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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기 192

2024년 겨울, 지각 변동

'생존' 이라는 단어가 블로그의 제목에 들어가 있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발바닥 아래를 지지했던 땅바닥이 움직이고 있다. 물리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도 지각 변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생활 조건 자체가 크게 변화하는 시기에 인간의 정신 영역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시대정신'은 적어도 바뀌거나 사라질 것이다. 지금 현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정신적인 키워드를 찾을 수는 있겠으나, '생존'이라는 단어 외에 다른 시대 정신을 찾지 못했다. 평화, 기후변화에의 대응, 남녀평등을 위시한 여성주의, 생태주의 같은 거시적 혹은 미시적인 이념들은 쓰레기통으로 처박힐 시간이다. 세계 평화보다 나의 생존을 위한 전쟁의 승리가, 기후변화에 대한 전지구적 대응보다 나를 위한 에너지원의 확..

생존기 2024.12.06

혼자 피를 닦아내는 일은 영구적인 일상이다. (feat. 이혼남에게 필요한 생활 잡학 지식)

피를 흘린다. 먹는 일도 귀찮고, 잠을 이룰 수 없는 정도가 지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이혼남으로서 혼자 산다는 것은 항상 혼자 피를 흘리는 일이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혼자 살아남는 것은 여기서 시작한다. 상처에 약을 바르고,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비롯한 일련의 검사를 치른다. 이 비용을 지불하고, 붕대를 풀었다가 다시 묶고, 다리를 거꾸로 들어올린다. 화장실 청소, 방 청소,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일터로 나서는 일상이 외롭다거나, 쓸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혼 이후에 혼자 살 수 없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다시 전장에 나서야 한다. 샤워기를 청소하고, 줄눈을 채워넣고, 칫솔을 바꾸고, 신발 세탁을 의뢰하는 일상부터, 아이들을 만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까지 다 한꺼번에 해내야..

생존기 2024.12.03

2024-2025 이혼남 월동준비 Part II

세입자부터 내보내기로 했다. 이건 나만 그런게 아니라, 아마 흔할 것으로 본다. 이미 집을 임대로 내어준 시점에서 월세 시세가 150% 상승했다. 84 타입이 아닌 59 타입의 월세 시세가 지금 세입자와 계약한 월세 금액이다. 하지만, 내가 세입자를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월세를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다시 직접 실거주하기 위한 것이다. 2025년에 아마 교육 파견 형식으로 집 근처에 있는 타사 연구소로 출근할 가능성이 있다. 실현할 수 있다면 도보로 15분인 출퇴근 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니, 이보다 탐나는 것이 없다. 금액에 대한 일체의 언급없이 세입자에게 실거주 통보를 이미 추석 연휴 전에 해두었다. 두 해가 안 되는 기간, 나도 월세로 계약해서 다른 집에서 살면서 편리함을 누리기도 했지만..

생존기 2024.10.09

로버트 기요사키의 이혼 (feat. 10/6 교보문고 광화문 사인회 이벤트)

Rich Cooper Clips 채널, 아마도 리치 쿠퍼의 메인 채널이 아닌 세컨 채널에서 처음 보았을 것이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이혼"한 것이 유튜브를 통해 방송을 탄 것이다. 충격까지는 아니었지만, 빌 게이츠나 베조스의 이혼보다 조금 더 울림이 있는 소식이었다. 한참 앤드루 테이트 (Andrew Tate)가 유튜브에서의 갑작스러운 성장으로 유명해졌을 때고, Men Going Their Own Way가 인기 있는 검색 키워드였던 시절 바로 조금 뒤였다. 위의 "이혼"이라는 표현에 따옴표를 사용한 것은 이유가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누구인가. 98년에 한국에도 출간된 자기계발서 혹은 투자 지침서 분야의 유명한 책인 속칭 빨간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이다. 일본계 미국인으로 하와이에서 ..

생존기 2024.10.05

2024-2025 이혼남 월동 준비 Part I

매우 현실적인 계획을 생각해본다. 2029년에 직장 생활 종료와 해외영주권 취득이 목표이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는 시점이고, 어차피 이 이상 한국 대기업에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특별히 의미도 없다. 국민연금에 대한 반환 일시금 제도를 활용하고, 적어도 2030년부터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180일 미만으로 유지한다. 이건 무슨 특별한 비법 같은게 아니다. 여기서 경우에 따라 5-7년 정도 한국에 6개월을 거의 꽉 채워 상주하는 양다리를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학교와 양육비 문제 때문이다. 법정 양육비 지급 시한이 종료되면 한국에 내가 상주해야할 이유는 소멸한다.  2029년 이후의 계획을 자세히 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 향후 5년 전체적인 방향이 흐트러지지만 않으면 성공이고, 오히..

