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에서 시스템 소프트웨어로의 변경은 어떤 측면에서 보아도 큰 변화다. 짧게는 앞으로 3개월을 투자해서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를 수있는 것이 아니다. 훈련은 가능하고, 교육을 수료하겠지. 하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그리고 이 변화로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이 끝이 될 수가 없다. 그것이 중간 과정일 수는 있지만, 엔드 게임은 이제 걸음마를 뗀 사업체에 추진력이 되어야 한다. 교육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고 미치되, 여기에 취하면 안 된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40대 이후 커리어의 변경점을 잡을 때,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집중하되 취하지 않아야 하고, 기술의 디테일까지 습득하면서, 기술에 집착하면 안 된다. 한 번 직장이 바뀌는 것으로 안주할 수도 없다. 2년 뒤에 커리어의 변경점은 또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번 파도를 넘다가 사람을 고용하는 것으로 공수를 전환해야 한다. 지금 내 직업을 살짝 바꾸는 일은 수비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하나의 고개를 넘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수비를 여러 번 해내야만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그렇게 만만히 보면 안 된다. 방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혼하기 전 아직은 크게 결혼 생활에 문제가 없을 때, 당시 처가 미국 주식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엔비디아 NVDA를 사서 가지고 있으라고 말했던게 2017년이다. (얼마 전 한참 올랐을 때 까지 가지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알고리즘이 아키텍처를 결정하고, 아키텍처가 반도체를 비롯한 업계의 시장 점유율을 결정한다. 지금은 연산 방식과 아키텍처가 바뀌는 시기다. 올해까지 서울-판교-천안을 오가면서 인간 생활의 그림자 속에 있는 무수히 많은 기술들의 흐름을 지켜보아 왔다. 마이크론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으로 반도체 업황을 판단하기도 하지만, 반도체 업황을 결정하는 것은 반도체 공정 기술이나 수요와 공급이 아니다. 완전히 다르면서도 사실은 작지만 이미 다들 알고 있는 것이 기술의 큰 파도가 되고 새롭지만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시장을 만들 것이다. 내 목표는 직접 그 시장에서 플레이어가 되는 일 + 이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다. 눈 감았다가 뜨면 2030년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제 겨우 숨쉬기 시작한 사업이 테크 섹터로 발을 들여 놓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겨우 부표 붙잡고 물에 떠 있는 수준이면서 무슨 헛소리냐라는 소리를 들어도 싸다. 당연히 처음부터 퀄컴이나 AMD를 만들려고 하면 안 된다. (까불지 말자.) 지금 결심하는 작은 커리어의 변화가 업계의 변화를 따라가면서 키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는 정도면 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지금 3개월 집중하는 간단한 일에도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고, 그런 의미에서 2024년 9월말 현재,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일은 반드시 2025년 5월에 끝이 나야 한다. 현재의 포지션에서 Best Practice로 공유되는 학교종이 떙땡땡 수준이 내가 만족하는 기준이 되면 곤란하다. 경우에 따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재의 직장에서 나가야 할 것이다. (그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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