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선물을 고르는 일은 어렵다. 특히 아빠가 딸 선물을 고르는 일은 어렵다. 아주 어린 아기라면 여느 장난감이나 좋고, 안전한 것으로 선물을 사면 되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 그걸로 다가 아니다. 아이들이 선물을 좋아하면서도 이제 초등학생인만큼 뭔가 교육적이면서도 한 번 가지고 놀고 버리게 되지 않는 그런 장난감을 원한다. 차라리 원하는 장난감이 분명하게 있다면 사주면 될 일이지만, 아빠 입장에서 선물을 고민하는 것은 아이들이 커나가는 과정을 고민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딸 아이에게 공주옷이나 계속 선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예전에 집을 꾸미는 장난감을 좋아했던 기억에 사주었던 선물이다. 꽤 성공적이었고, '미미'라는 대표적인 여아 장난감을 한 번 꼭 사주고 싶기도 했다. 옆에 있는 포켓몬은 아들의 초이스다. (그렇다. 아이들이 둘이면 선물은 항상 두 개인 법. 그건 생일도 어린이날도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다.)
다시, 선물을 고민하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전거 선물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스텝이었다. 밖에 나가서 뭔가 탈 것을 운전하고 내가 갈 길을 찾아본다는 것은 그냥 필수적인 교육이고, 그걸 선물하는 것은 아빠로서 큰 기쁨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선물을 할 수는 없을까.
다른 아이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딸 아이가 자연스럽게 내 전화기를 카메라 모드로 돌리고 개인 방송을 하는 것처럼 영상을 찍어놓은 것이 있다. 마치 어린이용 교육 프로그램에 나오는 캐릭터를 연기하듯 동물을 설명하는 선생님으로 변신하는 딸의 모습이 예전 스마트폰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들 녀석에 비해 훨씬 '무대 체질'인 딸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은 뭐가 있을까. 유난히 다른 사람에게 말을 잘 걸고, 꼭 한 번은 소파에서 춤을 추는 딸 아이에게 조금은 '다른 무대'를 선물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가르치는 놀이를 하는 것만으로 자란다. 스스로 쓰고 읽고 말하는 연습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양면에 보드가 있고 마커로 쓰고 지울 수 있는 장난감 아닌 장난감을 선물했다. 이건 딸 선물이라고 해서 그렇게 공주공주한 선물도 아니지만, 딸 아이의 말하고 싶은 욕구를 펼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들 녀석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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