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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모임 단상 part II (이혼남의 네트워크)

2023년 12월 막바지까지 나는 사람을 만났다. 심지어 직장에서 가장 열심히 해야하는 일도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조직개편으로 싱숭생숭한 시기에 일을 붙잡고 있다는 것은 효과가 적은 일을 안고 있다는 증거에 불과하다. 게다가 사람을 만나는 일은 소속된 직장, '회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새로운 10년을 시작할 시기에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기존에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면서 할 일은 분명하다. 이제 필요없는 사람들을 치워버리고, 내 일이 도움이 되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2023년까지 작동하지 않은 관계는 내년에도 작동하지 않는다. 네트워킹이란 단순히 만나는 사람을 늘리는 일이 아니다. 고장난 채널을 정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대..

생존기 2023.12.31

연말 모임 단상 part I (feat. 동문회, 남자의 쓸모와 네트워크)

연말 동문회를 무려 5년만에 나가게 되면서, 나는 동문회를 비롯한 사회적인 모임들에 대한 내 생각이 틀렸음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파악한 동문회의 모습이나 성격이 틀린게 아니라, 그렇게 알아차린 동문회에 대한 나의 판단이 틀렸다. 심지어 내가 대학별 고등학교 동문회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동문회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20대에 겪었던 동문회장으로서의 경험이 그랬기 때문이다. 결국은 저녁식사와 2차 술자리를 예약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고, 어떻게 하면 여학교 동문회와 조인트 동문회를 잘 여는지가 동문회장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기 떄문이다. 소위 '동문회'라는 건 잘해야 '나중에 나이들어서 나눠먹기 잘 하는 조직' 이고, 최악의 경우 조인트 동문회에서 작업걸다가 술에 떡이 된 동문들..

생존기 2023.12.10

이혼남의 연애

이혼 이후에도 연애가 가능할까. 이혼 절차가 막 끝났을 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글에서도 여러번 다루었지만, 이혼 직후에 어떤 연애 관계에 돌입하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연애가 이혼의 이유가 아니었다면, 굳이 잔해를 처리하기도 바쁜데 다른 현장을 만드는 것이 좋을리가 없다. 문제는 생각보다 빠르게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다. 결혼하기 전, 2030 싱글로 연애를 하던 시절처럼 활기찬 연애 생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거나 접근을 해오는 사람은 생긴다. 당연히 착각하면 안 된다. 지인이 되었다고 해서 연애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니까. 선물을 받게 되는 일이 생기면 좀 난감해질 수는 있다. 이혼남인 내 입장에서는 연애를 고려하지 않는다. 지금 그럴 ..

생존기 2023.11.06

인플루언서를 믿지 마라.

인플루언서를 무작정 믿지 마라. 유튜브와 틱톡으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는 훌륭한 도구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케팅과 브랜딩을 위한 도구이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도구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판매를 전제로 한다. 꼭 무슨 "물건"을 팔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란 모든 것을 파는 도구이다. 아이디어, 사람의 이미지, 제품이나 상품의 분위기를 팔기 위한 속성이 있고, 이건 꼭 최근에 등장한 소셜 미디어만의 특징이 아니라, 모든 미디어의 본질이다. (소셜미디어를 SNS라고 줄여 부르는 일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것저것 되는 대로 줄여 단어를 만드는 것이 원래 역겨운 일이긴 하지만, 이건 특히나) 인플루언서가 해롭다, 나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빠른 학습이 필요할 때, 처음 접하는 분야를 대강..

생존기 2023.11.05

이혼남은 결혼과 이혼을 권하지도 말리지도 않는다.

결혼을 앞 둔 남자와 여자를 각각 한 사람씩 만났다. 남자 후배는 내게 청첩장을 내밀었다. 여자 지인은 내게 본인의 소개팅 얘기를 했다. 두 사람의 대화 모두 본의 아니게 결혼 상담처럼 되어버렸다. 참고로 두 사람은 모두 내가 이혼한 것을 알고 있다. (나를 일부러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매우 얕게 아는 사이에서 이혼을 숨길 이유를 느끼지는 못한다.) 결혼과 이혼은 권하거나 말리지 않는다가 내 철칙이고, 둘 다 축하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내게 청첩장을 내민 후배의 결혼식에 나는 제대로 갖춰 입고 참석해서 박수치며 축하해 줄 생각이다. 기혼자일수록, 이혼남일수록 주변 사람들의 결혼에 축하를 아껴선 안 된다. 세상에 아무리 어려워도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결혼 환경이 통계적으로 쉽지 않아진다고 해서 ..

