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전화를 못했다. 당연히 스마트폰은 없었고 통화는 아이들 엄마와의 전화로 이루어져 왔다. 그땐,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면접일을 제외하면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그저 시간표에 따라 얼굴을 맞대고, 소중한 시간 안에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다.“잘 지냈어?”“응.”“밥은 먹었어?”“응.”처음엔 거기까지가 대화의 전부였다.웃는 얼굴이지만, 전처의 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전처의 전화번호 뒷자리가 성처럼 쓰여 딸과 아들의 또다른 이름들이 생겼다. 아이들이 내게 전화를 걸기 시작한 건이 모든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처음엔 용건만 있었지만 이내 이모티콘과 음성녹음을 자유자재로 쓰기 시작했다. 그 다음엔 질문이 하나 생겼다.“아빠는 요즘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