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 278

See you in the assembly area

'I'll see you in the assembly area.'......2024년이 그렇게 끝이 났다. 보통은 동지를 기준으로 한 해를 정리한다. 예전에는 31일에 석양을 보러 여행을 나가기도 했었다. 올해는 동지부터 시작된, 하루에 한 명 이상의 일대일 미팅 일정이 잡혀 연말을 연말 답게 보내지는 못했다.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일하면서 중간에 일정이 잡힌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1 on 1 미팅이었고, 만난 사람은 회사 안에서 밖에서, 거래선에서,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을 만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에 대답하는 일이다. 이들을 만나면서 내린 결론은, 단순히 '어떤 걸 하겠다.' 정도의 문제 정..

짧은 글 2025.01.01

겨울의 향

겨울에는 특별한 향이 있다. 겨울의 향은 차가운 얼음과 태워진 낙엽의 향이 뒤섞인 것 같은, 엄격하지만 지저분한거나 역하지 않은 어떤 냄새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봄과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봄을 좋아하지 않는다. 봄을 막을 수는 없다. 필요하기도 하다. 월동준비라는 표현에는 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겨울을 최대한 즐기려는 속내가 있다. 겨울의 향을 잘 음미하면, 그 속에 타들어가는 시간의 탄내가 난다.세상 사람들은 여러가지로 싸운다. 자유, 행복, 권리,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싸운다. 어느 한 쪽이 절대로 일방적으로 이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나의 싸움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적 자유이건 경제적 자유이건, 표면적으로 사람들은 자유를 원한다고 하지만, 생..

짧은 글 2024.12.18

2024년 겨울, 지각 변동

'생존' 이라는 단어가 블로그의 제목에 들어가 있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발바닥 아래를 지지했던 땅바닥이 움직이고 있다. 물리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도 지각 변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생활 조건 자체가 크게 변화하는 시기에 인간의 정신 영역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시대정신'은 적어도 바뀌거나 사라질 것이다. 지금 현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정신적인 키워드를 찾을 수는 있겠으나, '생존'이라는 단어 외에 다른 시대 정신을 찾지 못했다. 평화, 기후변화에의 대응, 남녀평등을 위시한 여성주의, 생태주의 같은 거시적 혹은 미시적인 이념들은 쓰레기통으로 처박힐 시간이다. 세계 평화보다 나의 생존을 위한 전쟁의 승리가, 기후변화에 대한 전지구적 대응보다 나를 위한 에너지원의 확..

생존기 2024.12.06

혼자 피를 닦아내는 일은 영구적인 일상이다. (feat. 이혼남에게 필요한 생활 잡학 지식)

피를 흘린다. 먹는 일도 귀찮고, 잠을 이룰 수 없는 정도가 지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이혼남으로서 혼자 산다는 것은 항상 혼자 피를 흘리는 일이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혼자 살아남는 것은 여기서 시작한다. 상처에 약을 바르고,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비롯한 일련의 검사를 치른다. 이 비용을 지불하고, 붕대를 풀었다가 다시 묶고, 다리를 거꾸로 들어올린다. 화장실 청소, 방 청소,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일터로 나서는 일상이 외롭다거나, 쓸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혼 이후에 혼자 살 수 없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다시 전장에 나서야 한다. 샤워기를 청소하고, 줄눈을 채워넣고, 칫솔을 바꾸고, 신발 세탁을 의뢰하는 일상부터, 아이들을 만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까지 다 한꺼번에 해내야..

생존기 2024.12.03

2024-2025 이혼남 월동준비 Part II

세입자부터 내보내기로 했다. 이건 나만 그런게 아니라, 아마 흔할 것으로 본다. 이미 집을 임대로 내어준 시점에서 월세 시세가 150% 상승했다. 84 타입이 아닌 59 타입의 월세 시세가 지금 세입자와 계약한 월세 금액이다. 하지만, 내가 세입자를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월세를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다시 직접 실거주하기 위한 것이다. 2025년에 아마 교육 파견 형식으로 집 근처에 있는 타사 연구소로 출근할 가능성이 있다. 실현할 수 있다면 도보로 15분인 출퇴근 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니, 이보다 탐나는 것이 없다. 금액에 대한 일체의 언급없이 세입자에게 실거주 통보를 이미 추석 연휴 전에 해두었다. 두 해가 안 되는 기간, 나도 월세로 계약해서 다른 집에서 살면서 편리함을 누리기도 했지만..

