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이라는 단어가 블로그의 제목에 들어가 있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발바닥 아래를 지지했던 땅바닥이 움직이고 있다. 물리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도 지각 변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생활 조건 자체가 크게 변화하는 시기에 인간의 정신 영역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시대정신'은 적어도 바뀌거나 사라질 것이다. 지금 현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정신적인 키워드를 찾을 수는 있겠으나, '생존'이라는 단어 외에 다른 시대 정신을 찾지 못했다.
평화, 기후변화에의 대응, 남녀평등을 위시한 여성주의, 생태주의 같은 거시적 혹은 미시적인 이념들은 쓰레기통으로 처박힐 시간이다. 세계 평화보다 나의 생존을 위한 전쟁의 승리가, 기후변화에 대한 전지구적 대응보다 나를 위한 에너지원의 확보나, 남녀평등이 아니라 성정치학과 권력의 우열이, 생태주의보다 인간의 생존이 중요한 시기에 이와 같은 가치를 되찾으려는 노력은 이미 빛이 바랬다. 그러한 시대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끝났다. 지금 캐나다, 독일, 프랑스, 영국의 상황은 저스틴 트루도와 메르켈 전 총리를 비롯한 '정치적으로 올바른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지도자들'이 그들의 국가를 얼마나 똥통으로 몰고 갔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은 지각 변동을 맞이하고 있다.

인간은 자기 생존을 위해 얼마든지 남을 희생시킬 수 있는 존재다. 자국민의 생존을 위해 타국이나 난민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 발전한다고 해서 이 본능이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보너스를 위해 경쟁사의 죽음을 바라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인간은 지구를 위해 더 효율적인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하여 전기차를 만들고 타는 것이 아니다. 전기차를 타는 것이 정부 보조금을 이용하면서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환경을 생각한다는 멋까지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발달로 중동 국가들이 석유 가격 하락으로 고통받는다면, 다른 편에 서 있는 인간은 그들을 구제하려기보다 그들에게 마지막 남은 석유마저 강탈하려고 할 것이다. 남녀 대결을 해결하는 것보다 배우자를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다.
그러한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일 자격이 있느냐고? 지구는 인간이 어쩌든지 신경쓰는 존재가 아니다. 자연에 인격을 부여하고 도취되는 것만큼어리석은 일이 없고, 일찍이 유가에서도 '천지불인'이라고 하였다. 더 나은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다. 난민의 생활편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메르켈의 독일식 윤리성이 지금 독일을 얼마나 황폐화시켰는가. 경제는 후퇴하고, 난민 유입으로 인구는 이슬람화되었다. 살아남은 난민이 독일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
현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이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인간의 합리성, 윤리와 공리주의, 정치적 올바름보다 생존이 먼저다.
같은 이유로 나는 여성의 권리나 남성의 반격에 관심이 없다. 나와 내 자식의 경쟁 우위와 비교 우위가 더 우선한다.
같은 문장을 누가 다르게 쓴다. "미국의 가치와 동맹국의 이익에 관심이 없다. 나와 미국의 이익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블로그의 글을 쓰는 내가 트럼프의 이 명제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우선과 각자 도생이 바로 '시대정신'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뭐 그딴게 시대정신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은 도태될 것이고, 그들은 이 시대가 끝난 후 다음 시대를 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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