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Cut the cord: 이혼남이 반드시 나만의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

싱글맨 2025. 2. 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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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로 복귀하였다. 지난 2년 임시로 월세 세입자로 생활하였고, 2년 계약 종료와 함께 자가로 다시 이사를 마쳤다. 동시에 내부적인 문제로 다른 가족과 생활을 잠시 합쳤다가 그 생활을 청산하였다. 이 이사가 특별한 것은 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의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1세대를 2세대로 다시 분리하는, 세대 분리 이사였기 때문이다. 

전처나 아이들이 아닌 다른 가족과 합쳐서 사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불가피한 이유라는 것이 항상 있기 마련이지만, 세대를 합쳐서 산다는 것은 결국 좁은 공간에서 이것저것 쌓아놓고 사는 생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생활의 결정권을 잃는다. 내 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내 의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한편으로 의지하게 되는 것도 큰 문제다. 가족의 자잘한 생활 속의 도움은 나의 경쟁력을 깎아 먹는다. 

형제자매나 노부모와 함께 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면, 끈을 잘라내야 한다.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 상황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좋다. 특히 재혼을 생각하는 이혼남이라면 더욱 그렇다. 컵이나 그릇 하나, 벽지의 색상부터 내가 움직이는 생활 일정까지 내 의지와 취향을 분명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과 나의 생활 패턴을 혼자 살면서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고, 그래야만 내가 아는 나를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배우자와 생활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로 베이스

에어컨 청소, 도배, 가구 선정과 배치를 다시 하면서 오래된 것들 버렸다. 이혼 후 지난 5년 수명을 다한 가구들과 어머니의 낡은 이불과 사용하지 않는 용기들을 버렸다. 하드웨어만 버린 것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습관들도 버렸다. 형제자매가 음식을 가지고 방문하는 것, 함께 사는 어머니의 빨래 주기 같은 것들도 전부 마이너스다. 내가 한 환경설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에 세대 분리 이사를 하면서 이런 모든 것들을 갖다 버렸다. 이렇게 해야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한 모든 것이 나의 책임과 권리의 범위 안에 들어 온다. 

다시 혼자 세상을 보다.

집에서 티비가 사라졌다. 별도의 글에서 다루겠지만, 아이들과 만나는 날은 태블릿도 유튜브도 없다. 세탁실에 쌓여 있던 양파와 베이붐 세대의 바구니가 사라지고, 9 kg 용량의 건조기가 들어왔다. 거실이 텅 비워지고, 회의실 겸 스튜디오가 되었다. 어머니가 빨래는 널던 작은 방이 나만의 집무실이 되었다. 나머지 한 방은 패브릭 소파가 들어간 휴게실이 될 예정이다. 이 집에 나 이외의 생물은 없다. 관리가 되지 않는 화분이 전부 폐기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을 힘들게 보낸 것은 이것을 위한 것이었다. 생활 자기 결정권: 이것이 이혼남이 자기만의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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