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설날입니다. 연휴 중에 이 블로그에 도달하신 분들이 있다면, 위로와 함께 새해 그래도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씀을 전합니다. 명절 스트레스로 이혼을 결심한다는 것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케이스가 아주 없어졌다는 의미가 아니고, 명절의 생활 문화가 달라졌기 때문에 갈등의 양상도 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음식을 사거나 차례를 생략하는 집도 많아졌지만, 명절에
전을 부치는 생활 방식의 디테일이 중요한게 아니겠죠. 명절에 이혼을 결심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갈등을 발생시키는 그 사람과 사람들 때문입니다.

설날 간단하게 내가 먹을 전을 혼자 부치는데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이, 문제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고부간의 갈등은 장서간의 갈등과 쌍벽을 이룹니다. 뻔히 별로 좋은 사이가 아닌 것을 아니 만나지도 않지만, 결혼을 한 부부는 이들을 두고 갈등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가 그렇듯, 갈등은 돈으로만 해결이 가능하고 돈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명절에 누가 뭘 잘못했는지를 논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닙니다. 이 글을 경어체로 독자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쓰고 있는 것은 2024년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면서 담담히 얘기하고 싶어서입니다.
30대 이하의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는 명절 강들 같은 이런류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것도 작용합니다. 왜 노력해서 갈등을 불러오느냐는 생각은 분명히 합리적입니다. 이런 합리적인 의심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결혼하는 부부의 숫자를 늘릴 방법은 없습니다. 사람은 인센티브가 있어서 뭔가를 하는 것보다, 불리함이 있을 때 뭔가를 하는 동물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상,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장 어려운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세대는 그들의 문제가 있겠지만, 당장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남이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문제는 작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혼율이 조금씩 낮아질 수는 있어도 절대적인 숫자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는 변했고, 이제 나이가 든 사람들도 더 늦기 전에 자기가 억울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해소하려고 할 것이니까요. 그리고 당연히 자연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이혼이 늘어날수록 이혼을 원하는 사람들은 더 급격하게 증가할 겁니다. 한 세대 전, 누구나 결혼할 때, 잘 따져보지 않고 다들 결혼했던 것처럼 말이죠. 물론 이혼이 무작정 증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결혼 자체가 줄어들고 있으니까.
그 대신 드라마틱한 이혼 이야기가 더 늘어날 겁니다. 이혼남녀를 소재로한 티비 예능이 등장한 것처럼, 이제는 국제결혼 커플의 이혼 이야기, 연상연하 커플의 이혼 이야기 같은 더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려고 하겠죠. 이미 이혼을 소재로 삼아 방송인으로 자기 브랜드를 구축하는 사례들을 보고 있죠. 누군가 어떻게 생활을 꾸려나가는 제가 알 바 아닙니다. 문제는 이렇게 이혼을 컨텐츠로 소비하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따라간다는 점입니다. 자기가 이혼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 따져보지 않고 말이죠.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던 시절, 그게 경제적 감정적으로 감당이 안 되는데도 감행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인간의 다른 활동보다 결혼과 이혼은 감정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랑이나 욕심때문에 결혼을 합니다.
이 시절을 결혼이든 이혼이든 이겨내고 살아내는 사람들은, 이 시절이 지나가고 10년 혹은 20년 정도 지나면, 제대로 결혼과 이혼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청구서를 들이밀 겁니다. 부부간의 문제를 극복했거나 이혼 이후 양육비를 지불하고 경제적으로 버텨낸 사람들은 한 세대 뒤에는 국가 시스템에 요구할 것입니다. 누가 이 국가의 인구를 유지하는데 기여했고, 누가 세금을 내고, 누가 미래의 세수를 충당하는지. 지금보나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결혼이든 이혼이든 자기에게 유리한 결정을 하지 못해 억울하다고 뒤늦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냉소밖에 없습니다.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태됩니다.
2024년을 기하여, 이 블로그에서는 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경제적 사회적 조건들을 좀 더 다루는 채널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설날 연휴, 결혼이나 이혼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면, 인생의 무게를 걸고 고민해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결정이든 당신의 몫이고, 그 결정에서 얻게 되는 모든 이익이 당신의 것이듯이, 그 결정에서 감당해야 하는 책임도 오롯이 당신의 것입니다.
이 글을 읽은 독자께선, 결혼이나 이혼을 감당할 수 있습니까? 혹은 결혼을 하지 않거나 이혼을 하지 않는 것을 감당할 수 있습니까?
갑진년 한 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혼남 싱글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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