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를 주고 월세 세입자가 되는 길을 택했다. 2023년에 들어가면서 실거주하고 있던 한 채를 월세로 내어놓고, 싼 월세로 다른 곳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혼 이후 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비상조치이긴 하다. 이혼남 1주택자가 월세를 내어놓는 현실과 그 이유가 있다.
당장 살고 있는 실거주 집을 월세로 내어놓는 이유는 집을 자산화하여 이유는 현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잘 살고 있는 실거주 한 채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과금과 관리비까지 고려한 현금 흐름을 챙기는 것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아무리 내가 직장을 잘 다니고 있고 당장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당장 비용을 줄이는 일은 필요하다. 어차피 지금 전세는 안 나간다. 지금 당장은 여전히 두어 해 전 기준의 낮은 금리로 원리금 상환을 하지만, 몇년 후에는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그 이전에 세입자를 들이는 것이 나의 선택지를 늘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변동 금리로 전환되기 전에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어 결정을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당연히 요구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움직여야 한다.
이 조치를 취함으로써, 나는 월세를 사는 1주택 월세 임대인이 된다. 세금까지 고려했을 때, 아주 적지만 플러스 현금 흐름을 2023년에 추가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아파트 공시가에 따라서 세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세금 액수를 계산해봤을 때, 그 세금을 내는 것이 변동금리 시점에서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최근에 경매로 나오고 있는 많은 아파트 소유주들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매번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는 없다. 지금은 수비를 할 시간이다.
직전 글에서 암호화폐 시장과 바이낸스의 문제를 소재삼아 글을 쓰기도 했다. 이혼을 자루는 블로그에서 왜 갑자기 코인이니 부동산이니 다루는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알고리즘(?!)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혼 이후의 생존에 자산 시장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이혼과 투자, 이혼과 돈, 이혼과 자산시장은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자산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이혼 후 생존은 불가능하고, 불안한 생존환경은 아이들과 이혼남 아빠의 관계도 망칠 수 있다. 그것이 이전에 '이혼남, 돈이 전부다' 라는 글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 감정적으로 아쉬울 수밖에 없는 점은 지금 이 집에서 아이들이 왔을 때 즐길 수 있는 놀이터와 좋은 환경이 모두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이미 이 동네 아이들과 놀이터에서의 관계를 형성했다. 아이들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아빠가 다른 집으로 이사가도 될까?' 라고 물어봤을 때, 아이들은 반발했다. 넓은 아파트와 놀기 놓은 놀이터, 딸이 다른 아이들을 몰고 다니며 놀고, 아들이 모래 장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수도 있다. 이 점이, 이 점이 아쉽고 뼈아픈 지점이다. 이혼해서 떨어져 살고 있는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아빠 집에 가면 놀기 좋은 환경이 있다고 생각해주는 것이 지금까지 이 집에 살면서 너무나 좋았다. 지금 나는 나중에 아이들과 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 이 즐거움을 잠시 미루어두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아빠집에 와서 실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냉정해 질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이사를 냉철하게 감행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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