 모든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처음엔 용건만 있었지만 이내 이모티콘과 음성녹음을 자유자재로 쓰기 시작했다. 그 다음엔 질문이 하나 생겼다.“아빠는 요즘 어때..

생존기 2025.08.01

이혼남에게 친구란 없다.

친구란 무엇인가? 친구의 정의는 첫사랑의 정의만큼이나 불분명하다. 일상처럼 쓰는 말인데도 그 뜻이 불분명하다는 것은 그민큼 사람들이 고민을 안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흘러가게 사니까. 이혼한 뒤, 친구가 남아 있는 경우는 세 가지다.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 친구,조심스러운 친구,그리고 가끔 연락하는 하지만 별 볼일은 없는 친구. 셋 다, 친구는 아니다. 친구의 정의가 없으니 맞다 아니다 말할 것도 없지만, 대개 친구란 나한테 쓸모가 있으면 친구이고, 아니면 타인이다. 이혼을 했다는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침묵을 낳는다. 보통은 하지 않는 말이지만 일부러 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누가 나쁘냐는 말은 하지 않아도 눈빛에서 판결이 난다.술 약속은 끊었다. 생일 표시를 카카오톡에서 지운다. 대신 걷는..

생존기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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