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이가 조언을 구하기에 예비 장인을 보라고 말해주었다. 장인이 될 사람이 집안에서 존경받는가? 예비 처가의 가족들이 그를 아버지로 대우하는가? 결혼 전에 결혼을 해도 좋을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반드시 참고해야하는 중요한, 기본적인 질문이다. 글쓴이가 실수한 부분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조언에 '싫어요'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결혼이 사랑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결혼이 결혼 당사자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결혼이 가족과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할 법한 '싫어요'다. 응답자는 남녀 성비 9:1 정도가 혼합된 불특정 다수였다. 상당 수의 남성이 '싫어요'를 클릭했다고 볼 수 있다. 3040이 주요 응답층이니 절반 정도는 기혼 남성이라고 봐야하겠다. 이들이 싫어요를 클릭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불편하다. 예비 장인의 가정 안 지위를 가늠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예비 장인과 자기를 비교하는 일을 수반한다. 예비 장인과 자기를 비교하는 것이 불쾌하고, 받아들이지 못할 일이라 싫어요를 클릭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자기가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하거나, 내심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반응들이다. 응답자중의 남성이나 여성을 구분할 필요도 없다. 자기가 예비 장인에게 혹은 약혼남이 아버지에게 훨씬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은 겸손하지 못한 인간의 본성으로 볼 때 확률이 낮아 보인다.
기혼자들도 얼마나 이전 세대의 아버지를 하찮게 생각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나아, 혹은 나는 달라라고 생각하며 사랑과 행복이 결혼에 중요하다고 믿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까. 만약 이 추측이 맞다면, 오히려 응답자들을 대표하는 세대가 얼마나 '아버지 세대'에서 후퇴했는지를 알 수 있는 반응인 것이다. 그들은 내가 지금 이 정도 하고 있는 것이 나 한 몸 행복하게 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예비 장인과 결혼을 앞둔 나를 비교하는 것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추가 질문을 해보겠다.
1. 예비 장인은 집 밖에서도 영향력이 있는가?
2. 예비 장인은 심지어 자기 분야에서 경외의 대상인가? 성공적인 사람인가?
저 사람의 딸이 당신을 약혼자로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위 아래의 질문들은 전부 Yes / No Question이며, 100% Yes가 아닌 대답은 자동으로 No다.
3. 결혼을 앞둔 당신은 당신의 자식이 당신의 아버지나, 예비 장인을 닮기를 원하는가?
4. 결혼을 앞둔 당신은 당신의 자식이 당신 스스로를 닮기를 원하는가? 당신 같은 인생을 살기를 원하는가?
(3, 4번 질문 모두 외모 따위의 유전적인 특징 이상의 사회적인 성과와 지위를 의미한다.)
나는 95% 이상의 사람들이 할 대답을 알고 있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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