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LA 폭동과 주방위군 투입을 지켜보며

싱글맨 2025. 6. 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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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시장과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폭동을 방치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주지사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음에도 이렇다할 사태 수습에 대한 언급이나 기자회견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런데 오늘날의 LA가 그런 무게감이 남아 있는 도시이긴 한가? 트럼프 대통령은 2000명의 National Guard (주방위군) 투입을 지시했다. 

분명히 군 투입은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한인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내가 기억하는 LA 폭동은 92년 LA 흑인 폭동이다. 이 사건은 흔히 Rooftop Korean을 조명하는 유튜버들의 소재가 되었고, 그 이전에는 한국 티비 드라마의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나도 한참 어릴 때 겪은 사건이지만, 학부 시절에 만난 인문계열 연구자중에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학이나 역사학에 입문한 경우가 많았다. 당시의 LA 폭동이 인종 문제에서 비롯한 것인 반면, 이번에는 이민자 문제가 원인이 된 폭동이다. 

트럼프 정권의 조치가 얼마나 합법적인지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 일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그걸 내가 왈가왈부하는게 필요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나는 미국 정치나 사회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미국이 항상 이민자들에게 열려 있는 나라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9.11 당시에는 중동 출신 이민자들이,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일본계 미국인들이 미국 정부의 감시를 받았다. 이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먼저 건너온 이민자들이 나중에 건너온 이민자들을 백안시하고 차별하는 것은 언제나 있어왔던 일이다. 이민자를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법적 절차를 Naturalization이라고 부르는 나라에서 이 일이 신기한 일이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현 미국 정부의 이민자 정책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있어왔던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현상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절대로 영웅이 될 필요는 없다. 한인 이민자의 목적은 이 운영체제에서 내 재산과 생활을 지키는 일이지, 미국 사회의 정의와 이민자 정책의 포용성을 제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건 개나 줘버려라.)

세계사적으로 분열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시대의 조류에서 미국이 흐름을 비켜갈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최강국 미국의 지위 때문에 분열의 시대를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미국 시민권, 영주권, 유학, 비자를 남들이 받아간다고 해서 철모르고 유행을 따라가면 망하기 딱 좋은 시기이다. 생존에 민감한 자, 대중이 몰려가는 곳을 멀리해야 한다. 사회적 지위에 목숨을 거는 한국 이민자들답게 영주권과 시민권, 비자라는 합법적인 도구에 집착해왔다면, 그걸 지키는 일에  온 힘을 다할 수밖에 없다. 몇몇은 그 지위를 잃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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