생존기 2023.10.10

엄마랑 이혼한 아빠의 직업이 뭔지 궁금해요

사랑하는 나의 딸과 아들에게, 아빠는 무얼하는 사람인지 너희들이 궁금해서 묻는 경우도 있었고,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조사를 하기 때문에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 좋은 질문이다. 아빠는 뭘 하는 사람일까. 간단한 답은 있다. 아빠는 지금 회사원이다. 회사의 이름을 말하면 해결되는 일이지, 그리고 그 회사에서 아빠가 하는 일을 설명해주면 된다. 쉽고 원론적인 대답이다. (다시 말해, 본질적인 대답은 아니다.) 한국어로 다 '일 혹은 직업'으로 번역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아빠의 Job, Career, Profession, Calling, Mission은 전부 다른 뜻이다. 너희가 아빠한테 물었을 때, 아빠의 어떤 것을 물어본걸까. 좀 어려운 얘기다만. 물론, 이제 너희들이 그런 질문을 할 때가 되었다는 것만으..

딸과 아들에게 2023.09.03

정해져 있는 미래: 42세에 첫 회사를 시작하며 얻은 교훈 20가지

와다 이치로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벌써 5년전이지만, 불행히도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를 먼저 만난 것은 작은 불행이었다. 사실 '42세에 첫 회사를 시작하며 얻은 교훈 20가지'를 먼저 읽었어야 했다. 이 책이 속편이지만, 사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직장생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독립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토대 출신의 백화점을 다니다 구제 기모노를 판매하는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1세대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라고 할 수 있는 세대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이미 온라인 판매가 이미 레드 오션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지금, 이 책이 말하는 독립과 사업을 위한 교훈은 굳이 이 블로그에서 다룰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작..

생존기 2023.09.03

경매 입찰 기일 이후 실망한 4가지 이유

입찰을 준비하고 휴가를 이용해 임장을 하면서 주행거리가 20만을 넘겼다. 나는 이번 회차 입찰을 하지 않기로 했고, 낮에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입찰 실시간 상황을 살폈을 때, '진행'으로 떠 있는 것을 보고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법원에서 경매가 시작되면, 일단 입찰이 들어오지 않은 건들은 '유찰'로 상태를 변경시키고 나머지 '진행' 물건들만 가지고 하나씩 경매 절차를 시작한다. 당연히 지금은 앱으로 이 입찰의 실시간 현황을 알 수 있다. 내가 본 땅은 내 희망섞인 바램을 조롱이라도 하듯 경매가 진행되었고, 최저가에서 그리 높지 않은 수준으로 낙찰되었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불안해서가 아니었다. '진행' 상태로 대기하고 있을 때, 누군가 입찰을 했구나라는 생각에 내 바램이 근거가 없는 헛된 희망이었다는 ..

생존기 2023.08.27

이혼남의 여름 휴가

아빠에게 여름 방학은 없다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한다. 여름에 어떤 일을 불태워서 해보겠다는 생각은 계절을 역행하는 방법이다. 건강 관리를 잘해서 여름을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여름을 피해서 건강 관리를 하는 것이 정상이고, 봄과 가을에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광복적을 전후해서 나름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2024년 이후의 구상을 다시 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일단 6월에도 중감 점검을 하면서 확인했지만,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근근히 이어가는 운동 같은 활동이라면 모를까, 굵직한 프로젝트를 여러개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작동하지 않는다. 더 어렸을 때도 잘 되는 경우는 잘 없었고, 이제는 그렇게 하면 건강을 해치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주지..

생존기 2023.08.15

이혼남 주거공간의 조건

예상은 했었다. 집주인이 비가 많이 오는 날 누수가 있었다고 했을 때, 이미 짐작했던 부분이다. 예전에 아버님의 자가에도 누수 문제가 있어 봤기 때문에, 집합건물의 누수를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집주인도 내게 경고했으니, 있는 문제를 감춘 것은 아니다. 다만 현관문 틈 사이로 물자국이 나면서 검은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걸 막아야 하는 것은 살고 있는 나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누수라는건 비가 많이 오는 날 비가 새는 일도 있지만, 사실 빗물이 고여 크랙 사이로 들어가서 스멀스멀 그 자취를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꼭대기층이라는게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나마 현관문 쪽에만 문제가 있고 방 안 쪽으로 큰 문제가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랄까. 세입자에게 임대를 내놓은 집도 돈이 들어가는 건 마..

생존기 202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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