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아들에게

사랑하는 나의 아들에게

싱글맨 2025. 10. 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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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엄격한 잣대가 되어주어 고맙다. 네가 언제까지 뭘하라리고 말했을 때 아빠는 그 이야기를 가볍게 듣지 않았다. 아빠가 배에 근육이 쫙쫙 갈라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주어 고맙다. 아빠는 아빠가 이룰 수 있는 신체의 가능성에 시간을 넉 달 가량 쏟았고, 일정한 성과를 보았다. 이제 네가 그렇게 말해주었기 때문에 아빠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아빠가 상상하는 것이 분명한 실체가 있는 일이고,  이제 중간 목표가 아닌 최종 목표를 이룰 수 있음을 안다. 아빠의 상상이 너의 상상이 되고, 그것은 연말까지 이루어진다. 멋진 일이 아니냐.

이제 아빠는 건강을 위한 목표뿐만이 아니라, 다음 10년을 살기 위한 다음 목표도 이루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멈추는 일이다. 아빠가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지금 관성으로 가고 있는 길에서 멈춰서야 한다.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과학자의 삶을 살겠다는 오래전의 목표도, 항상 너희 곁에 있는 아빠가 되겠다는 욕심도, 단 하나의 손해도 보지 않고 살겠다는 말도 안 되는 탐욕도, 버티고 안 되는 일도 혼자 되게 하겠다던 유치한 생각도 버렸다. 열심히 하면 알아 줄 것이라는 생각도, 욕망과는 거리가 약간은 있는 삶을 살겠다는 치기 어린 희망도 버렸다.

해야하는 일에 아무리 많은 시간을 두고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려고 해봐야 그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떤 성취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런 합리적인 근거가 아니라, 그냥 그 일을 해야만된다는 고집스러운 감정과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는 체력이다. 이게 되든지 말든지 아빠는 이제 관심없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난 이걸 좀 꼭 해버려야겠는데, 라는 생각만 든다. 세상이 알아 주거나 말거나 그것도 부차적인 문제다. 어차피 세상은 아빠가 하는 일 따위는 관심이 없으니까 말이다.

너나 네 누이가 가로막는다고 해도 아빠는 이 일을 반드시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지고 싶은 것이나 사람이 있다면 아빠는 가질 것이다. 너도, 너희들도 그렇게 하거라. 언젠가 만약 아빠나 엄마가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것이나 가지고 싶은 것이 있는데 가로막는다면 반드시 재껴버리거라. 아빠는 특히 내 아들은 지금 어린 나이라도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것이라고 믿는다.

2025년 10월 20일 어느 호숫가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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