생존기 2024.10.09

로버트 기요사키의 이혼 (feat. 10/6 교보문고 광화문 사인회 이벤트)

Rich Cooper Clips 채널, 아마도 리치 쿠퍼의 메인 채널이 아닌 세컨 채널에서 처음 보았을 것이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이혼"한 것이 유튜브를 통해 방송을 탄 것이다. 충격까지는 아니었지만, 빌 게이츠나 베조스의 이혼보다 조금 더 울림이 있는 소식이었다. 한참 앤드루 테이트 (Andrew Tate)가 유튜브에서의 갑작스러운 성장으로 유명해졌을 때고, Men Going Their Own Way가 인기 있는 검색 키워드였던 시절 바로 조금 뒤였다. 위의 "이혼"이라는 표현에 따옴표를 사용한 것은 이유가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누구인가. 98년에 한국에도 출간된 자기계발서 혹은 투자 지침서 분야의 유명한 책인 속칭 빨간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이다. 일본계 미국인으로 하와이에서 ..

생존기 2024.10.05

2024-2025 이혼남 월동 준비 Part I

매우 현실적인 계획을 생각해본다. 2029년에 직장 생활 종료와 해외영주권 취득이 목표이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는 시점이고, 어차피 이 이상 한국 대기업에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특별히 의미도 없다. 국민연금에 대한 반환 일시금 제도를 활용하고, 적어도 2030년부터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180일 미만으로 유지한다. 이건 무슨 특별한 비법 같은게 아니다. 여기서 경우에 따라 5-7년 정도 한국에 6개월을 거의 꽉 채워 상주하는 양다리를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학교와 양육비 문제 때문이다. 법정 양육비 지급 시한이 종료되면 한국에 내가 상주해야할 이유는 소멸한다.  2029년 이후의 계획을 자세히 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 향후 5년 전체적인 방향이 흐트러지지만 않으면 성공이고, 오히..

생존기 2024.10.04

반려동물과 자식은 같은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고,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이제 일상화되었다. (나는 한 때 강아지와 고양이를 모두 기른 적이 있어서, 지금은 그들과 함께하고 있지 않음에도 얼마나 그들이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고 있다. 함께했던 우리 웅녀를 보냈을 때와 여자 친구와 함께 했던 고양이 두 녀석을 뒤로 하고 여자 친구와 헤어졌던 것도 아직 기억한다.) DINK를 선택하는 부부도 늘고 있고, 싱글이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경우에 이녀석들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왜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사람 자식과 반려동물이 같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반려동물이 소중함을 잘 알고 있음에도 그들과 사람의 아들 딸 자식이 같을 수는 없다. 그리고 그건 키우기 쉽다 어렵다의 문제..

짧은 글 2024.10.01

이혼남의 휴식과 내년 구상

하드웨어에서 시스템 소프트웨어로의 변경은 어떤 측면에서 보아도 큰 변화다. 짧게는 앞으로 3개월을 투자해서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를 수있는 것이 아니다. 훈련은 가능하고, 교육을 수료하겠지. 하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그리고 이 변화로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이 끝이 될 수가 없다. 그것이 중간 과정일 수는 있지만, 엔드 게임은 이제 걸음마를 뗀 사업체에 추진력이 되어야 한다. 교육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고 미치되, 여기에 취하면 안 된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40대 이후 커리어의 변경점을 잡을 때,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집중하되 취하지 않아야 하고, 기술의 디테일까지 습득하면서, 기술에 집착하면 안 된다. 한 번 직장이 바뀌는 것으로 안주할 수도 없다. 2년 뒤에 커리어의 변경점은 또 찾아오기 때..

짧은 글 2024.09.29

사원증은 어떻게 노예의 표식이 되는가

스마트폰에 내장된 사원증으로 출입 처리를 하고 들어선다. 오늘 아침은 7시 45분에 시작되었다.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시간이다. 법정 노동 시간이 이 시점부터 기록된다. 메신저에 알람이 들어와 있다. 지난 일요일부터 일을 했으니, 내일까지 일하면 주 7일 근무가 된다. 법적으로 금지된 것으로 실수로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나는 내일 사업장에 출근할 수 없다. '사업장'이라고는 했지만, 나의 사업장이 아니라 당연히 내가 일하는 기업의 사업장이다. 일터, 캠퍼스, 사무실, 직장, 뭐라고 부르든 크게 상관없다. 직장과 직장인에 대한 여론은 크게 둘로 나뉜다: 직장인 자체를 노예로 보는 시각과, 직장인을 노예로 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편협하고 성공팔이들에 취한 '어린' 생각이라는 시각. 글쎼 누가 옳은..

생존기 2024.09.2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