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어느 이혼남의 2023 신년 계획

싱글맨 2023. 1. 1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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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신년 계획 따위는 없다. 지난 글에서도 밝혔지만 2023년이라고 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빠질 일만 있다. 굳이 떡국을 챙겨먹거나 생일을 챙기는 일은 없다. 반갑지도 않다. 계획은 일을 하면서 떠오르는 경우도 많아서 계획을 세운다고 그대로 지켜지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일단 그냥 하는 거다.

매일 녹색으로 칠한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아이템이 하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업무 시간을 피해 새벽이나 밤에 개인 사무실에 출근을 한다. 이 일은 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에 2023년 한 해 동안 꾸준히 집중할 수 없다면 걷어치울 생각이다.

실행 방법은 간단하다. 반드시 사업장에 출근을 해야하는 장소에 의존하는 일이므로 360일간 출근해서 아이템과 씨름하고, 하루에 한 번 이상 출근해서 실행을 하면 날짜에 녹색 형광펜으로 날짜를 칠한다. 이미 첫 5일을 통풍 치료때문에 나가지 못했다. 다리를 질질 끌고 서서 일을 할 수는 없었다. 맨 앞의 5일을 떼고, 나머지 360일 중에서 하루라도 못나간다면 나는 이 일을 그만둔다. 벌써 이 아이템을 들고 있었던게 무려 4년이다. 안 되는 사업 아이템을 더 이상 들고 있을 수 없다. 360일을 못채우거나 360일을 덤볐어도 해결하지 못했다면, 나는 이 아이템을 살릴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는게 맞다. 대충 얇게 펴발라 일해서 결과가 나올 정도로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

이건 계획이 아니다. 그냥 실행의 결과에 따른 Yes or No의 문제일 뿐이다. 경험으로 배운게 있다면 하루에 오래 이 일을 붙들고 있는 것보다 단 5분이라도 매일 꾸준히 할 때 성과가 나온다는 점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 일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문턱값을 넘기지 못했었다. 다행히 360일은 버틸 자금이 있다. 360일 이상을 버틸 자금은 없다.

어차피 힘들다는 사람은 많다. 누구나 몸과 마음을 다쳐가며 일을 한다. 상당수가 N잡을 뛰고 누구나 경제적으로 어렵다. 누구나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다. 질질 짜면서 힘들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지난 4년 동안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이 일을 성사시키지 못했던 나에 대한 혐오감이 들어 구토가 치밀어 오른다. 오늘도 통증이 올라오는 발을 끌고 나가면서 약을 먹고 밤 출근을 했다. 그리고 이건 잘한 일이거나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한 것 뿐이다.

2023년이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곧 설날 연휴가 끝나면 1년의 1/12가 이미 끝난다. 시간은 가장 무서운 적이자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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