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사기꾼과 인간 세탁에서 배우는 명의와 소유권의 중요성

싱글맨 2024. 9. 2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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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란 Special Purpose Company라는 생각보다 단순한 단어의 조합이다. '특수목적회사' 라는 뜻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SPV (Special Purpose Vehicle)나 SPE (Special Purpose Entity)라는 약자를 쓰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주식회사에 해당한다. NASDAQ등에 우회 상장을 위한 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로 유사한 형태가 알려지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선릉역 근처 테헤란로 종이장사들이 비상장법인 주식으로 사기를 치는 것과 비슷한 구조로, 쉽게 말해 손해를 떠 안고 처리하는 폭탄처리법인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 지켜보고 있는 몇 건의 투자 사기 사건들이 있고, 내가 당사자가 아닌 점을 매우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런 투자 사기의 시작은 보통 인스타그램 계정과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한다. 문제는 이런 인플루언서들이 공동 투자 자금을 모으거나, 유사 투자 자문 형식의 투자 추천등의 행위를 한다는 점이고, 문제의 핵심은 이런 인플루언서들과 실제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말이야 여러가지로 할 수 있지만 개인 투자자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로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1. 이미 투자 실패는 기정 사실일 뿐만 아니라,
2. 투자자로서 실격이라는 점이다.

피해자 카페에 가입하는 것은 위의 두 가지를 이미 달성했음을 알려주는 지표다. 피해자 카페에 모인 피해자들은 그 안에서 이런저런 대책을 논하다 자기들끼리 싸운다. 이해는 한다. 현실이 답답하니까. 하지만, '나는 당신을 보고 투자했으니 당신이 책임져라.' 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 이미 정신줄을 놨다는 신호라고. 글마다 거듭 말하지만, 모르는 것은 죄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당신이 당신한테 저지른 죄라고. 사기꾼은 나쁜 놈이지만, 당한 사람도 잘한 것은 없다. 스스로에게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나도 나에게 나도 모르게 미안한 짓을 하게 될까봐.

인플루언서 사기꾼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소속과 회사 이름을 바꾸고, 부끄러운 경력은 작게 끼워넣되, 부끄러운 경력이 가장 눈에 띄지는 않게, 거짓은 아니지만, 사기꾼 이력을 100% 반영하지 않은 자기 평판을 새로 만들어 사용하면서 활동을 재개한다. 일종의 '인간 세탁'이다. 그냥 그럴 듯한 웹사이트를 통해 보면, 이 사람들이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사람이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진짜 피해자만 피해자임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꾼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이 블로그는 투자만을 논하는 블로그가 아니니, 주제로 돌아오자. 모르는 사람끼리 이놈저놈 끼어서 공동투자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소유권의 주체가 분명치 않고, 소유권이 여러 사람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같은 교훈을 결혼과 이혼에도 적용할 수 있다. 결혼은 아는 사람끼리 (정확히 말하면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끼리) 공동투자를 하는 것과 같고, 주택을 비롯한 자산의 공동 명의가 성립하는 법적 계약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사기꾼 인플루언서를 통한 공동투자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이 특히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라리 다주택이면 몇 채씩 나눠가지기라도 편하지) 부부가 공동 명의로 50% 씩 지분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하는 형태로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당장의 세금을 아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을 때 소유권 관계의 해소를 위해 법원을 거쳐야 한단 말이다. 남성/여성 커뮤니티나 이혼 변호사나 상담사들이 운영하는 이런저런 온라인 카페에서 내 하소연을 하는 것이 사기 대책 카페에 글을 쓰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여기서 사랑과 소유권의 문제가 어떻게 같냐라고 하는 유치한 질문을 하는 독자가 없기를 바란다. 결혼 안 해도 사랑할 수 있고, 결혼은 철저하게 소유권의 문제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수록 이혼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원래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타인의 늙고 병든 몸과 오래된 습관을 참아주기 어려운 법이다. 

인플루언서 사기꾼이 인간 세탁을 통해 슬그머니 다시 시장에 나서는 것과 비슷하게, 이혼남/녀의 꼬리표를 돌싱이라는 힙한 말로 은근슬쩍 바꿔서 다시 재혼 시장에 나선다. 자기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는 것이 인간 세탁의 기본이다:

1. '내가 사기를 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나도 피해자다. 새롭게 설립되는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손해를 복구하고, 새로운 투자의 정도를 가겠다.' 자기를 믿은 공동 투자자들의 손해를 자기가 보상해보겠다는 얘기는 안 한다. 
2. '내가 여성으로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으니까, 내가 남성으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니까, 나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재혼하고 싶다.' 나이 예순을 넘기고도 불행하다고 알려진 결혼 생활과 이혼이 자기 자신이 연예인으로서 가장 현금흐름이 좋고 언론 노출이 잘 되는 키워드인 어 연예인이 있고, 심지어 그 자식도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위 두 사람이 정말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는가.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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