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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나 비아파트나 마찬가지, 공동주택의 문제

공동주택은 싸구려집이다. 그 아파트가 아무리 비싸도, 공동주택은 단독주택을 넘을 수 없다. 그게 청담동에 있거나 반포에 있다고 해서 그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온전한 나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좋은 투자 수단이고, 부동산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비싼 동네의 아파트들에 비싼 가격표가 달리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공동주택의 치명적인 단점은 피할 수 없다. 내 주거 공간으로서는 최악이라는 점이다. 내 주거 공간에 나 이외의 어떤 다른 생물도 없기를 바란다. 꽃나무도, 벌레도, 새도 없기를 바란다. 살아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내가 허락한 것이어야만 한다. 내 소유의 공간에 내 허락없이 숨쉬거나, 공간을 점유하거나 소음을 만들어 내는 이상, 그것은 완..

생존기 2025.03.16

부고와 장례식, 그리고 검은색 수트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아무리 호상이라고 하더라도 부고는 비보다. 결혼이나 돌잔치 같은 좋은 소식보다 좋지 않은 소식은 그 무게가 더 무거운 법이다. 나의 결혼식에서 얻은 생각보다 유용한 것이 검정색 수트다. 수트를 조금 더 알게 된 이후로 검정색 수트를 입는 일은 거의 없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아들의 입학식에서 입었던 네이비 수트다. 웨이트를 하기 전에 맞춘 옷이라 허벅지와 어깨가 커져서, 입을 수는 있지만 장례식장에서 절을 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수준이 되어 있었다. 원래 맞춘 곳에 가서 수선을 해야하는데 미리 챙기지 못했다. 비보는 항상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온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크게 몸무게가 불어 아예 못 입는 사태는 피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의 딸과 아들이 맞다. ..

생존기 2025.03.14

이혼남의 르 라보 시트롱 28 (Citron 28), 서울 시티 익스클루시브 언박싱

이사 기념으로 2월 28일 스스로 향수를 하나 샀다. 시트롱 28은 르 라보 (Le Labo) 에서 매년 8월부터 9월까지 진행하는 전 세계 시티 익스클루시브 (City Exclusives) 컬렉션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향이다. 뉴욕, 런던 같은 해외 도시마다 시그네처 향이 있어 9월이 되면 부띠끄에서 다른 도시의 향도 소개한다. 서울 (Seoul)이 이미 몇 년 전에 소개 되었고, 이태원 부띠끄에서 구매하였다. 르 라보 부띠끄는 이태원과 성수동에 있고, 이태원 부띠끄는 자주 가는 리움 미술관 근처에, 성수동 부띠끄는 협력업체 회의실 근처에 있기 때문에 항상 내 동선 안에 있어서 익숙한 곳들이다. 포장이 복잡하지 않고 소박하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Eau de Parfum 50 mL로 구매하였다. 시트롱 ..

생존기 2025.03.14

이혼남의 Storyroom, 혹은 명상 공간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이 공간은 너희들에게 아빠가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 모습을 상상해서 만든 공간이다. 특히 우리 딸은 항상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는데, 아빠는 그게 너무 좋단다. 색상은 노란색과 흰색, 커튼도 흰 색으로 얇게 해두었다. 집의 서북방 공간이고, 다른 가구 없이 아빠와 너희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1인 소파와 2인 소파, 그리고 가장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져 있다. 너희들이 없는 동안, 아빠는 이 방을 독서하는 방으로 쓴다. 서재와는 용도가 다르다. 서재에서 아빠는 업무용 복장으로 책을 읽는 것 보다는 독서를  하지만, 이 방에서는 편안한 복장으로 책을 읽는다. 이 방에서 책을 읽으면 너희들과 함께 책을 읽는 기분이 든다. 아빠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 전수하는 느낌이랄까. 책을 읽는다..

딸과 아들에게 2025.03.13

법인 처리 문제

한동안 법인 사업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제 법인 대표를 바꿀 시기가 되었다. 당장 급한 문제는 대표 주소이전 등기와 법인세 문제를 처리하는 일, 그리고 4월에 증자와 함께 대표 이사를 바꾸거나, 아니면 적어도 정관과 사원명부를 개정하는 일이 동반되어야 한다.지금까지 판매했던 테스트 아이템들은 시원치가 않다. 판매는 가능하지만 그걸 가지고 1년 이상의 긴 안목으로 브랜딩할 아이템을 찾지는 못했다. 이건 아이템이나 소싱의 문제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능동적으로 아이템을 여러가지 테스트하거나 마케팅을 해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 배경의 재정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1. 먼저 주소이전등기부터 다시 마친다. 비용으로 지..

생존기 2025.03.13

사장 만들기 게임, 이혼남의 직장 생활

직장 생활에 대한 심각한 생각을 해본다. 내 개인적인 목표는 AI 소프트웨어 인더스트리로의 이동과 독립이고, 이 게임과 내 목표는 상당히 연결되어 있다. 분위기가 무거울 필요는 없다. 이건 일종의 게임이다. 이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고, 지더라도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사내 환경에서 내가 잡은 세부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내가 나가서 할 일에 대한 모의고사를 치르는 것이 목적이니까, 진지하게 임하되 긴장할 필요는 없다. 이 게임은 '사장 만들기 게임'이다. 소속을 변경해 중심 이동을 한 결과, 직속 상관이 사장단 진입의 턱 밑에 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턱걸이를 하고 있는 셈이고, 주어진 시간은 아마도 오늘부터 2년 정도. 중간에 팀장 같은 중간관리자가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고 중간급 이상의..

생존기 2025.03.09

이혼남의 서재

이사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추가로 업무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다. 43세, 서재라고 할 만한 것이 생겼다. 아직 책을 여섯 상자 정도는 정리하지 못했다. 책장을 또 사야 하나 싶지만, 벽에 가구를 바짝 대어 쓰는 것을 망설이는 터라 굳이 돈을 쓰고 싶지 않다. 이전에 거실에 두고 쓰던 책상이 메인 스테이지를 차지했다. 전에는 이 책상이 TV가 있는 거실에 있었고, TV를 보는 사람과 내가 업무를 보는 공간이 겹쳐 충돌이 있었는데, 이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된 셈이다. 심지어 이 서재에는 커튼도 없다. 일부러 창을 가리지 않았다. 밖에서 나를 보이게 함으로써 이 공간에 들어올 때에는 나도 제대로 일할 의지와 복장을 갖추고 들어오도록 했다. 이제 더 이상 카페에서 일하려고 굳이 충전기를 들고 나다닐 필요는 ..

생존기 2025.03.09

이혼한 전남편 전처의 장례식에 가야 하는가?

이혼한 전배우자의 장례식에 가야 하는가. 흔치 않은 질문이다. 이 검색어로의 유입이 블로그에 있었고, 생각할 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특이하지만 좋은 질문이다. 어제 모처럼 집들이를 했고, 가까운 친구들이 선물까지 들고 먼 길을 달려와 주었다. 상황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특히 이혼 이후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거나 감정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라면 전배우자의 장례식에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족 같에 아직 앙금이 남아 있어 사고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겠고.내 대답은 "반드시 그 장례식에 가라." 이다. 나라면 내가 입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검정색 수트와 검정색 넥타이를 하고, 장례식장을 방문할 것이다. 이런 일이 내게 벌어진다는 것은 곧, 아이들이 엄마를 잃었다는 의미니까. 나는..

짧은 글 202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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