생존기 2024.10.04

사원증은 어떻게 노예의 표식이 되는가

스마트폰에 내장된 사원증으로 출입 처리를 하고 들어선다. 오늘 아침은 7시 45분에 시작되었다.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시간이다. 법정 노동 시간이 이 시점부터 기록된다. 메신저에 알람이 들어와 있다. 지난 일요일부터 일을 했으니, 내일까지 일하면 주 7일 근무가 된다. 법적으로 금지된 것으로 실수로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나는 내일 사업장에 출근할 수 없다. '사업장'이라고는 했지만, 나의 사업장이 아니라 당연히 내가 일하는 기업의 사업장이다. 일터, 캠퍼스, 사무실, 직장, 뭐라고 부르든 크게 상관없다. 직장과 직장인에 대한 여론은 크게 둘로 나뉜다: 직장인 자체를 노예로 보는 시각과, 직장인을 노예로 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편협하고 성공팔이들에 취한 '어린' 생각이라는 시각. 글쎼 누가 옳은..

생존기 2024.09.27

사기꾼과 인간 세탁에서 배우는 명의와 소유권의 중요성

SPC란 Special Purpose Company라는 생각보다 단순한 단어의 조합이다. '특수목적회사' 라는 뜻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SPV (Special Purpose Vehicle)나 SPE (Special Purpose Entity)라는 약자를 쓰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주식회사에 해당한다. NASDAQ등에 우회 상장을 위한 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로 유사한 형태가 알려지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선릉역 근처 테헤란로 종이장사들이 비상장법인 주식으로 사기를 치는 것과 비슷한 구조로, 쉽게 말해 손해를 떠 안고 처리하는 폭탄처리법인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 지켜보고 있는 몇 건의 투자 사기 사건들이 있고, 내가 당사자..

생존기 2024.09.21

이혼남, 아이 없는 이혼은 조금 더 나은가.

얼핏 떠올려봐도 다수의 채널에서 진행하는 돌싱을 소재로한 컨텐츠로 미루어보아, 이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다면 괜찮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짐작하건대, 아직 아이가 없고 나이는 많지 않으니 지나간 결혼을 짧은 실수나 불행으로 생각하고 다시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가 없는 이혼은 조금 더 나은 것인지?이혼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데, 핵심은 나이나 외모 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혼으로 삶의 한 고비를 버티어 냈는가가 문제다. 구체적으로 논해보면 이렇게 된다. 아이가 없고 상대적으로 결혼 기간도 짧았는데 이혼을 한 경우라면, 아직 본인의 가정을 꾸리는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고, 그래서 결혼시장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아직 ..

생존기 2024.09.11

남자, 언제 이혼할 것인가.

언제 이혼할 것인가. 생각보다 간단한 기준이 있다. 언제 이혼할 것인지 생각해보려면 결혼을 왜 하는지 생각한다. 결혼은 공동출자의 (사실은 아주 좋지 않은) 한 종류이다. 결혼은 절대로 사랑같은 것으로 하는게 아니고, 투자의 일종에 가깝다. 보통 사업을 할 때 하지 말라고 하는 동업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동업은 돈이 섞이고 동시에 무한 책임을 지게 되지만, 결혼은 돈이 섞이고 몸이 섞이며 가족까지 섞이며 동시에 무한 책임을 지게 되므로 더 좋지 않은 형태의 결합이다. 결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세를 만나기 위해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결행하는 행위다. 왜 자식을 낳으려고 하는가에 답이 있다. 가족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에 결혼을 서두르는 경우도 예전에..

생존기 2024.09.07

이혼남의 독서 - 세상의 냄새를 다시 맡다.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아주 짧은 소련사, 이상한 러시아, 돌궐 제국 유목사, 세상 친절한 이슬람 역사, 러시아어와 아랍어 교재를 읽어 왔다. 거기에 허영만 작가의 조금은 오래전에 나온 대표작들보다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두 권으로 된 작품과, 한 사람의 자서전을 읽었다. 이게 대략 4월부터 내가 읽어 온 책이다. 여기에 Github Essential이나 Julia, Langchain 같은 기술 서적을 포함하면 대개 두 해에 읽는 책보다 많은 책을 읽은 셈이다. 평소에도 내 독서량이 적은 편은 아닌데, 유난히 올해에는 더 많이 읽었고, 그 선택에 의미가 있어서 기록해둔다. 2024년은 조금은 이상한 해다. 겉으로 보기에 특별히 변한게 없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이 변한 해다. 2019년이 나의 이혼과 함께 ..

생존기 202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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