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과 "자아를 찾는다는" 헛소리

싱글맨 2024. 2. 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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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는 걷어 치워라.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이혼이나, 이혼 이후 자아를 찾겠다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무익하다.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원하는 것이 나의 모습이다. 

You know who you are.

잠깐 혼자 여행을 다녀온다던가, 며칠 깊은 생각에 빠지는 것을 뭐라고 하는게 아니다. 그런 시간은 원하지 안하도 쓰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당장의 생존을 무효화할 수는 없다.

이전 글에서 이혼 전후의 심리상담을 강하게 권했던 이유는, 그렇게 해야 내가 적극적으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방학 때 유럽 여행가는 기분으로 자기 시간을 가져봐야 별다른 결론은 안 나온다. 심리상담을 받더라도 누가 무엇을 했고, 결혼 혹은 이혼 과정에서 내가 한 어떤 행동을 구체적으로 평가해서 오답노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건 어떤 선을 그어놓는 일이다: "반드시 이 정도는 하겠다. 이런 행동은 나 스스로에게 용납하지 않겠다. 어떤 말은 타인에게 절대로 넘어서는 안될 선으로 단속하겠다." 이런 것 말이다. 그러면 그 과정 속에서 우선 순위를 찾는 일이 어느 정도는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절대로 바뀌지 않는 우선 순위라는 것은 없다. 

그리고 이런 정리작업은 멀쩡하게 생존해나가면서 할 수 있어야 한다. 명상을 하고, 새로운 취미를 갖고, 목적 없는 여행을 가거나, 자원 봉사를 한다고 해서 나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일 카드값은 지불해야 한다.

이혼에 대해 다룬 이런저런 컨텐츠를 보면 자기를 돌아보며 새로운 소셜미디어 그룹에 가입하고 다시 만날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새로 정하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조언 같지도 않은 쪼가리들을 보게 된다. 틀렸다. 

이혼 전후에 상담료를 지불하고, 내 스스로 경제적인 자립이 가능하게 각종 계좌를 정리하고, 필요하면 초과 근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고, 자녀가 있다면 양육비를 지불해야 하고, 생존을 위한 요리, 수리, 신체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써야 한다. 건강이 무너졌다면, 병원비와 트레이너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자기 이미지와 평판이 무너졌다면, 그걸 뒤바꿀 수 있는 변호사나 헤드헌터를 만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금융/연금 전문가, 부동산 컨설턴트를 만나 그들에게 지불해야 한다. 요컨대 이혼 전후에 할 일의 대부분은 돈을 지불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자기만의 솔루션을 찾을 필요가 없는 일들이라, 거의 정해진 정답이 있다.

이혼 전후에 생각하고 있는 "자아를 찾는 과정"이 위에서 열거한 구체적인 활동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꿈깨라. 연휴 기간에 이혼에 대한 꿈에 젖어, 이 과정이 끝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 환상이다. 이혼이 성립하는 순간부터, 남자와 여자를 막론하고 조력자 없는 무한 경쟁으로 돌입하게 된다. 사회는 당신이 이혼을 경험했다고 해서 도와주거나 봐주지 않는다. 오히려 이혼을 했다는 이유로 이용하거나 벗겨 먹으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결혼과 이혼이라는 실수를 했으면서 왜 자기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살아남을 길은, 실수를 한 내가 세상에 내가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지, '그래도 나는 스스로 가치 있으니까.' 라고 생각하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아니다. 결혼을 한 내가 이혼을 당신이 내일 죽어도 세상은 관심 없다. 그만큼 나 스스로가 무가치하다는 것을 인정해라. 그래야 시작할 수 있다. 건방진 소리 하지 마라.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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