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남이 읽은 Poor Charlie's Almanack (가난한 찰리의 연감)

싱글맨 2025. 1. 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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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멍거의 유일한 책이다. 멍거와 워렌 버핏, 두 사람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투자로 세계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자, 자신의 투자 방법론에 대한 책을 한 번도 쓴 적이 없다는 공통점 말이다. 워렌 버핏의 주주 서한은 정말로 주주에게 보낸 서한집이고, 이 책은 멍거 생전의 연설을 모은 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해진다. 세상에는 진지하게 읽을 책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인플루언서의 책을 자기계발 섹션에서 사고 있다면, 그만두는 편이 좋다. 레이 달리오 본인도 본인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은퇴했다. (브리지워터의 처참한 현황을 참고하자.)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예외에 해당하는 몇 안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더라도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읽지 않기를 권한다. 번역이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멍거의 연설이나 발언을 옮긴 글이기 때문에, 영어 원문으로 읽는 것이 훨씬 좋다. 도서관에서 한국어판을 구해 읽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영어 원서를 직접 사버렸고, 12월 둘째 주 내내 이 책을 소리내어 읽었다. 저자 본인이 소리내어 말한 글이기 때문에, 낭독을 하면 저자의 호흡까지 읽어낼 수 있다. 

Poor Charlie's Almanack

투자에 재무 요소 이외에 본인의 평판과 시장의 심리적 움직임까지 고려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멍거의 투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러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해서 만들어내는 Lollapalooza 효과를 찾으려 하고, Compound interest를 만드는 거래 빈도나 세금 같은 방해요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Market Timing, Trading, Portfolio가 중심이 아니다. (워렌 버핏에 친숙한 사람들이라면 들어본 얘기일 것이다. 세 종목이면 버크셔 입장에서는 충분한 분산 투자이고, 거래량이 많많지도 않다.)  두 사람은 단순히 종목을 골라서 투자하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당연히 인수합병을 통해 투자한다. 삼성전자를 사서 장기투자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깔고 앉을 회사가 있으면 사서 몇 년씩 가지고 있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이 책은 멍거의 체크리스트(10개 부문 40여개의 세부 항목)를 제공한다.  

이 책은 특히 나처럼 학위를 가진 사람이 빠질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 경고한다. 학교와 같은 기관이 인정하는 어떤 전문성이 다각적인 각도의 분석하고 현실 세계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데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이는' 경향이 위험함을 여러번 지적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사람을 살리는 천 개의 검을 지녀라.' 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화물차 터미널에 대형 면허나, 병원에서의 의사 면허나, TECH 회사의 연구 조직에 박사학위는 그냥 입장권에 불과하다. 누구나 가지고 있고, 아무 것도 보장되는 것은 없다. 위험은 크게 늘어난다. 스타트업에서는 모든 것을 투자를 받아 해결하려 하고, 종양내과 의사에게는 모든 문제가 암이고, 엔지니어에게는 모든 것이 제품이나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피부에 와 닿았던 부분이 있다. 

Q: '청년들이 경력을 쌓으려면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요?' 
A: 1. 자신이 사지 않을 것을 팔지 않는다. 2. 존경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3.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들과만 일한다.

1번부터 3번까지 모두 Integrity, Integrity, Intergrity로 읽혔다. 특히 2번은, 조직개편 뉴스가 흘러나오는 2024년 12월 현재 이 시즌에 매우 적절한 조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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