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남이 성공팔이와 사기꾼을 거르는 방법

싱글맨 2024. 8. 3. 22:05
반응형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해로운 것인가. 성공팔이냐, 아니면 사기꾼이냐. 고르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객관식 문제이지만, 생각할 거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이혼과 함께 2019년부터 시작된 이런저런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미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해악을 평가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성공팔이'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자가격리와 함께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투자의 붐은 여러 사람에게 돈을 벌어주었고, 동시에 여럿 망가뜨렸다. 모든 자산 클래스에 걸쳐 인플루언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유사투자자문의 바람이 불었다. 나름 exit을 성공적으로 한 채널도 있고, 분쟁에 휩싸인 곳도 있다. 경제 유튜브가 돈이 안 된다고 하지만, 글쎄 번 사람은 벌었다.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다 허풍이고 뽐뿌질이었다는 채널들이 다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내가 봤던 성공팔이 저격 채널 1번은 Coffeezila였다. 해외 유튜브이고, 이 채널에서 말하는 걸 존중하지만, 이 채널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사실 '성공팔이'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성공팔이'를 무조건 안 쳐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성공에 대해서 얘기하는 모든 책과 채널을 '성공팔이'라고 분류하는 순간, 내가 아무런 변화도 필요하지 않다고 현실에 만족해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소위 알려진 '성공팔이' 채널을 시청하는데 꽤나 많은 시간을 들였다. 상당한 돈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들어갈 금액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내 기준은 한 달 월급 정도였고, 그 중에 일부는 다행히 쓸만한 것이었고, 실제로 상황이 악화된 것도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보려고 한다. 

자기계발과 투자에 대한 수강료 지출과 시간 투자는 본래 일정 부분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과도하게 인플루언서에게 친근감을 느끼거나 내 편이라는 감정이입을 하는 문제, 요 리스크가 있고,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특정 인물을 믿고 과도한 투자를 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 리스크들을 피하지 못하면 사기꾼을 만나게 된다. 새롭게 누굴 만났는데, 사기꾼이 아니라, 인플루언서가 사기꾼이고 그게 파놓은 함정에 빠지게 되는 일 말이다. 

2019년부터 내가 겪은 사례들을 나열해보겠다. ICO (Initial Coin Offering) 제안, 부동산 공동 투자, 주식 라이브 방송, 각종 투자 자문 사업자와의 사적인 만남 주선, 기술적 분석 전문가의 1년치 구독 제안, 대충 이렇게 구분해 볼 수 있겠다. 이 다섯 가지에 나는 전부 No라고 답했다. 여기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수강료등으로 투자한 돈의 1/3정도는 손해를 본 것 같다. 손해를 봤다고 말한 것은 그 강사들이 수업중 말한 내용은 특별히 거짓이 아니었으나, 이후 다행히 내가 투자하지 않았던 건에 다른 사람들은 큰 돈을 투자했고, 그들이 손해를 보거나 소송이 현재 진행중인 것을 의미한다. 설령 그들이 내게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나간 수강료 자체가 아까워졌기 때문에 손해라고 생각한다. 

자기계발이나 투자 분야에서 수강료를 지불하는 것은 학생이던 시절 학원을 다니면서 수강료를 학원에 지불하는 것과는 다르다. 수강료를 내는 것은 성과를 내거나 내가 뭔가를 잘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건 연습이 해결해 주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해 볼 각오를 하고 돈을 지출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사기꾼을 걸러낼 수 있고, 함정을 피할 수가 있다. 

이혼남에게 의심은 본능의 영역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원하는 강사에게 수업을 듣더라도, 그 사람부터 의심한다.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돈을 지불할 용의는 있다. 계산된 리스크를 떠안고 그 사람을 만나 평가해보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쎄한 느낌이 들면 어김없이 사고가 난다. 그들이 사기꾼이라고 해서 그들이 했던 얘기가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정 부분 사실과 맞는 말이 섞여 있기 때문에 그 사기가 먹힌다. 다행히 멀쩡한 사람들과 강사들은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을 뿐,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다. 이런 판단을 할 때, 의심은 아주 쓸모 있는 도구가 된다. 

다들 뻔히 알겠지만, 이야기는 항상 같다. 돈을 벌 수 있다, 같이 투자를 하자, 이렇게 시작한다. 처음 내게 사기를 치려고 했던 사람은 자기를 따라 2019년에 베트남에 투자를 하자고 했었다. 흔한 베트남 주식 시장이 아니라, 본인이 진출한 베트남 사업에 투자하라는 얘기였고, 그 얘기를 내게 한 사람은 다름아닌 나와 같은 회사를 다니다가 퇴사한 사람이었다. 내가 퇴사 이후 사정이 궁금해서 회사 근처가 아닌 곳에서 만나자고 했었고, 그 사람이 내게 밥을 샀다. 만나서도 내게 제안을 했었지만, 자리가 파하고 나서 내게 메세지로 제안했던 것은 안 되겠으면 500만원이라도 투자를 하라는 얘기였다. 당연히 나는 그 사람이 건넨 명함을 유심히 보고 그 회사의 뒷조사를 했다. 뒷조사라고 해도 대단한 것이 아니라, DART에서 재무제표를, 회사 평판 같은 것을 사람인, 나무위키 등에서 조회하는 일이었다. 나는 흠을 발견했고, 당연히 투자는 하지 않았다. 

주식에서 알려졌던 어떤 인플루언서들은 지금 소송이 진행중이다. 나는 내가 그 주식들을 샀다가 너무 일찍 판 것을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사실, 이 얘기를 별로 하고 싶지 않았음에도 굳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에 어떤 부동산 공동 투자가 결국 소송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별로 미안하지는 않지만, 공동 투자 제안자의 해명도 의심의 대상이다. 이렇게 의심은 항상 유용한 것을 주는 도구이다. 이혼남으로서 이혼 과정에서 배운 모든 의심하는 스킬이  다행히 나를 큰 손실로부터 나를 지켜내고, 미리 정해두었던 리스크만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나를 '건강한 방식'으로 의심하는 일이다. 스스로의 자질을 지나치게 의심하지 않되, 본인의 행동을 돌이켜 반성하고 과도한 자신감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그런 의심말이다. 의심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반응형