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남자, 언제 이혼할 것인가.

싱글맨 2024. 9. 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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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혼할 것인가. 생각보다 간단한 기준이 있다. 언제 이혼할 것인지 생각해보려면 결혼을 왜 하는지 생각한다. 

결혼은 공동출자의 (사실은 아주 좋지 않은) 한 종류이다. 결혼은 절대로 사랑같은 것으로 하는게 아니고, 투자의 일종에 가깝다. 보통 사업을 할 때 하지 말라고 하는 동업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동업은 돈이 섞이고 동시에 무한 책임을 지게 되지만, 결혼은 돈이 섞이고 몸이 섞이며 가족까지 섞이며 동시에 무한 책임을 지게 되므로 더 좋지 않은 형태의 결합이다. 결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세를 만나기 위해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결행하는 행위다. 

왜 자식을 낳으려고 하는가에 답이 있다. 가족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에 결혼을 서두르는 경우도 예전에는 많았다. 목적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해야할 것 같으니까 하는 경우도 많았었다. 지금은 이런 일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왜 결혼하는지 스스로 반문하는 사람이 늘었다.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가 구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물려줄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를 가지려 한다. 

유산이든 커리어든 가풍이든 뭔가를 만들고 물려줄 것이 없다면 결혼을 할 이유가 없고, 결혼생활이 뭔가를 만들고 물려주는데 방해가 된다면 이혼을 늦출 이유가 없다. 자식을 낳을 생각이 없는 배우자, 자식을 낳고 기르는데 방해가 되는 배우자나 그 집안, 본인의 사회 생활을 저해하는 배우자를 인내할 이유는 없다.

DINK (Double Income No Kids)라는 헛소리를 걸러낼 줄은 알아야 한다. 불행히도 결혼 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면, 이혼을 통해서라도 관철해야 한다. No condom, no sex가 남녀 모두에게 유용한 원칙인 것과 마찬가지로, No kids, no marriage 도 중요한 원칙이다. 남녀가 서로를 설득하는 일보다,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한다.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음에도 누군가와 결혼을 고려하고 있다면, 자기 스스로 감정적인 결정을 내려 섣불리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DINK를 원하는 남자와, DINK를 원하는 여자, 각자가 어떤 사람일 것 같은지 독자가 판단해보자. 

본인의 평판이 좋지 않고, 배우자의 평판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 당장 이혼해야 한다. 결혼 이후 장인 장모 부부의 평판을 부모님의 네트워크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되었고, 이 불안 요소를 우려만 하면서 방치한 결과 이혼 과정에서 전처는 내 네트워크에서 두 사람 정도를 나와 만날 수 없게 부러뜨려 놓았다. 본인의 평판 자체보다 배우자의 네트워크를 서로 보강해줘도 모자랄 판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명백히 선을 넘은 것이다. 전처는 이혼 과정에서 서류를 내 직장으로 직접 보내겠다는 대한민국 대기업을 우습게 보는 협박성 언사를 하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그 이혼 서류가 SK 실더스 직원을 통해서 문서수발실로 처박힐 것이라는 비웃음 섞인 한 마디를 돌려주었다.) 이런 독사 같은 배우자와 뭔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해봐야 인생을 낭비할 뿐이다. 

사회적 상식, 기본,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할 혜택을 강조하는 사람과 이혼하는 것이 좋다. 본인이 교사이기 때문에 내 아이보다 교권이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본인이 기자이기 때문에 내 아이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 본인이 노동자이기 때문에, 내 아이보다 노동자의 권리와 근무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과 결혼 생활을 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와 나의 자식을 위하여 이기적인 부모가 될 배짱이 없는자, 좋은 아버지와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없다. 이기적인 부모가 사회적인 양식을 갖추는 것이, 자기 새끼를 먼저 챙길 생각이 없고 본인의 커리어에 유리한 사회의 압력을 이용하려는 부모가 자기 자식을 언젠가 챙기는 것보다 쉽다. 

가족은 이기적인 것이고, 결혼은 이 가족을 이루려는 욕망에서 출발한다. 욕망에 충실하지 못한 자와 욕망을 논할 필요가 없다. 이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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