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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아들에게 36

아빠 바보

사랑하는 딸에게, 우리 딸과 아빠는 지난 번 만났을 때, 서로 약간 다른 생각을 했다. 서로 다른 생각의 내용이 중요하지는 않다. 네 동생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빠는 네게도 네 것을 쉽게 양보하거나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좋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좋다. 네가 네 생각을 스스로 아빠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점을 아빠는 설명했다. 너와 아빠가 서로 동의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서로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게 문제라고. 네 생각을 드러내는데 의미가 있으니 잘 했다고 말이다. 네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네가 양보한 것이 많았을 것이다. 네가 참고 넘어간 것들 말이다. 네게 언젠가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의 누나가 ..

딸과 아들에게 2023.06.22

이혼남, 아빠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때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너희들의 아빠라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기쁘다. 아빠랑 만났다가 헤어지는 시간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우는 우리 딸을 보면 항상 마음이 아프다. 그만큼 너희들을 다시 만나는 날이 되면 문 밖에서부터 너희들의 웃음 소리가 들릴 때 아빠의 마음이 흐뭇하기 그지 없단다. 아빠에게 삐질 때가 있으면서도 아빠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편지와 그림을 선물해주는 우리 아들을 생각하면 아빠는 언제고 웃을 수 있다. 아빠가 그림 솜씨가 형편없어서, 다른 손을 빌려 우리 딸의 얼굴을 그려봤단다. 사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참고한 사진에는 아빠의 큰 선글라스가 씌워져 있었지. 얼굴의 반을 가린 아빠의 선글라스도 우리 딸의 미소를 지우진 못했다. 아빠랑 같이 있는 날이 적지만 편지에 적혀 있는 키워줘서..

딸과 아들에게 2023.06.04

어린이날 선물은 아빠에게 더 큰 기쁨이다.

나의 딸과 아들에게, 너희에게 아빠가 어린이날 선물을 할 수 있다는 건 아빠에겐 기쁨이다. 너희가 이제 레고를 가지고 놀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일단 레고를 하나씩 연령대에 맞는 것으로 선물을 준비했다. 조금 아쉬운건 너희들을 만나러 가니 이미 집에 레고가 있더구나. 아빠가 너희에게 레고를 처음 사주는 것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항상 그렇지만, 너희들은 원하는 것이 분명하지. 레고를 사주고 싶은 것은 아빠의 마음이고, 너희들이 가지고 싶은 것은 또 따로 있을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딸은 미미를 원했지. 정확하게 네가 원했던 미미 세트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미미 세트를 선물로 준비했다. 물론 이번에 너를 위해 준비해둔 레고는 동생의 생일에 너에게 따로 줄 선물이 될 것 같구나. 조립하느라 ..

딸과 아들에게 2023.05.21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

나의 딸과 아들에게,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는 말은 틀렸다. 이건 서로 다른 의견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분명히 틀렸고, 거짓말이다. 좋게 봐줘야 그건 도덕책에 나온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한 말을 오해한 것에 불과하다. 아빠로서 너희들에게 절대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라고 가르치지 않겠다. 안하무인으로 세상을 살라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걸 알라는 얘기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평등을 추구한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라는 말은 사실 '(아주 제한적인 환경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라는 말이 지나치게 단순화된 버전이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체화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에 불과하고, 이걸 실전에서 적용하려고 하..

딸과 아들에게 2023.03.05

새해 해돋이를 하지 않는 이유, 겨울 바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에게, 딸에게 아빠는 새해 해돋이에 굳이 나가지 않는다. 정동진이나 포항 앞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새해에 대한 구상은 할 수 있다. 그리고 언제나 새해에 대한 구상보다 중요한 것은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실행이고, 지난 해에 실패한 무언가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인간이 임의로 그어 놓은 날짜변경선을 넘어오는 해를 본다고 해서 갑자기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진 않는다. 바닷가에서 해 뜨는 것을 보고 별 생각 없이 아침 식사를 하고 와서 갑자기 달라진 삶을 살기를 기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아빠의 22년 정리는 이미 가을에 끝났다. 아빠만 좋아하는 곳을 찾기 위해 잠시 여행을 떠났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빠는 바람을 거슬러 움직이면서 얼마나 조금씩 흘러나가는 시간..

딸과 아들에게 2023.01.08

생활 속의 작은 실수들을 반성하며 (feat. 영화 '샷콜러')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아빠는 항상 찾아가면 문 앞까지 달려나와 주는 너희들이 고맙기만 하다. 아빠는 너희들이 다녀가는 날이면 늦은 시간 헤어지기 전에 너희들을 꼭 안아주고 '아빠가 사랑한다.' 라는 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집에 다시 돌아오면 할머니와 함께 너희들이 남긴 흔적과 먹은 음식, 놀이 습관, 너희들이 했던 말을 다시 얘기 한단다. 너희들의 행적이 월요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일주일을 만든다. 미처 챙겨가지 못한 빨간색 풍선과, 너희들과 함께 했던 게임들, 너희들이 가지고 놀던 너희들 할아버지의 사진을 다시 정리하면서 너희들을 생각한단다. 지난 주에 너희들이 아빠와 더 있다가 가려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멀미가 나는 것처럼 얘기했었다. 그리고 아빠 집에 갈 때는 다 빨간불이었으면 좋겠고,..

딸과 아들에게 2022.10.10

모든 사람의 누나가 될 필요는 없다.

어여쁜 딸에게, 아빠는 크게 네 걱정을 하지 않는다. 너희 둘 모두 이미 완성되어 태어났고, 특히 딸인 네게는 엄마나 아빠에게는 없는 균형감각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너는 너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 어떤 삶을 택할지, 어떤 사람이 될 지, 모두 부모가 말해줄 필요가 없다. (직업 선택 같은 걸 얘기하는게 아니다.) 네 엄마나 아빠가 조금은 극단적인 형태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너는 그렇지 않다. 딸아, 아빠는 너를 지켜보면서 네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더 잘 이해하려고 한다. 지켜보면 너는 자연스럽게 중심축 역할을 하더구나. 터울이 크지 않은 동생을 돌보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두려는 것이나, 이미 놀이터에서 너보다 어린 아가들을 끌고다니면서 노는 것이나,..

딸과 아들에게 2022.08.18

절대로 너의 것을 포기하지 마라.

나의 아들에게, 예전 사진을 둘러보다가 찾았다. 아빠가 이걸 찍어두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지금은 뜨거워서, 비가 와서 나가지 않고 있지만, 너느 놀이터에서 모래를 한 가득 모아놓곤 했었다. 특별히 모래를 가지고 뭔가를 만들엔 아직 어린 나이였다. 벌써 두어 해가 되었다. 한참 그득그득 모아놓은 모래더미 옆에 어떤 여자아이가 같이 놀 심산으로 네게 접근했다. 그리고 '같이 놀자', '내가 도와줄까' 라고 하면서 네 모래더미에 손을 대기 시작했지. 그저 지켜보던 너는 모래의 상당 부분을 갈라가려는 여자 아이의 손을 보고 '저리가'라고 말했다. 여자아이가 나이를 들먹이며 '너 몇살이야'를 말하자. 너는 소리를 빽 질렀지. (나이 같은 건 네 거냐 내거냐의 문제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잘했다. 그대로만 하..

딸과 아들에게 2022.08.11

아빠의 자전거 선물 (너희들에게 꼭 아빠가 사주고 싶었다 -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나의 아들과 딸에게, 아빠는 너희에게 꼭 자전거를 사주고 싶었다. 아빠도 너희 할아버지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고, 자전거를 관리하는 법을 배웠고, 자전거를 잃어버려 꾸중을 듣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다가 기억에 남는 사고가 난 것이 두가 아빠가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 꽤나 속앓이를 하셨을 법도 하다. 하지만, 아빠는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사준 그 소방차 색상의 삼천리 자전거를 아직도 기억한단다. 너희 둘에게 각각 자전거 하나씩을 사주었다. 이건 아빠가 주는 어린이날 선물이다. 함께 손을 잡고 자전거 가게에 가서 각자의 자전거를 끌고 오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는 주겠지만, 자전거를 어떻게 타는지는 너희들의 몫이다. 잘 타게 되고 더 큰 자전거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네..

딸과 아들에게 2022.05.15

어린이날

나의 아들과 딸에게, 어린이날에 올해는 정확하게 만나지는 못하는구나. 하지만 아빠는 오늘 너희들을 생각하고 있단다. 너희들이 그린 그림을 액자에 조심스레 넣어서 벽에 걸어둘 예정이다. 너희가 그린 그림, 아빠와 너희가 함께 그린 그림, 이런 시간의 조각들이 아빠에게 추억이 되고 힘이 된다. 그리고 너희들의 작품은 그 어떤 이름난 작품보다 월등한 가치가 있단다. 딸아, 네가 그린 사과는 아빠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장소에 있다. 아빠에게 이 사과는 어떤 과일보다 먹음직스럽고, 아껴두었다가 너에게 주고 싶은 그런 사과란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을 다잡고 너를 생각하기 위해서 가까운 곳에 두었다. 그리고 오늘은 네가 무엇을 할까 궁금해 한단다. 아들아, 네가 그린 파도 그림은 아빠가 힘들 때..

딸과 아들에게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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